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간 사업 다양화 노력 미미 … 일본 메이저 우베도 글로벌 감산
카프로락탐(CPL: Caprolactam)은 중국발 공급과잉에 따른 수익 악화가 장기화되고 있다.
카프로락탐은 2023년 12월 아시아 가격이 톤당 1640달러, 중국 내수가격은 1만3100위안으로 소폭 회복됐으나 아시아 곳곳에서 정기보수 일정이 겹치면서 발생한 일시적 수급타이트에 따른 것에 불과하며 실제 수급은 개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카프로락탐 생산기업인 카프로(대표 김기일)는 장기간 이어진 공급과잉 여파로 9월 워크아웃(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을 신청했다. 산업은행, 농협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으로부터 빌린 단기차입금이 상반기 1268억원에 달했고 전체 차입금은 1875억원이어서 계속경영 상태 유지를 위해 경영권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카프로는 카프로락탐 생산능력이 27만1000톤으로 국내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2011년 영업이익 2163억원을 기록했으나 2015년 전후로 중국발 공급과잉에 밀려 수익 침체가 심화됐고 2022년 마이너스 1222억원, 2023년 상반기 마이너스 342억원으로 장기간 영업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나일론(Nylon) 체인 뿐만 아니라 각종 합성섬유 서플라이체인에서 원료, 최종제품을 가리지 않고 신증설을 가속화하며 공급과잉을 야기하고 있다.
카프로락탐은 중국가격이 9월 한때 1만4200위안으로 상승하며 회복 가능성을 나타냈으나 중국 생산설비 일부에서 트러블이 발생한 요인이 작용했으며 국경절 연휴가 끝난 10월 초부터 나일론 수요 부진이 크게 작용했을 뿐만 아니라 원료 벤젠(Benzene)까지 약세를 나타냄에 따라 하락 전환했다.
11월에는 아시아 가격이 상순 1600달러 후반, 중순 1620달러 초반, 하순 1640달러로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냈고 중국가격 역시 상순 1만2800위안에서 하순 1만3200위안으로 상승했으나 전반적인 수급 상태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시적인 수급타이트가 발생해 반등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12월 중순부터 정기보수를 마친 플랜트들이 잇달아 재가동하며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있고 벤젠 가격이 11월 중순 7700위안에서 하순 7000위안 이하로 급락함에 따라 2024년 초에는 중국가격과 아시아 가격 모두 더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나일론 수요 침체도 카프로락탐 시황에 하방압력을 가하고 있다.
중국은 나일론 가동률이 2023년 하반기 70%대 중반에 머물러 카프로락탐 생산기업들이 정기보수를 마치고 재가동한 이후 수요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카프로 뿐만 아니라 일본 메이저 우베(UBE)마저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며 글로벌 사업장 전반에서 생산능력 감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우베는 PA(Polyamide) 6 사업을 확대하며 원료용 카프로락탐도 강화했으나 2024년 주요 자회사인 우베케미칼(Ube Chemical)의 9만톤 공장을 가동중단하기로 결정했으며, 2030년 카프로락탐 원료용 암모니아(Ammonia) 생산까지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타이, 스페인 등 해외공장 역시 감축 대상으로 주목하고 있다. 다만, 원료 사이클로헥산(Cyclohexane)에서 나일론까지 일관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카프로락탐 생산을 전면 중단하기보다 일부 감산하고 외부조달로 전환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베는 카프로락탐 등 기초화학 사업 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신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스페셜티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나일론 컴포짓은 일본, 타이, 스페인, 미국에서 생산하며 전기자동차(EV)나 연료전지자동차(FCV)용 소재로 고부가화를 도모하고 있다. 또 일본 사카이(Sakai) 공장 연구개발(R&D) 센터에 컴포짓 소재 연구동을 신설하고 2025년 4월부터 고부가 그레이드 공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밖에 바이오 메탄(Methane) 제조용 이산화탄소(CO2) 분리막, 수소 분리막 신증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C1 케미칼은 북미에서 LiB(리튬이온전지) 전해액용 DMC(Dimethyl Carbonate), EMC(Ethyl Methyl Carbonate) 플랜트 건설을 추진하는 등 배터리 관련 투자를 적극화하고 있다.
카프로는 2015년 전후로 중국의 신증설 투자에 따른 수익 악화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2016년 일시적인 중국가격 폭등세를 타고 수익 호조를 누리며 포트폴리오 다양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2020년 2차전지 양극재, 전해액용 고농도 황산 공급 확대 계획을 공개하며 카프로락탐 의존형 사업에서 탈피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반도체용 고순도 황산 생산에 나선 남해화학이나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확대할 수 있는 황산니켈, 황산코발트 분야에 진출한 LS MnM, 코스모화학과 달리 미래 비전 수립이 부족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강윤화 책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