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화학 공장은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이 공개한 산업단지의 중대재해 발생 현황에 따르면, 산업단지공단 관할 64개 산업단지에서는 2017년부터 2022년 8월10일까지 중대재해 133건이 발생했다.
여수시도 여수국가산업단지 입주기업에서 1970년부터 모두 395건의 사고가 발생했고 3503명이 인명피해를 입었으며 사망자는 151명, 부상자는 281명, 재산피해는 약 1685억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노동계와 시민단체, 산업 전문가들은 사고 예방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석유화학기업들이 노후 설비를 교체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했으나 무시당했다는 입장이다.
제도와 법적 근거를 확보했음에도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석유화학기업들의 화학사고 예방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지 1년이 지났음에도 관련자 처벌이 없었고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22년 화학사고 줄었으나 인명피해는 비슷
환경부 산하 화학물질안전원은 2022년 1월1일-11월18일 발생한 화학사고가 총 58건으로 사망자 3명, 부상자 67명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고 발생건수는 2021년 93건보다 줄었으나 인명피해는 큰 차이가 없었다. 2021년에도 폭발과 화재, 누출로 4명이 사망하고 61명이 다쳤다.
4-5월 발생건수가 16건으로 가장 많았고 9-10월에만 8건씩 발생했다. 대형 석유화학기업들의 정기보수 일정과 맞물리고 있다.
화학물질 안전사고는 2022년 경기도에서 16건, 울산에서 9건, 전라남도와 충청북도, 경상북도에서 각각 5건 발생했으며 누출사고가 47건, 폭발과 화재가 각각 5건, 기타 1건으로 나타났다.
원인은 안전기준 미준수가 33건으로 가장 많았고 운송차량 문제로 인한 사고가 15건, 시설 결함에 의한 사고는 10건이었다.
다만, 운송차량 문제는 교통사고를 비롯해 탱크로리에 산성물질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용기·배관 파손, 부식 방지용 고무코팅 노후화로 발생하는 등 작업자 부주의와 장비 관리 소홀 및 노후화와 연결될 소지가 있었다.
누출 사고는 염산 7건, 암모니아 6건, 질산 5건, 황산과 수산화나트륨이 각각 3건 순으로 많았으며 염산 누출 7건 가운데 6건은 운송차량 결함으로 발생했다.
암모니아 누출은 시설 결함이 4건, 안전기준 미준수가 2건이었으며 질산 누출은 5건 가운데 4건이 안전기준을 준수하지 않아 발생했다.
폭발과 화재 10건은 모두 안전기준 미준수로 발생했으며 3명이 사망하고 33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화학사고, 대기업들도 피하지 못했다!
안전사고는 때와 장소, 중소·중견·대기업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2022년 1월4일 청주시 소재 아이티켐 공장에서 1,4-다이옥산(1,4-Dioxane)과 플루오렌(Fluorene) 혼합액을 반응기로부터 드럼으로 소분하던 중 미상의 점화원에 의해 폭발, 화재가 발생했고 1명이 다쳤다. 1,4-다이옥산 150리터가 누출됐다.
대경냉동 등 냉동창고에서는 시설 결함으로 암모니아가 누출됐고 선박의 곡류 살충제로 사용 후 수거된 고체 인화 알루미늄을 폐기하는 과정에서 일부가 물과 반응해 화재가 발생한 사고도 2차례 있었다.
2023년 1월 코스닥에 상장한 반도체용 특수가스 생산기업 티이엠씨는 2022년 4월1일 디보란(Diborane) 90리터가 누출되며 자연발화했고 과압 방지 기능이 없었던 봄베 4통이 내부 과압에 의해 폭발했다.
4월22일 동성케미컬 여수공장에서는 공기 배관 그라인더 절단 작업 중 인접한 황산 배관이 그라인더 날에 접촉해 파손되면서 황산 약 10리터가 누출되며 2명이 부상을 당했고, 5월13일 대동켐텍에서 접착제 제조 반응기 세척을 위해 DMF(Dimethylformamide)를 주입하고 교반하는 과정에서 순환펌프와 연결된 호스 연결부 파손으로 작업자의 안면에 DMF가 튀었다.
5월19일 에쓰오일 온산공장에서는 알킬레이션 공정 안티서지 밸브 정비작업 중 부탄(Butane) 누출로 폭발·화재가 발생해 협력기업 직원 1명이 사망하고 에쓰오일 직원 4명과 협력기업 직원 5명 등 9명이 부상을 입었다.
화학물질안전원에 따르면, 에쓰오일 온산공장 폭발로 피해액은 약 180억원으로 집계됐으나 당시 사고 확산을 막기 위해 사고 현장과 인접한 PP(Polypropylene), P-X(Para-Xylene) 플랜트도 셧다운했기 때문에 간접적인 추가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동서석유화학은 2022년 3차례나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5월 지하배관 부식으로 삼양사 울산 2공장 정문 부근에서 암모니아가 누출됐고 지하배관 보수작업 중 암모니아 회수배관에 압력계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추가 누출이 있었으며, 10월에는 시안화나트륨 공장 내 반응 열교환기 세정작업 중 세척액이 작업자 피부에 노출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SK지오센트릭도 8월31일 LLDPE(Linear Low-Density Polyethylene) 공정 사이클로헥산(Cyclohexane) 재생공정 전후단에 설치된 밸브 패싱 점검작업 중 폭발사고가 발생해 SK지오센트릭과 하청기업 근로자 가운데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크게 다쳤다.
11월12일 코오롱플라스틱에서는 벤젠(Benzene) 회수시설 후단 여과기를 분해해 여과망 청소작업 후 누출된 벤젠을 제거하지 않아 화재가 발생했다.
원료 의약품 생산기업인 화일약품에서도 반응기 배관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아세톤(Acetone)이 누출돼 1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다쳤다.
협력기업에 하청 맡기는 구조적 문제 여전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9월30일까지 발생한 중대재해가 443건이었으며 446명이 사망하고 110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자 165명 가운데 107명은 하청 노동자로 나타났다.
2022년 폭발 및 화재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한 여천NCC, 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도 하청기업 근로자들이 사망하거나 다쳤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에 따르면, 석유화학 사고 대부분이 시설 정비보수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석유화학기업들은 하청기업들에게 보수를 맡기고 있어 협력기업 근로자들이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원·하청이 함께 사전부터 철저하게 준비하고 협력해 유해·위험 요인을 파악한 후 사후조치까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들은 화학물질 취급공정을 협력기업들에게 하청주고 운영하거나 외부 임가공기업을 통해 화학물질을 공급받고 있으나 원청기업들의 총괄안전관리가 충분히 지원되지 않고 안전관리능력도 부족해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2013년 중대 화학사고 예방대책을 발표하면서 원청의 안전보건관리 책임 강화를 강조했으나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후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에쓰오일 이사회는 후세인 알 카타니 사내이사와 4명의 비상무이사, 5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으나 대부분이 에너지 전문가이고 안전과 관련한 전문가는 부재한 것으로 파악된다. (홍인택 기자: hit@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