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독일을 중심으로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카본 리사이클이 본격화되고 있으나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최근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ESG를 서두르고 있다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을 뿐이다. 말이 ESG이지 내용을 들여다보면 급조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카본 리사이클은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폐플래스틱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언론들이 폐플래스틱을 재활용하고 바이오 플래스틱을 개발하고 있다고 연일 보도하고 있지만 2020년까지도 침묵으로 일관하던 화학기업들이 갑자기 친환경 경영을 소리높여 외치고 있는 배경이 궁금할 따름이다.
하지만, 카본 리사이클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2050 탄소중립을 표방한 마당에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처지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제로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이해되고 있다.
화학 메이저 바스프는 최근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공개하면서 스팀 크래커를 전기화하고 이산화탄소 프리 수소를 이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세계 최초로 전기가열식 스팀 크래커를 건설해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기초유분을 전기가열 증기 분해로 생산하겠다는 것으로, 2030년쯤에야 파일럿 플랜트를 상업 수준으로 완성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획기적인 발상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바스프는 화석원료를 대체하기 위해 CR(화학적 리사이클) 시스템 확충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2018년부터 폐플래스틱 베이스 열분해유를 스팀 크래커의 원료로 일부 투입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폐타이어 베이스 열분해유도 사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바스프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2035년까지 전력 소비를 3배로 확대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필요 전력을 확보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발전소도 건설할 방침이다. 국내기업들이 한국전력으로부터 재생에너지 베이스 전력을 구매함으로써 ESG에 참여하는 형식적 전략과는 차원이 다르다.
일본에서는 치요다가 NEDO의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해 이산화탄소와 물을 원료로 사용하는 에틸렌 프로세스를 개발했고 연구소 시험장치로 1000시간 이상 가동해 에틸렌 선택률 30%를 달성한 것으로 파악된다.
스미토모케미칼도 시마네대학과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메탄올을 고효율 합성하는 기술 개발에 들어갔고 메탄올 수율 60-90%를 달성하기 위해 반응 수율을 높일 수 있는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있다. 메탄올을 생산한 후 에틸렌, 프로필렌은 물론 접착제, 의약품, 페인트 원료까지 생산할 계획이라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치요다는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P-X를 제조하는 기술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촉매 개량, 프로세스 개발과 함께 경제성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효과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으나 실증단계 이행을 장담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에틸렌이나 P-X 생산능력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나 카본 리사이클을 지향하고 있다는 움직임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정유기업까지 에틸렌 신증설에 참여함으로써 2025년경에는 에틸렌 생산능력을 1300만톤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나선 마당이나 기껏해야 LPG나 중질유를 투입하겠다는 것이 전부이다. 카본 리사이클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탄소중립은 아무런 비용 없이 달성할 수 없고, 카본 리사이클은 그냥 돈 주고 구매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