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코로나19 사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경제가 침체되고 있음에도 경제성장률은 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갈수록 중국 견제를 강화하고 있고 부동산 버블이 경제를 뒤흔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5%대 성장률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은 중국의 잠재력이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며, 중국이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것임을 잘 증명해주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전기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했고,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는 이미 한국을 제치고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반도체는 후발주자이고 미국의 견제가 심각한 국면이나 양적인 측면에서는 한국, 타이완, 일본, 미국을 앞서가고 있다.
화학산업도 마찬가지이다.
무기화학제품이나 정밀화학 원료·중간체, 의·농약 원제·중간체는 일부를 인디아에서 조달하고 있으나 중국을 빼놓고서는 논할 수 없는 상태이고, 최근 들어서는 석유화학까지도 수입국 지위에서 탈피해가고 있음은 물론 일부는 글로벌 시장을 흔들고 있다.
에틸렌, 프로필렌은 당분간 중국이 자급화하지 못할 것이라는 글로벌 컨설팅기업들의 꼬임에 빠져 경쟁적으로 신증설한 결과 공급과잉의 질곡에 빠졌고,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수익성이 악화돼 생사의 기로를 헤매고 있다. 중국 경제가 호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일시적 요인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될 뿐이다.
LG화학, 롯데케미칼이 수익성이 악화된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뒷북을 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짧게는 4-5년, 길어야 10년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수천억원, 수조원을 퍼부었다고 생각하니 망하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이 요행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중국이 반도체·배터리·태양광용 광물 시장에서 어떠한 전략을 펴고 있는지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 석유화학 시장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청정에너지 기술 사용이 급증하면서 핵심 광물 시장이 5년간 2배 성장해 2022년 3200억달러에 달했고 리튬 수요는 300%, 코발트는 70%, 니켈은 40% 급증했다. 청정에너지용 점유율이 리튬은 2017년 30%에서 2022년 56%, 코발트는 17%에서 40%, 니켈은 6%에서 16%로 크게 높아진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핵심 광물 거래가격이 급등과 폭등을 반복한 것은 당연하고 EU가 핵심 원자재법안(CRMA),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여기에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남미 국가들이 투자를 적극화하고 있으나 중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대·최고의 광물·금속 생산·정제 기술을 보유한 중국이 아프리카, 중남미 광산을 장악하고 해외 정제·가공 투자를 통해 공급선을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다.
게르마늄·갈륨·흑연을 중심으로 한 희소광물은 수출제한 조치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을 지배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갈륨 생산량의 90%, 게르마늄은 60%, 흑연은 정제량의 90% 이상을 장악한 가운데 일본·미국·한국 산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석유화학은 광물·금속과 성격이 다르나 중국의 신증설 속도를 감안할 때 아시아에 그치지 않고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단기적 수익 올리기에 급급해 횡포가 상당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중국은 석유화학제품도 수출입 통제를 통해 시장을 교란할 수 있고, 시장 혼란을 틈타 경제적·지정학적 부수 효과를 노릴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