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살리기에 들어간 SK그룹이 SK이노베이션(SKI)과 알짜 계열사 SK E&S를 합병할지 주목된다.
SK그룹은 방만한 투자에 따른 중복 사업을 정리하고 미래 사업 투자를 위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 전반에 걸쳐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합병하면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부터 신재생에너지에 이르는 자산 총액 약 106조원의 초대형 에너지기업이 탄생한다.
SK온과 SK엔무브 합병, SK온과 SK E&S합병,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지분 매각 등도 포트폴리오 조정안으로 언급된 바 있다.
SK그룹이 대대적인 사업 리밸런싱에 나선 것은 계열사가 219개까지 불어나면서 조직 비대화와 비효율이 심해졌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SK그룹의 계열사는 219개이며 2024년 처음으로 200개를 돌파했다. 계열사 수는 2014년 80개에서 2018년 101개, 2020년 125개, 2024년 219개로 10년 동안 3배 가까이 증가했다.
SK그룹의 계열사 숫자는 88개 대기업 집단 중에서도 압도적인 수준이다.
자산 상위 10대 그룹의 계열사 수는 삼성 63개, 현대자동차 70개, LG 60개, 포스코 47개, 롯데 96개, 한화 108개, HD현대 29개, GS 99개, 농협 54개 등 SK그룹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카카오(128개)보다도 100개 가까이 많다.
SK그룹의 과도한 계열사 숫자는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 전략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일례로 SK에코플랜트는 건설에서 환경·에너지 분야로 투자를 확대하면서 2021년 대원그린에너지(현 리뉴원)를 인수했다.
리뉴원은 이후 구조 재편을 거쳐 현재 종속기업으로 리뉴에너지대원, 리뉴에너지그린, 리뉴에너지전남, 리뉴에너지충남, 리뉴에너지새한, 리뉴에너지메트로, 리뉴랜드청주, 리뉴콘대원, 리뉴로지스 등을 거느리고 있다.
SK그룹이 투자기업 기능을 강화한 영향도 크다. 2021년 출범한 그룹 투자전문기업 SK스퀘어는 23곳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나 2023년 기준 18개곳이 적자를 냈다. SK스퀘어의 적자는 2조3397억원에 달했다.
SK그룹은 219개 계열사 중 수익성이 없거나 사업이 겹치면 서로 합병하거나 일부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SK에코플랜트처럼 사업 확장 과정에서 인수기업에 딸려 온 자회사가 많아 계열사를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SK그룹은 베트남 마산(Masan) 그룹 지분 9% 처분을 통한 1조원 이상 자금 확보, 한국초저온 지분 21% 매각 등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