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CC‧벽산, 화재 위험성 낮은 글라스울 증설 … 중소기업 반발
평택 냉동창고 화재로 여러 명이 사망하면서 우레탄폼(Urethane Foam)의 화재 위험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샌드위치 패널의 단열재로 사용되는 우레탄폼은 2020년 4월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에 이어 2021년 12월 발생한 평택 냉동창고 화재에서도 화재 확산의 근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샌드위치 패널의 심재로 사용되는 스티로폼은 원가 경쟁력이 뛰어난 반면, 우레탄폼은 시공력이 우수하고 글라스울(Glass wool)은 화재에 안전하다는 특징이 평가되고 있다.
2017년 기준 재질별 단가를 비교하면 스티로폼을 심재로 사용한 EPS(Expended Polystyrene)가 톤당 305만원, 우레탄폼은 450만원, 글라스울은 172만원으로 글라스울이 가장 낮았으나 현장에서는 편의성과 열효율을 고려해 주로 우레탄폼으로 시공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글라스울도 2022년부터 원료가격이 20-30% 상승한 것으로 알려져 톤당 단가가 200만원대 초중반에 달해 코스트 경쟁력이 낮아지고 있다.
우레탄폼은 높은 단열효과 뿐만 아니라 작업 편의성 때문에 시공현장에서 선호하고 있지만 화재에 약하고 화재가 발생하면 시안화수소(HCN) 등 유독가스를 발생시키는 단점이 있다.
국토교통부가 2021년 12월23일 샌드위치 패널의 심재 기준 강화를 중심으로 건축법 시행규칙을 개정했지만 평택 냉동창고는 법 시행 이전에 착공해 적용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 시행규칙은 단열재를 심재로 사용하는 복합자재는 심재만 별도로 준불연 이상의 인증을 받도록 하고 있다.
건축법에서 고시하는 준불연 소재의 기준은 △가열 개시 후 10분간 총방출열량이 평방미터당 8MJ 이하여야 하고 △10분간 최대 열방출율이 10초 이상 연속으로 평방미터당 200kW를 초과하지 않아야 하며 △10분간 가열 후 시험체를 관통하는 방화상 균열, 구멍 및 용융 등이 없어야 한다.
법 개정으로 EPS와 우레탄폼은 사실상 강화된 심재 기준을 충족할 수 없어 건설현장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라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LG하우시스는 우레탄폼 대신 페놀폼(Phenol Foam) 단열재(PF 보드)를 대체재로 제시했으나 1급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Formaldehyde)가 기준치보다 최대 10배 초과하는 것으로 알려져 대한건축사협회에서 사용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반면, 화재 위험성이 낮은 글라스울 패널이 우레탄폼 대체재로 재조명되고 있어 글라스울 생산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내화건축자재협회 관계자는 “EPS, 우레탄폼이 직접적인 화재 원인으로 작용할 수는 없다”면서도 “글라스울에는 불이 붙지 않는 특징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폴리우레탄산업협회 측은 창고 화재의 원인을 우레탄폼으로 지목하는 여론에 반발하고 나섰다.
PU(Polyurethane) 시공은 PU 살포 후 불에 강한 무기질인 펄라이트를 표면에 코팅함으로써 공정이 마무리되며 2020년 이천 물류창고 화재는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코팅작업 없이 산소용접을 진행해 우레탄폼에 불꽃이 튀어 발화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PU 뿐만 아니라 실내에 배치된 가구, 가전도 유기제품으로 일단 불이 붙으면 인명피해를 막기 어려운 것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반면, 소방관 출신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은 “건축법에 심재 기준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의 불연·준불연 시험은 철판으로 감싼 채 불을 붙여 성능시험을 진행했으나 “실제 화재가 발생하면 아무런 성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안형진 한국내화건축자재협회 부장은 “비교시험에서 알 수 있듯이 글라스울은 매연이 적어 화재 시 대피시간을 늘릴 수 있지만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은 수분 이내에 유독가스가 퍼져 대형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스티로폼과 우레탄폼 관계자들은 “EPS와 우레탄폼 생산기업은 대부분 중소형인 반면 글라스울 패널은 대기업”이라며 스티로폼과 우레탄폼에 대한 빔규 적용을 재고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KCC와 벽산, 프랑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생고뱅(Saint-Gobain ISOVER Korea)만 글라스울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CC는 무기단열재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김천, 문막의 글라스울 생산설비 증설에 총 1420억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생산능력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30-50% 정도 확대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생고뱅 코리아는 당진에서 글라스울 3만톤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벽산은 건축법이 개정된 2021년 상반기에 글라스울 7만톤 생산설비를 추가 건설했다. (홍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