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탑글로브 공장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 타이로 부분이전 검토
의료‧검사용 고무장갑 수급이 타이트해지고 있다.
세계 최대의 고무장갑 메이저인 말레이지아 탑글러브(Top Glove)에서 대규모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감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말레이지아 정부는 2020년 11월 중순 탑글러브가 가동하고 있는 28개 공장을 대상으로 생산중단 명령을 내렸다. 이후 12월 말부터 모두 가동을 재개했으나 가동률은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지아 고무장갑제조자협회(MARGMA)에 따르면, 말레이지아는 세계 고무장갑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무장갑 뿐만 아니라 원료인 합성고무도 수급타이트가 지속되고 있으며 장갑은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인근국가로 일부 생산설비를 이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규모 감염은 셀랑고르(Selangor)에 소재한 외국인 근로자 숙소에서 발생했으며 2020년 말까지 5000명 이상 감염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1991년 설립된 탑글러브는 글로벌 합성고무장갑 시장점유율이 26%에 달하고 있으며 말레이지아 외에 타이, 중국, 베트남에도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약 200개국을 대상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말레이지아, 싱가폴 증시에 상장돼 있다.
탑글러브는 2020년 중반 이후 고무장갑 공장을 풀가동해 2020회계연도(2019년 9월-2020년 8월) 영업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72억링깃으로 전년대비 50%, 순이익은 19억링깃으로 5배 폭증했다.
2020년 1분기(9-11월)에는 순이익이 24억링깃으로 20배 늘어 3개월만에 2019년도를 넘어섰다.
탑글러브는 대규모 감염이 발생함에 따라 말레이지아에서 가동하고 있는 공장 가운데 약 70%의 가동을 1개월 이상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매기업, 무역상이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탑글러브의 생산 감소가 바로 고무장갑 공급부족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NBR(Nitrile Butadiene Rubber), CR(Chloroprene Rubber) 등 원료는 수급이 매우 타이트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고무장갑은 NBR 및 CR 라텍스를 혼합해 생산하며 NBR은 주로 검사 및 검진용에, CR은 수술용에 투입하고 있다.
조호르(Johor)에서 NBR 라텍스를 생산하고 있는 말레이지아 국영 페트로나스(Petronas)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NBR 수요가 연평균 1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R은 2020년 여름 이후 NBR 공급부족으로 검사용 고무장갑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급이 더욱 타이트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말레이지아 고무장갑 생산기업은 연료용 천연가스를 다른 산업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조달할 수 있어 해외로 생산설비를 이전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말레이지아는 앞으로도 세계 최대의 고무장갑 생산국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되나 최근 생산 집중화에 따른 문제점이 인식됨으로써 말레이지아에 이어 시장점유율이 15% 수준인 타이 등 인근 국가로 생산설비를 부분적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20년 12월에는 탑글러브 이외의 고무장갑 생산기업에서도 대규모 감염이 발생하면서 공급에 혼란이 가중된 가운데 타이 Aurora Wizdom이 공업‧의료용 고무장갑 공장을 신규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타이, 중국, 말레이지아 자본이 합작투자한 Aurora Wizdom은 2023년을 목표로 수판부리(Suphan Buri)에 고무장갑 공장을 건설할 방침이다. 총 150억바트를 투입해 3개 생산라인을 건설하며, 2021년 3월까지 No.1 생산라인을 완공해 수출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타이는 정부가 고무 관련공장 유치에 주력하고 있어 영향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