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카프로락탐(Caprolactam)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카프로락탐은 자동차와 가전 부품, 식품용 필름, 의류용 섬유 용도에서 이용하는 PA(Polyamide) 6의 원료이며 글로벌 수요는 필름·섬유 용도를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시아 시장은 중국이 자체 수요를 넘어서는 신증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전반적으로 공급과잉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카프로락탐 생산기업인 카프로는 생산을 중단하고 수소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일본 메이저 우베(UBE)는 일본, 타이, 스페인 공장에서 구조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카프로, 카프로락탐 대신 수소 중심으로 전환
카프로(대표 박성명)는 석유화학 사업을 완전히 접고 수소(H2) 중심의 에너지기업으로 전면 전환한다.
카프로는 2024년 말 기준 사업 자산의 약 20%를 수소 인프라 부문으로 전환했으며 2027년까지 수소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2025년 5월 울산으로 본사 이전 절차를 마무리하고 울산 온산단지 1만6500평방미터 부지에 국내 최대 수소 출하센터를 준공해 가동에 돌입했다.
6월30일 공시한 생산중단 결정 보고서에 따르면, 카프로는 글로벌 시장 공급과잉 및 나일론(Nylon) 수요 둔화를 이유로 카프로락탐 생산설비의 가동을 중단했으며 재가동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카프로의 수소 사업 전환은 정밀화학기업 중 최초로 수소 인프라 진입 사례라는 점과 기존 생산설비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전환 비용을 절감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카프로는 기존 카프로락탐 생산설비와 배관망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있으며 수소 출하센터는 카프로락탐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압축·정제해 출하하는 방식으로 고압 튜브 트레일러 베이스 저장·출하 시스템을 마련했다.
수소자동차 약 8500대, 수소 튜브 트레일러 18대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시간당 2만노말입방미터, 하루 약 43톤의 고순도 수소를 충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카프로는 부생수소 활용 뿐만 아니라 암모니아(Ammonia) 크래킹(Cracking)을 통한 청정수소 생산도 추진하고 있다.
온산 부지에 카프로락탐 생산용으로 보유한 1300톤의 암모니아 저장탱크를 활용해 청정 암모니아를 수입한 후 크래킹을 통해 청정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또 이산화탄소(CO2) 포집‧활용(CCU) 기술을 도입해 블루수소를 생산하고,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탄산암모늄 제조에 활용할 방침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공동 연구를 통해 탄산암모늄이 질소산화물(NOx)을 제거하는데 효과가 있음을 규명해 산업용 요소수를 대체할 수 있는 탄산암모늄 용액을 생산하고 있으며,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탄산암모늄 외에도 드라이아이스, 조선소 용접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공급할 예정이다.
국내 최대 수소 출하센터 가동했지만…
카프로는 2025년 1분기 매출이 23억원으로 전년대비 64.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81억원으로 50.4% 증가해 근소한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2025년 수소 인프라 매출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영업실적이 추가로 개선될지 주목된다.
앞으로 수소산업 전반의 제도적, 인프라적 환경 조성이 카프로의 구조 전환 성패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수소산업은 정부가 2019년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연평균 33%의 성장률을 보이며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다만, 수소자동차 증가율이 크게 둔화됐으며 수소 충전 인프라는 2025년 1월 기준 국내 수소 충전소 수가 총 248개로 정부 목표인 1200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높은 수소 발전 가격 또한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수소 발전 가격은 kWh당 241원으로 태양광발전 112원 대비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소 유통·저장기술 역시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기에 아직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수소에너지학회는 현재 국내 상황에서 수소경제는 생산보다 유통·저장·활용 단계에서 사업화 모델을 찾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정책과 시장의 불균형 속에서 수소를 직접 생산하지 않으면서 압축·정제 인프라에 집중하는 카프로와 같은 사업자는 중간 플랫폼 사업자(Midstream Operator)로 기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은 수소 허브 지원에 70억달러의 공적 자금을 배정했고, 일본은 수소사회촉진법을 통해 생산 차액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각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수요 확보 및 보조금 정책이 확립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 보조금 정책, 충전소 확대, 민간 수요처 확보 등 시장 외부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것으로 평가된다.
