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수출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에틸렌 생산능력이 1000만톤을 크게 추월해 세계 4위로 발돋움했으나 국내수요가 많지 않아 생산량의 50% 이상을 수출해야 하는 실정이고, 특히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 뚝 떨어지면서 수출이 줄어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에틸렌과 유도제품 LDPE, LLDPE, HDPE, 프로필렌과 유도제품 PP는 물론이고 벤젠 유도제품인 SM, PS, ABS도 수출 부진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NCC를 중심으로 합성수지, 합섬원료, 합성고무 가동률이 80% 수준에 그치고 있는 이유이다.
혹자는 중국이 제로코로나 정책을 폐기하고 산업활동을 정상화하고 있어 머지않아 중국을 중심으로 수출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2021년과 같은 수출 호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로 파악된다. 중국이 자급률을 급격히 끌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투자를 적극화히고 있기 때문이다.
남은 곳은 중남미, 아프리카가 유일하나 수요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운송거리가 너무 길어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만, 만성적인 공급과잉을 고려할 때 중남미, 아프리카도 개척해야 할 대상임이 분명하다.
유럽, 미국도 개척 대상이다. 유럽은 탄소중립을 중심으로 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 석유화학 플랜트 가동이 어려워지고 있고 노후 플랜트가 많아 수입을 확대해야 하는 처지이며, 미국은 석유화학제품에 따라 수급 불균형이 심해 수출과 수입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상태이다.
올레핀과 폴리올레핀은 미국산을 수입해야 하고, 아로마틱은 미국과 수출입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미국 정유·화학기업들이 에탄 베이스 신증설을 단행하면서 올레핀과 폴리올레핀 생산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가격경쟁력도 우수해 아시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것이 확실하다. 아마도 2023년부터는 미국산 PE, PVC 수입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아로마틱은 미국의 생산·수요에 따라 수급이 급변하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수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2022년 BTX가 강세를 장기화한 것도 미국의 공급부족에 따른 고공행진이 원인이고, 한국산과 아시아 현물가격이 춤을 춘 것도 미국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도 아로마틱 생산을 확대하고 있으나 드라이빙 시즌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일정 수준 수입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상태이다. 국내 아로마틱 생산기업들은 2023년에도 미국 수출을 빌미로 강세를 유지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예전과 같은 중국 수출 호조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유럽, 미국 수출을 확대하고 중남미, 아프리카 시장을 개척한다고 해도 중국이라는 받침목이 사라지면 수출을 안정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인정하는 것처럼, 중국은 2020년 기준 석유화학 자급률이 PE, EG, P-X는 80%에 육박했고 PP, PO는 90%를 넘어섰으며 PVC, PTA는 100%에 다가갔거나 상회했고 앞으로도 신증설를 멈추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아마도 신증설을 통해 자급률을 확보함은 물론 수출로 아시아 시장 장악을 시도할 것이다.
정유기업들이 탈석유화를 외치면서 석유화학 투자를 적극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수출 위축에 그치지 않고 중국산이 밀려 들어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석유화학 구조조정은 더 늦출 수 없는 당면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