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유·화학기업, 6월 무관세 연장 요청 … 정부, 관세 면제 유지 추진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정부에게 6월 나프타(Naphtha) 관세 0%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석유화학 분야 주요 경쟁국인 중국, 인디아, 중동 국가들의 대규모 석유화학 증설로 국내기업들의 석유화학제품 수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됨에 따라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와 생활용품 물가 안정 등을 위해 나프타와 나프타 제조용 원유의 관세율을 2023년 7월6일부터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2015년 세금 확보를 위해 11년간 무관세를 적용하던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대해 탄력관세 0.5%를 부과했으며 수입 나프타에도 0.5% 관세를 적용하며 정유기업과 석유화학기업 사이의 관세를 통일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나프타는 기본세율 0%에서 조정관세 0.5%를 적용하던 중 관세율 인하로 전체 수입량에 대해 0%의 변경세율이 적용됐으며 나프타 제조용 원유는 기본세율 3%에서 할당관세 0.5%를 적용하던 중 수입량 1억배럴에 한해 무관세를 적용했다.
조정관세는 공급과잉, 산업 구조 변화 등으로 국내 산업의 기반이 위태로울 때 물가 안정이나 원활한 물자 수급, 세율 불균형 시정 등을 위해 특정 수입물품에 기존 관세율보다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최고 관세율 100%의 탄력관세로 경쟁력이 취약한 농산물 등이 주요 지원 대상이다.
할당관세는 특정 수입물품이 일정 수량을 넘지 않으면 기존 관세율보다 낮은 관세율을 적용해 관세를 감해주고, 일정 수량을 초과하면 일부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탄력관세로 국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제도이다.
탄력관세에는 덤핑방지관세, 보복관세, 긴급관세, 조정관세, 상계관세, 할당관세 등이 있다.
석유화학산업의 핵심 기초원료인 나프타는 에틸렌(Ethylene) 등으로 가공한 후 합성섬유, 합성고무, 플래스틱 등의 생산에 사용한다.
한국은 나프타를 수입하거나 수입한 원유를 원료로 나프타를 제조하나, 2023년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러시아산 나프타 수입에 차질이 발생해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크게 늘어난 바 있다.
정부의 관세율 인하로 국내 정유·화학기업들은 기존 0.5%의 관세율이 적용됐던 나프타, 나프타용 원유 등 나프타 관련 2가지 품목을 2023년 말까지 무관세로 수입했으며 2024년 1월에는 6월까지 무관세 정책 연장이 결정된 가운데 현재 정유·화학기업들이 재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관계자는 “관세율 인하가 수입하는 나프타 외에 국내 정유기업에서 공급받는 나프타에도 무관세 혜택을 적용하는 구조여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4년 4월3일 강경성 1차관 주재로 열린 석유화학산업 간담회에서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복합적 위기에 따라 나프타 관세 면제를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석유화학 시장은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의 경기침체와 글로벌 공급과잉, 고유가, 친환경 전환 압력 가중 등으로 수익성이 급감해 2023년 수출액이 전년대비 15.9% 감소하고 NCC(Naphtha Cracking Center) 가동률 역시 7.1%포인트 하락하는 등 복합적 위기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평가된다.
산업부는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협의체를 만들어 국내 석유화학산업 현황을 정밀 진단하고 위기 극복 및 경쟁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2024년 1분기 역시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케미칼은 1분기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135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적자 폭이 1100억원 가까이 확대된 것으로 파악된다.
LG화학은 2차전지를 포함해도 1분기 전체 영업이익이 2646억원으로 67.1% 급감했으며 금호석유화학은 영업이익이 786억원으로 40.5% 감소했고, 한화솔루션은 마이너스 2166억원으로 5년만에 적자전환하며 중국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춘절 이전 재고 재비축 수요도 크지 않고 물류비가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 대부분 수익성이 4분기보다 낮다”고 분석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증설 러시가 감소할 것으로 기대됨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시황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가운데 국내기업들은 저수익 설비를 매각하는 등 체질개선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김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