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정제‧석유화학은 탄소중립 명제가 부상하면서 생존이 걸린 변혁기를 맞고 있다.
일본은 임해지역에 위치한 컴플렉스가 석유정제, 석유화학, 전력, 제철 등 산업집적지로 연료‧원료, 인프라를 공유하는 연합체를 형성하며 20세기 고도성장을 견인했으나 산업구조 전환, 내수 축소, 탄소중립 가속화의 영향으로 근본적인 변혁이 요구되고 있다.
반면, 글로벌 석유정제·석유화학 메이저인 쉘(Shell)은 능동적으로 친환경화를 추진해 글로벌 시장 흐름을 주도해나갈 계획 아래 탄소중립형 컴플렉스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석유화학 컴플렉스의 원료는 물론 연료까지 친환경화함으로써 한발 앞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도 컴플렉스의 친환경화가 시급하나 외부에서 바이오 나프타(Naphtha)나 열분해유를 도입해 적용을 시도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쉘, 정유공장 활용 탄소중립형 컴플렉스 확대
쉘은 세계 5개국에 탄소중립형 정유‧석유화학 일체형 에너지 & 케미칼즈 파크(ECP: Energy & Chemicals Park)를 건설한다.
쉘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과 그린수소, 이산화탄소(CO2) 포집‧저장‧이용(CCUS), 바이오연료 확대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ECP는 기존 정유공장에 재생에너지를 도입하고 CCUS 인프라를 구축해 바이오연료 및 바이오 화학제품 원료 생산기지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며, 폐플래스틱 베이스 합성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재생가능 화학제품 공급의 중심지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쉘은 탄소중립 목표 조기 달성을 요구하는 주주들의 의견과 장기적인 연료 수요 감소 예측을 반영해 정유공장과 유전‧가스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2021년 미국 워싱턴과 앨라배마 정유공장 2곳을 매각했고 2022년 1월에도 텍사스 디어파크(Deer Park) 공장의 보유 지분을 합작파트너인 멕시코 국영 석유기업 페멕스(Pemex)에게 매각했다.
반면, 화학 사업 투자는 확대하고 있다.
현재는 화학 사업의 수익이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미만에 그치고 있지만 앞으로 세계적으로 화학제품 수요가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은 물론 정유공장 등 기존 설비를 활용할 수 있어 설비투자 부담이 크지 않다는 강점을 활용해 ECP 투자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2021년에는 화학제품 사업에 40억-50억달러(약 4조6000억-5조8000억원)를 투자했고 2022년에도 비슷한 수준을 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40억-50억달러는 전체 투자 예정액의 20% 수준이며 장기적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함으로써 화학 사업의 영업 현금흐름을 2030년까지 최근 평균치에 비해 10억-20억달러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1년 영업 현금흐름은 26억달러로 단순 비교해 사업규모를 40-80% 확대해야 달성이 가능한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싱가폴 중심으로 바이오연료·열합성유 생산
싱가폴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중심지라는 점을 활용해 바이오연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2021년 부콤섬(Bukom) 정유공장의 원유정제능력을 50% 감축하는 대신 생산능력 55만톤의 바이오연료 플랜트 건설에 착수했다. 글로벌 리더인 네스테(Neste)에 이어 싱가폴에서 2번째로 바이오연료 생산에 진출하는 것이다.
부콤 정유공장은 1961년 상업가동 이래 장기간에 걸쳐 싱가폴 경제를 책임져왔기 때문에 감산 결정이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20년 부콤 정유공장 감산을 발표할 당시에는 NCC(Naphtha Cracking Center)나 기초화학제품 생산 감소를 우려하는 의견이 잇따라 제기됐으나, 쉘이 부콤에서 진행할 ECP 프로젝트와 화학제품 사업 유지·확대 방침을 밝혀 싱가폴 정부와 시장의 반대를 무마한 거으로 알려졌다.
쉘은 2025년까지 세계 전체에서 100만톤의 폐플래스틱을 처리‧재생하기 위해 2023년 가동을 목표로 부콤섬에 아시아 최대 열합성유 정제설비를 건설하고 폐플래스틱 베이스 합성유를 정제해 NCC 원료로 투입함으로써 재생가능한 화학제품 생산에 착수할 방침이다.
ECP를 통해 서플라이체인 전체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부콤섬 남쪽의 세마카우섬(Semakau)에는 메가솔라를 정비하고 있으며 CCUS 투자를 진행하거나 재생에너지를 수입해 정유공장, 화학공장에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중국 중심으로 석유화학 투자 확대
쉘은 독일과 중국에서도 2022-2023년 전해장치를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을 시작해 연료전지 자동차에 공급하거나 공장 원료로 사용할 계획이다.
독일에서는 출력 2000MW인 세계 최대의 전해장치 건설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중국, 중동 등 원료 경쟁력 유지와 시장 확대가 기대되는 지역에서는 에틸렌(Ethylene)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는 2021년 ECC(Ethane Cracking Center) 건설을 완료한데 이어 HDPE(High-Densiy Polyethylene) 및 LLDPE(Linear Low-Density PE) 등 160만톤의 석유화학 생산설비를 건설해 2022년 중반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광둥성(Guangdong) 후이저우(Huizhou)에서는 2021년 중국 해양석유총공사(CNOOC)와 No.3 합작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에틸렌 생산능력을 370만톤으로 70% 확대하고 가전, 자동차부품용 PC(Polycarbonate)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이라크에서는 에틸렌 유도제품 생산을 위한 사업타당성 조사(FS)를 실시하고 있으며 조만간 의사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2015년 이라크 천연가스 개발기업과 에틸렌 생산능력 150만톤의 ECC를 건설하기로 1차 합의했고 후속으로 본격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