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반도체 소재 중심 디지털 솔루션 육성 … 합성고무는 매각
일본 합성고무 메이저 JSR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JSR은 1957년 일본합성고무(Japan Synthetic Rubber)로 출범했으며 2025년 3월까지 실시하는 신규 경영계획을 통해 반도체 소재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솔루션과 생명과학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겠다는 비전을 공개해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솔루션과 생명과학만으로 2007년 기록했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창업 당시부터 계속해온 합성고무 사업은 철저하게 구조개혁함으로써 수익기반을 탄탄히 다질 계획이다.
JSR은 당초 합성고무 생산기업으로 시작했으나 이후 전자소재와 생명과학 사업을 추가함으로써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했고 현재는 합성고무보다 나중에 추가한 사업의 수익성이 더 우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20년 JSR의 지분 7%를 인수한 미국의 액티비스트(경영 참여형 투자자) Value Act도 JSR의 상황을 감안해 합성고무 사업을 정리하는 대대적인 구조전환을 요구해왔다.
합성고무 사업은 원료 부타디엔(Butadiene) 시황과 설비 노후화 영향으로 2019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영업적자 17억엔을 기록했고 2020회계연도에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자동차 판매대수가 급감한데 타격을 받아 적자가 50억엔으로 대폭 확대됐다.
이에 따라 2020년 4월부터 매각을 포함한 구조개혁을 추진해왔다. 최근 2022년 4월부로 정유기업 에네오스(ENEOS)에게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액은 1150억엔이며 조만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롯데케미칼이 2021년 초부터 JSR 합성고무 사업부 인수전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유력한 후보로 부상했으나 JSR이 4월 에네오스를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함으로써 불발됐다.
롯데케미칼은 2013년 이태리 베르살리스(Versalis)와 합작법인 롯데베르살리스엘라스토머스를 설립하고 여수에 SSBR(Solution Styrene Butadiene Rubber) 10만톤과 EPDM(Ethylene Propylene Diene Monomer) 9만6000톤 플랜트를 건설하며 합성고무 사업에 진출했다.
다만, 아직 흑자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어 JSR 사업 인수로 규모화를 도모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JSR은 합성고무 사업 가운데 금호석유화학과 50대50으로 설립한 합작기업 금호폴리켐의 지분을 금호석유화학에게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금호폴리켐은 EPDM 생산능력이 22만톤으로 세계 4위이며 2021년 7월부터 금호석유화학의 100% 자회사가 될 예정이다.
JSR 경영진은 그동안 반도체 소재 투자를 적극화하고 디스플레이 소재와 엣지 컴퓨팅 사업을 주요 캐시카우로 육성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반도체와 생명과학 사업이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JSR에서만 20년 동안 근무한 에릭 존슨 CEO(최고경영자)가 직접 Value Act의 로버트 헤일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등 경영진이 열린 마음으로 액티비스트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JSR은 반도체 소재 사업을 시장성장률의 2배 이상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중국, 한국과의 경쟁이 심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으나 진입장벽이 높은 품목을 위주로 생산함으로써 차별화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특히, 중국을 주요 성장시장으로 주목하고 있으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날로 심화되고 있어 세계 각국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체제를 갖추는 것을 우선시하고 있다.
엣지 디스플레이 등 광학소재는 매출이 매년 감소하고 있음에도 연평균 4%대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0년에는 디스플레이 소재 사업에서 구조개혁을 실시해 생산능력과 연구개발(R&D) 체제를 최적화함으로써 한국에서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는 수요기반에 대비하고 있다.
저온소성 기술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배향막 등은 앞으로도 시장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며 범용화되고 있는 착색 레지스트는 생산을 줄이는 등 포트폴리오 혁신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디스플레이 소재 전반적으로는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스마트폰 카메라 필터용은 20%대 고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신증설 투자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 소재 사업에서는 고부가가치화에 주력하고 있다.
M&A(인수합병)를 거치며 수요기업의 수가 줄어들었으나 반도체 소재 생산기업의 수는 거의 변화하지 않았고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반도체 소재 등 자본 및 연구개발 집약형 전방산업에 대한 지원을 적극화하고 외부기업과의 협업도 본격화함으로써 부가가치화에 더욱 속도를 낼 방침이다. (강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