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화석연료를 열원이나 동력, 원료로 사용하는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탈탄소화가 필수적이며, 특히 화학, 철강, 시멘트, 제지·펄프, 항공 등 온실가스(GHG) 감축이 어려운 산업의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탄소중립을 실현하며 경제적 가치를 함께 창출할 수 있도록 성장지향형 탄소가격제(Carbon Pricing)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탄소가격제를 포함한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X: Green Transformation) 기본방침을 설정했다.
글로벌 CO2 배출량 316억톤 달해 블루오션 “기대”
일본은 탈탄소화 전략에서 경제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2023년 공개한 GX 기본방침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탈탄소), 에너지 공급 안정, 경제 성장 등 3개 요소를 동시에 실현하기 위한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과거 3개의 에너지·기후 관련 정책을 제정한 가운데 2021년 6월 개정 그린성장 전략으로 그린성장 가능성이 있는 14개 중점분야를 결정하고 장기적인 기술 개발 방향성을 제시하며 상용화까지 지원하기 위해 2조엔(약 18조원)대 그린 이노베이션(GI) 기금을 조성한 바 있다.
또 2021년 10월 내각회의에서 결정한 제6차 에너지 기본 계획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3년 대비 46% 감축하기 위해 에너지믹스 중기계획을 제시하고 에너지 공급 분야를 중심으로 정책을 정리했다.
GX 기본방침은 에너지·기후 관련 3번째 정책으로 온실가스 대량 배출 산업을 포함 에너지 수요 분야의 탈탄소화를 위한 정책까지 반영한 포괄적인 패키지로 평가되다.
특히, 에너지 수요 분야의 탈탄소화를 추진하기 위해 22개 분야에 대해 2050년까지 목표, 전략·목표 실현을 위해 필요한 투자액, 규제·지원조치 등을 정리한 로드맵을 제시해 주목된다.
기본방침에 따른 정책 실행을 위해 GX 추진법 등 GX 관련법을 2023년 정기국회에서 제정했으며 기본방침은 GX 관련법을 전제로 일부 수정을 거쳐 7월 말 GX 추진전략(탈탄소 성장형 경제구조 이행 추진전략)을 내각회의에서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이산화탄소 배출비중을 고려해 탄소중립 달성에서 수요산업의 노력을 중시하고 있다.
일본은 2020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총 10억4000만톤에 달했고 93%가 에너지 베이스 이산화탄소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에너지 베이스 이산화탄소 가운데 전력 관련 비율은 30% 수준이며 나머지는 산업, 운송 등 에너지 수요 분야에서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는 에너지 베이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16억7000만톤에 달해 일본 배출량은 전체의 3.2%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기술과 솔루션 개발을 선도하고 상용화에 성공해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 등에 제공함으로써 경제 성장 뿐만 아니라 글로벌 탈탄소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너지 공급 안정화 위해 150조엔 투자
GX 기본방침은 크게 에너지 안정 공급과 성장지향형 탄소가격제로 구성돼 있다.
에너지 안정 공급 확보 전략은 2050년까지 에너지 안정 공급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 개발 및 설비투자 지원 내용으로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겠다는 목표 아래 철저한 에너지 절약, 재생에너지의 주전력원화, 원자력 활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동시에 화학, 철강, 시멘트, 제지·펄프, 자동차 등 22개 분야에서 GX 실현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으며, 특히 화학산업은 원료 및 연료 전환에 3조엔(약 27조원) 이상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기본방침은 GX 실현을 위한 원료 전환 방안으로 이산화탄소 베이스 화학제품, CR(Chemical Recycle), 암모니아(Ammonia) 연료형 NCC(Naphtha Cracking Center)를, 연료 전환 방안으로는 석탄화력 자가발전소 연료전환, 유리 용해로 연료 전환 등을 확정했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과 산업 경쟁력 강화, 경제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22개 분야를 중심으로 10년 동안 150조엔 이상의 민·관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투자 구체화를 위한 성장지향형 탄소가격제 구상 등 GX 추진법을 정기국회에서 통과시켰다.
탄소가격제, 탄소중립과 경제 성장 “병행”
GX 기본방침 중 성장지향형 탄소가격제는 이산화탄소에 가격을 설정해 배출기업의 행동 변화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먼저, GX 경제이행채권을 통한 선행투자 지원으로 국채를 활용해 앞으로 10년 동안 기금 20조엔을 조달하고 22개 분야의 산업 구조 전환을 지원할 예정이다. 20조엔을 마중물 삼아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민·관 150조엔의 GX 투자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음으로 탄소 부과금과 배출량 거래를 조합한 하이브리드형 탄소가격제 도입에 나설 계획이다.
GX 리그 제도를 발전시켜 2026년경부터 화학 등 대량 배출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배출량 거래제도를 본격 도입하고 도입기업이 자체적으로 감축 목표치를 설정한 후 달성하지 못했을 때는 경쟁기업 및 정부로부터 배출권을 구입하도록 할 방침이다.
2033년경부터 발전 사업자에 대한 유상 경매를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일본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석유 도매기업, 상사 등 화석연료 수입 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탄소 부과금을 2028년경부터 도입하며 석유·석탄세 면세 및 환급 조치가 고려되고 있는 나프타에도 당분간 탄소 부과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탄소가격제로 발생한 재원은 GX 경제이행채권 상환에 충당한다.
마지막으로 민간 부문의 자금 도입을 촉진하기 위한 새로운 금융 활용을 염두에 두고 민·관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해 이르면 2024년 GX 추진기구를 설립할 방침이다.
GX 추진기구는 금융 지원 뿐만 아니라 배출권 거래제도 운영, 화석연료 부과금 및 특정 사업자에 대한 부담금 징수까지 담당할 예정이다.
투자 형평성 고려한 보완 시급…
성장지향형 탄소가격제는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탄소가격제는 중장기적으로 석유·석탄세 및 재생가능에너지 부과금 등 관련기업이 에너지와 관련해 부담하는 총액을 줄여가는 과정에서 도입해 산업계 부담에 변화가 없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탈탄소 투자를 앞당겨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든 관련기업의 메리트는 크나 투자를 쫓아가지 못하는 개별기업은 배출권 대량 구입 및 탄소 부과금이 가중된 화석연료 조달로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또다른 문제는 GX 경제이행채권을 통해 조달한 20조엔의 선행투자가 실제로 130조엔의 만간 투자를 유발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유럽, 미국은 탈탄소 투자에 공적자금과 민간자금을 혼합해 자금을 공급하는 혼합금융(BF: Blended Finance) 활용을 주목하고 있으며 일본도 GX 경제이행채권 20조엔 자금을 당초부터 민간자금을 혼합한 BF로 설계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부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해외금융기관 등이 성장지향형 탄소가격제에서 이산화탄소 1톤당 관련기업이 부담하는 금액이 유럽 등에 비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등 배출 억제 효과가 한정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