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분쟁에 대한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결정을 앞두고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4월6일 보도자료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이 제기한 전기자동차(EV) 배터리 분리막 특허 소송전이 국내에서 시작된 이래 10여년만에 자사의 승리로 마무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이 2011년 국내에서 제기한 분리막 특허 소송에서 2013년 승소했으며 이후 LG에너지솔루션과 동일한 건으로 10년 동안 국내외에서 쟁송하지 않는다는 내용에 합의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상대로 특허 침해도 추가로 제기했다.
SK이노베이션은 과거 분리막 특허 소송에서 무효 판결을 끌어낸 경험을 바탕으로 ITC에 특허 무효·침해를 주장했고 ITC가 최근 4건의 소송 가운데 3건은 무효, 1건은 특허 비침해 예비결정을 내렸다.
SK이노베이션은 자사에 유리한 예비결정이 나온데 대해 “SK의 기술이 LG의 특허와 다른 독자적인 기술이라는 것이 공인됐다”며 “자사가 패소한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서 기술에 대한 실체적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LG가 제기한 특허소송은 발목잡기”라며 “한국에 이어 미국까지 분리막 특허 소송이 10년 동안 진행됐으며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서 시간이 얼마 걸리든 끝까지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즉각 반박자료를 내고 “SK가 다급함과 초조함을 반영하듯 여전히 자의적이고 투박한 자료를 여과없이 표출한데 매우 유감”이라며 “내용에 대해 일일이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SK는 특허 소송 예비결정을 마치 분쟁에서 승리한 것처럼 표현하며 판결 내용을 아전인수로 해석하고 있다”며 “2년 전부터 수차례에 걸쳐 동일한 억지주장을 펼치는 SK의 행태가 발목잡기”라고 비난했다.
또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서 패배한 뒤 ITC를 비판하다가 특허 침해 예비결정이 나오자 ITC를 찬사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후발주자로서 빠른 성장을 위해 불가피하게 기술을 탈취해 갔다면 인정하고 배상해 정당하게 사업을 영위할 방안을 찾는 것이 순리”라며 “LG는 SK의 사업을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며 합의의 문을 열어놓고 있으나 해결보다는 상대 비방전에 몰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술 탈취가 명백히 밝혀진 가해자가 조지아 공장을 볼모로 미국 정부를 상대로 으름장을 놓고 자동차기업과 협력기업까지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며 “글로벌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맞는지를 되돌아보라”고 덧붙였다.
ITC 배터리 분쟁과 관련한 미국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한은 4월11일까지이다.
양측은 3월 초까지 협상을 진행했으나 LG에너지솔루션이 3조-4조원, SK이노베이션은 1조원 수준의 배상금을 제시하며 사실상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