우베, 타이 플랜트 가동중단 결정
우베는 채산성이 악화된 기초화학제품 사업에서 구조개혁을 단행하고 있으며 2027년 3월까지 타이 카프로락탐 플랜트 가동중단 및 생산능력 감축을 실시하고 고부가제품 전환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암모니아 및 다운스트림 가동중단 일정을 앞당길 예정이며, 유럽 사업장은 일부 다운스트림 생산을 중단함으로써 고부가제품 비중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5년 3월 결산 기준 감손손실 약 350억엔을 일괄 계상했으나 스페셜티 케미칼 중심으로 수익구조를 개선함으로써 중장기 성장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우베는 일본, 타이, 스페인에서 암모니아와 사이클로헥산(Cyclohexane)을 활용해 중간원료 카프로락탐을 만들고 나일론 폴리머를 생산했으나 최근 중국의 생산능력 확대의 영향으로 시황 변동 폭이 커지고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면서 구조개혁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타이에서는 2027년 3월 사이클로헥산과 카프로락탐, 부생물 황산암모늄(Ammonium Sulfate) 생산을 중단하고 나일론 폴리머 생산설비는 2기에서 1기로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동시에 사이클로헥산에서 부생되는 1,6-헥산디올(Hexanediol)과 1,5-펜탄디올(Pentanediol) 등도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다만, 자동차부품용 복합소재 컴포짓은 페인트, 코팅제, 접착제 고기능화에 기여하는 PCD(Polycarbonate Diol)와 폴리부타디엔(Polybutadiene) 등 엘라스토머 사업에 주력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줄 방침이다.
타이 생산체제 변경은 현지법인인 Ube Chemicals Asia 주주총회를 거쳐 조만간 최종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공장도 가동중단하고 저탄소 체제로 전환
우베는 일본 자회사 우베케미칼(Ube Chemical)을 통해 가동하고 있는 우베공장에서도 사이클로헥산, 카프로락탐, 나일론 폴리머 등을 2027년 3월, 암모니아는 2028년 3월 말까지 각각 가동중단할 계획이다.
다만, 스페인에서는 카프로락탐과 나일론 폴리머 생산을 계속하며 리사이클 소재나 바이오 원료를 활용해 친환경 나일론을 생산하기 위한 투자를 이어갈 예정이다. 유럽은 아시아보다 시장 환경이 안정적이고 우베는 유럽 식품포장용 나일론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공장도 상대적으로 채산성이 좋지 않은 사이클로헥산과 1,6-헥산디올, 1,5-펜탄디올 등은 수요기업과의 조정을 거쳐 생산을 중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베는 구조개혁 비용으로 2025년 3월 결산에서 타이 약 250억엔, 우베케미칼 약 100억엔의 감손손실을 계상했으며 최종손익 예상은 175억엔 적자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암모니아와 카프로락탐 가동중단 시기를 앞당김으로써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3년 대비 5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2028년에 조기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기초화학제품 구조개혁을 다양하게 실시함으로써 스페셜티 사업 중심으로 V자 회복을 도모할 예정이다.
중국, 카프로락탐 500만톤 또 증설
중국은 앞으로 카프로락탐을 최소 500만톤 증설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프로젝트는 내륙부에 플랜트를 건설하는 내용으로 황산암모늄 수출을 위해 연안부까지 운송할 때 코스트가 추가되기 때문에 지정학적 상황 변화로 시황이 하락할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일본 하이켐(Highchem)은 중국에서 카프로락탐 라이선스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하이켐은 2024년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로부터 황산암모늄이 부생되지 않는 카프로락탐 생산 프로세스를 인수한 바 있다. 스미토모케미칼은 2003년 세계 최초로 황산암모늄이 부생되지 않는 기상법을 적용한 베크만 전위(Beckmann Rearrangement) 프로세스를 상용화했으며, 전공정에도 황산암모늄이 함께 생산되지 않는 암옥심화(Ammoximation) 기술을 도입해 부생물질 없는 프로세스를 구현했다.
카프로락탐 생산 프로세스는 전구체인 사이클로헥사논옥심(Cyclohexanone Oxime)을 얻는 전공정과 사이클로헥사논옥심을 베크만 전위시켜 카프로락탐을 만드는 후공정으로 이루어지며 전·후공정에서 생산되는 카프로락탐 생산량의 최대 4배에 달하는 황산암모늄이 부생된다.
다만, 스미토모케미칼 기술은 15만톤급 플랜트에 적용이 가능하나 중국은 라인당 생산능력 20만-30만톤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하이켐은 중국 상황에 맞추어 스케일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미 파트너 후보와 교섭을 시작했으며 스미토모케미칼로부터 촉매 관련 지식재산권(IP)을 인수하고 제올라이트(Zeolite)계 촉매 직접 공급을 위한 연구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산암모늄은 산성비료로 알칼리성 토양 개량에 사용하지만 중국은 화난(Huanan) 지역을 중심으로 산성토양이 많아 황산암모늄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생산하는 황산암모늄의 약 70%를 수출하고 있다.
또 카프로락탐 플랜트는 생산능력 기준 약 80%가 전공정에서 황산암모늄이 부생되지 않는 암옥심화 기술을 채용하고 있으며 최근 지정학적 요인으로 세계적으로 황산암모늄 시황이 높아지고 있어 기상법 후공정 도입이 요구되지는 않고 있다. (이주윤 기자: ljy@chemlocus.com), (윤우성 선임기자: yys@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