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 새로운 GX(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추진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GX 국가전략을 발전·확대한 GX2040 Vision 개정안을 2025년 2월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GX2040 Vision은 에너지 정책과 산업정책이 일체화된 장기전략으로 에너지 공급 확보와 GX 구현을 위한 △산업구조 △산업입지 △시장창조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센터, 반도체 등 미래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성장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재생가능 에너지와 원자력, 이산화탄소(CO2) 포집·저장(CCS) 접목 가스화력, 수소·암모니아(Ammonia) 혼소 등 탈탄소 전력원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 2025년 GX2040 Vision 제정
일본 정부는 GX2040 Vision을 통해 탈탄소화의 구체적 로드맵을 민·관이 공유할 방침이다.
정책의 방향성을 밝혀 산업계의 사업 예측성을 강화하고 투자를 촉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GX2040 Vision은 2023년 7월 국무회의에서 결정한 GX 구현을 위해 150조엔(약 1431조원)의 민·관 투자를 유치하는 GX추진전략을 발전시킨 것이다.
일본 정부는 △중동정세 악화 및 석유연료 개발 투자 감소 △DX(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확대 및 전동화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미국-중국 신냉전 구도에서의 GX 공급망 확립 등 급변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면서 산업계의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GX의 미래상을 제시할 필요성을 인정했다.
아울러 ①GX 시장 창조 ②에너지 확보 ③GX 산업구조 ④GX 산업입지 등 4개 축을 중심으로 탈탄소화를 위한 구체적인 궤적을 함께 제시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에너지 공급 확보, GX 산업구조, GX 시장 창조 등 주제별로 수상, 관계부처 장관, 전문가를 초빙해 GX2040 Leaders Panel을 개최하고 경제산업성과 내각관방 심사회에서 정책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거쳐 2024년 말 내각 관방장관 산하 GX 실행회의에서 개정안을 정리했다.
에너지 분야는 에너지 기본계획 수립 3년을 고려해 2024년에 종합자원에너지조사회(METI) 분야별 심의회에서 논의했으며, GX 시장 창조는 배출량 거래 의무화 등 탄소가격제 세부 설계를 담당하는 지식인 회의를 거쳤다.
GX 산업구조 및 산업입지에 대해서는 GX 추진전략 분야별 투자 전략안을 정리한 전문가 워킹그룹이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산업, 적절한 GX 가치 평가 시스템 도입
일본은 화학산업의 GX 가치 평가 시스템을 도입해 GX 시장 형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화학산업에서 GX 시장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폐플래스틱, 바이오 베이스 화학품 등 그린화학제품의 GX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그린화학제품은 생산 프로세스를 전환함에 따라 코스트가 상승하는 반면 소재로서의 기능성은 동일하기 때문에 추가 노력 없이는 쉽게 거래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그린화학제품 거래 확대를 위해 삭감 실적량과 삭감 기여량을 파악해 GX가치를 가시화하고 그린화학제품이 선택되도록 시장환경을 정비할 계획이다.
또 성장 지향형 탄소가격제를 강화해 2026년부터 일정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대기업의 배출량 거래제도 참여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기존 석유연료 베이스 화학제품의 코스트가 증가하면 그린화학제품과의 가격 차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배출이 주력인 대기업은 GX 리그에서 자율적으로 설정하는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배출량 거래제도(GX-ETS) 참여가 필수화된다.
아울러 2030년 목표 배출량은 정부가 산업별 특성을 고려해 결정할 방침이다. 정부의 목표 배출량에 따라 대상기업들이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제3자 인증기관이 감축 목표가 정부의 방침에 적합한지 인증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에너지, 탈탄소 전력원 투자여건 보장
GX 구현을 위해서는 탈탄소 전력원에 대한 투자가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데이터센터, 반도체 등 DX 분야에서는 스코프2를 고려한 최종사용자의 탈탄소 전원 니즈가 큰 편이다.
인구 감소 등으로 완만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던 전력 수요는 생성형 AI(인공지능)를 비롯한 DX 확대에 따른 데이터센터 증설, 반도체 공장 집적화, 열 수요 전기화 등의 영향으로 2027년경부터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생산은 전력 출력을 일정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어 원자력이 최적의 전력원으로 평가된다. 해상풍력·태양광발전 등 재생가능 에너지로도 대응이 가능하나 출력 변동을 조정하기 위해 대규모 배터리 접속이 강제화되고 코스트 상승으로 이어진다.
다만, 전력원에 대한 투자는 막대한 코스트가 가중되며 전력기업 입장에서도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제조용 탈탄소 전력원 수요의 크기를 예상할 수 없으면 적극적인 투자가 어렵다.
전력기업이 보수적인 수요 예측에 기반해 과소 투자하게 되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투자를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가 있으며, 성장산업의 투자가 가속화되지 않으면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져 고용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일본 정부는 GX2040 Vision을 통해 미래의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신증설에 따른 탈탄소 전력원 수요 전망을 제시하는 동시에 전력기업이 안정적으로 탈탄소 전력원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정책을 검토할 계획이다.
특히, 전력기업의 탈탄소 전력원 투자를 촉진하고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낼 방침이다.
산업구조, Speed & Scale로 재편
일본 정부는 Speed & Scale을 고려한 산업구조 전환을 장려하는 시스템을 추진한다.
화학, 철강 등 강점인 소재산업과 자동차기업의 공급망 전체를 남기면서 GX를 통한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필요한 GX 산업구조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재생가능 에너지 가운데 하나인 태양광발전용 실리콘(Silicone)계 태양광 패널은 상당수를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공급안정을 고려해 일본에서 주원료 수급이 가능한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태양전지 상용화에 속도를 내는 등 GX 공급망 확립을 위한 정책을 검토할 방침이다.
산업입지, 탈탄소 전력원과 연계
탈탄소 전력원 공급기지 등 산업 집적체계도 검토하고 있다.
수소, 연료 암모니아, 합성연료는 석유화학단지 등 기존 산업 집적지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공급기지 인프라를 확보할 방침이다.
재생가능 에너지 적합지와 원자력 입지는 제한적이다. 홋카이도(Hokkaido), 규슈(Kyushu), 간사이(Kansai) 지역만 탈탄소 전력원 비율이 40%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송전망 정비에는 시간과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장 등 탈탄소 전력원을 요구하는 수요기업을 재생에너지 적합지와 원자력 입지에 집적화되기 쉽다.
데이터센터에 직접 소형 모듈 원자로(SMR)를 건설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icorosoft)의 사례가 유명하며 아마존(Amazone) 역시 원자력 발전과 직결된 데이터센터를 인수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탈탄소 전력원 잠재력이 큰 지역에 성장산업 유치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화학·소재산업의 구조 전환을 위한 산업입지 스타일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나프타(Naphtha)를 대체하는 새로운 탄소원으로 바이오매스, 폐플래스틱 공급 잠재력 및 운송 코스트, 처리 방법 등을 반영해 그린산업단지 최적지를 선정할 방침이다.
아울러 제지산업을 목질 펄프를 활용한 바이오 리파이너리(Bio-Refinery) 산업으로 구조 전환하는 방안도 GX2040 Vision에 포함시켰다. (윤)
표, 그래프: <일본의 GX2040 Vision>
<화학저널 2025년 06월 02·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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