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반도체 제조용 희귀가스 네온(Ne)의 조달 차질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전세계 네온 생산능력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부분 남부 항구 도시 오데사(Odessa)를 출발해 흑해를 거치는 항로로 수출하고 있으나 러시아의 침공으로 오데사항이 폐쇄됨에 따라 생산 및 수송 차질이 확실시되고 있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에 따르면,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는 현재 6개월분의 네온 재고를 보유하고 있으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보유 물량만으로는 가동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네온은 제논(Xe), 크립톤(Kr) 등과 함께 반도체용으로 사용되며 공기 중에 0.00182%밖에 포함돼 있지 않을 만큼 희귀하다.
국내에서는 과거 무역분쟁에 따른 가격 폭등과 공급 부족을 겪으며 국산화가 시도됐으나 해외기술에 의존하는데 그쳤고 생산이 중단돼 전량을 수입에 의존해왔다.
포스코가 2022년 1월 네온 국산화를 선언하고 광양제철소에서 출하를 시작했으나 고순도제품 기준 생산능력이 약 2만2000노멀입방미터로 국내 수요의 16% 정도에 그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따른 타격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이밖에 러시아의 시장점유율이 높은 희소자원도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 촉매로 사용되는 팔라듐(Palladium)은 2020년 글로벌 수요가 약 311톤이었고 전체 생산의 43% 정도를 러시아가 점유했다.
최근 러시아산 공급이 줄어들면서 수요기업들이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2022년 3월3일 팔라듐 현물가격이 약 7개월만에 최고치를 갱신했다.
반도체 제조용 레이저 광원에 사용되는 크립톤(Kr)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글로벌 생산의 약 80%를 차지하는 등 양국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정세 불안은 항공 운송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교도통신(Kyodo News)에 따르면, 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ANA)는 일본-유럽 항공편이 러시아 상공을 통과하지 않도록 비행경로를 변경하기로 했다.
러시아 상공을 지날 때 안전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로 일본에서 유럽까지의 여정이 3시간 이상 늘어남으로써 최근 해상운임 폭등을 회피해 항공수송으로 선회했던 화학제품들도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