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여름은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폭우가 일상화되면서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 곳곳이 몸살을 앓았던 한해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2023년 여름철이 가장 서늘한 여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구 온난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2050년을 목표로 넷제로를 추진하고 있는 선진국들이 목표를 변경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지구 평균기온을 섭씨 2도 이상 높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미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글로벌 경제·사회가 석유·석탄 베이스에서 바이오 베이스로 전환되어야 하는 이유이고 머지않아 바이오경제가 주축을 형성할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바이오경제(Bioeconomy)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09년 처음 주창한 개념이며, 정의가 명확하지는 않으나 화석자원을 탈피한 경제체제 전환, 에너지·제조 부문의 바이오매스 활용, 식품·헬스케어 부문의 바이오 기술 채용 개념을 포괄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OECD가 바이오경제를 주창한 이후 잇따라 국가 전략을 수립하고 있으나, 국가별 여건과 연구개발 정책 차이에 따라 세부 전략에 상당한 차이가 노출되고 있다. 유럽은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지구온난화 과제 해결을, 미국은 바이오 기술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을, 일본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산업 집중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럽은 연구개발 혁신을 통한 시장 확대와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1차산업의 지속가능성 강화를 위한 지식 기반 제공, 바이오 리파이너리 기술 개발, 파일럿플랜트 네트워크 구축, 바이오식품 시장 확대 등이 핵심이다.
미국은 연구개발 투자를 통한 바이오 연구 성과의 시장 연결 시스템 구축, 규제 장벽 해소, 인재 육성, 산관학 협력 틀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2012년 바이오경제 청사진을 발표한 이후 2016년 바이오경제 발전전략을 구체화했고, 2022년 바이오 기술 및 제조 혁신 관련 대통령령을 발동했다.
일본은 바이오와 디지털 융합을 위한 데이터 기반 정비, 글로벌 인재·투자 유치, 실증·연구 네트워크 구축, 창업·투자 환경 강화, 연구개발 인재 육성, 지식재산·유전자원 보호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2030년 세계 최첨단 바이오 경제·사회 실현을 목표로 산관학 협력을 통해 시장 선점이 가능한 9대 분야로 고기능 바이오 소재 및 바이오 플래스틱 육성, 1차 생산시스템의 지속가능성 확립, 유기 폐기물·배수 처리, 헬스케어·기능성식품·디지털헬스, 바이오의약·재생의료, 세포·유전자치료, 바이오 생산시스템 구축, 바이오 관련 분석·측정·실험 시스템 확립, 목재 활용 건축·스마트임업 육성 등을 선정했다. 매우 구체적이다.
일본은 2002년 바이오기술 전략을 발표한 이후 2010년 바이오매스 활용 기본계획 수립, 2016년 바이오산업 사회공헌 비전 발표, 2018년 통합혁신전략에 바이오 포함, 2019년 바이오 전략 수립, 2022년 바이오매스 추진 기본계획 확정 등 주도면밀하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바이오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으나 정유·화학기업들이 형식적으로 바이오화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을 뿐 구체적으로는 진전이 없는 상태이다.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데 바이오에 힘을 쓸 여력이 없다는 태도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오산업을 언급해도 반짝하고 마는 식이다.
단기적으로 화석자원 베이스 경제발전 체제에서 탈피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지속 가능한 경제 구축을 위해 바이오 경제·사회 전환은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도 글로벌 바이오경제의 흐름에 거슬리지 않도록 하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과 자세가 아쉽다. 바이오 소재·플래스틱은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