
LG에너지솔루션이 그동안의 우려를 불식하고 2020년 12월1일 출범할 모양이다.
LG화학이 10월30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해 전지사업부문 물적분할안을 투표에 부친 결과 참석 77.5%에 찬성 82.3%로 압도적 찬성률로 통과됐다. 전체 주식의 33.3% 이상이 참석하고 참석 주주의 66.6%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여러 가지 우려와는 다르게 찬성표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개인투자자와 함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분할안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으나 외국인·기관투자자들이 찬성으로 기울면서 통과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찬성률이 80%를 상회한 것으로 보아 반대 의견을 개진했던 국민연금도 찬성표를 던졌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LG화학 지분구조는 LG그룹 관계자 30%, 국민연금 10%, 외국인 투자자 40%, 국내 기관투자자 8%, 개인 12%로 개인과 국민연금을 포함하면 20%가 넘는다.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은 물적분할에 따라 LG화학의 100% 자회사로 출범하며 자본금 1000억원에 매출액은 2019년 기준 6조7000억원 수준이다.
문제는 LG에너지솔루션이 급성장하고 있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사업에 대응해 설비투자비를 매년 3조원 이상 조달할 수 있느냐로 모아진다. LG화학도 전기자동차 배터리 신증설 투자 확대로 순차입금이 8조원으로 증가하고 부채비율은 100%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수주잔고가 150조원을 넘어섬으로써 글로벌 1위를 질주할 태세를 갖추었다고 하지만 신생기업으로서 감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앞으로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대규모 투자자금 유치에 나서겠지만 LG화학도 아닌 신생기업을 대상으로 막대한 금액을 투자할 대상을 물색하기가 쉽지는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 매출을 2024년 30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배터리를 중심으로 세계 최고의 에너지 솔루션 공급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비전도 마찬가지이다.
배터리 소재, 셀, 팩 제조·판매에 케어·리스·충전·재사용 등 배터리 생애 전반에 걸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e-플랫폼 분야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포부는 좋으나 특정 분야에 집중해도 부족한 판에 배터리 전반을 총괄하겠다는 것도 과욕이 아닌가 싶다.
LG화학에서 입지가 좁은 것으로 알려진 신학철 부회장이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지도 관심거리이다. LG화학이 배터리 사업 분사를 통해 균형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 갖춤으로써 글로벌 톱5 화학기업으로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배터리 사업에 더 관심이 크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배터리 사업 분사 과정에서 극심하게 반발한 개미들을 어떠한 방법으로 진정시킬 것인가도 주목된다. 임시 주주총회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분사안이 통과됐으니 개미쯤은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인적분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는 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SK이노베이션과의 영업비밀 및 특허침해 소송도 마찬가지이다. 국내기업끼리 미국까지 가서 소송전을 벌이는 것도 민망하기 그지 없지만 미국 당국이 최종판결을 2차례나 연기한 것도 되새겨보아야 한다. 신생법인이 출범하기 이전에 해결하는 것이 모양새가 아닐까 생각된다.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여러 난관을 헤치고 매출액 30조원이 아니라 100조원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평정할 수 있도록 성장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