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일본이 단행한 한국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용 화학소재 수출 규제에 대응해 정부가 대대적인 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에 나섰지만, 2020년 일본 의존도가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0년 소재·부품 수입액 1678억달러 가운데 일본산이 267억9000만달러로 16.0%를 차지해 2019년에 비해 0.2%포인트 상승했다. 소재·부품 분야의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도 2019년 141억5000만달러에서 2020년 153억7000만달러로 8.6% 늘었다.
일본산 전자부품 수입액은 66억달러로 전년대비 8.9% 증가하면서 적자 폭을 키웠다. 일반기계 부품(9.0%), 전기장비 부품(1.2%), 고무·플래스틱 제품(6.3%)도 수입이 증가했다.
일본은 2019년 7월 한국 대법원이 내린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해 한국의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디스플레를 겨냥해 핵심 소재인 불화수소, EUV(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 불소계 폴리이미드(Polyimide)의 한국 수출을 제한했다.
이에 정부는 소재·부품·장치 경쟁력 강화 대책을 내놓고 소재·부품 분야에서 일본산 수입 의존도를 낮추겠다며 총력을 쏟았으나 개선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산업부는 소부장 기업현장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를 계기로 1년 6개월간 소부장 경쟁력 강화 대책을 시행한 결과 핵심품목의 공급 안정화가 이루어지고 196억원의 사업화를 달성하는 등 산업 생태계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 3대 품목은 국내 생산을 빠르게 확대하고 수급여건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국내 불화수소 생산기업인 솔브레인이 초고순도 생산시설을 2배 확대하고 생산을 개시했고, SK머티리얼즈도 고순도 불화수소가스 양산에 들어갔다. 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는 유럽산으로 수입처를 다변화했다. 또 불소계 폴리이미드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양산설비를 구축했고 SKC는 자체 기술을 확보해 테스트하고 있다.
산업부는 “소부장 수요·공급기업의 협력도 확대됐다”며 “수요기업 참여 기술개발 지원을 받은 25개 품목 중 23개 품목의 시제품이 개발됐고 434건의 특허가 출원됐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2021년에도 다양한 소부장 경쟁력 강화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공급망 핵심품목과 차세대 기술 개발을 위한 R&D에 2조2000억원을 투자하고 100개 으뜸기업 선정, 강소기업 전용 R&D 신설, 소부장 전용펀드 신규 조성 등 소부장 산업의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