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화학기업들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응해 구조개혁을 본격화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범용제품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스페셜티 중심으로 전환하며 중국의 신증설 확대에 대응했으나 최근 중국이 스페셜티 분야마저 추격함에 따라 보다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년 동안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한 생명과학 및 헬스케어 분야를 재정비 대상으로 새롭게 분류하고 있으며 반도체 소재 분야도 재편 움직임이 활발한 것으로 파악된다.
석유화학 및 기초화학제품 등 범용화학 분야는 중국 경기침체로 수요 증가율이 둔화됐고 중국이 생산능력을 계속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사업환경 악화가 확실시되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 분야는 2024년 일부 수요 회복이 기대되나 2025년 이후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워 스팀 크래커 가동중단 및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
20개월 연속 저가동 이어지며 침체 심화…
일본 석유화학산업은 인구 감소에 따른 내수 축소, 중국 신증설 확대 여파로 장기간 수익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에틸렌(Ethylene) 크래커 가동률은 2024년 3월 기준 20개월 연속 손익분기점 90%를 하회했으며 중장기적으로 수익 개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 정책을 강화하며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감축 및 자원순환이 가능한 차세대 석유화학 컴플렉스 구상이 부상한 것도 기존 석유화학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 현재 에틸렌 생산용 스팀 크래커를 12기 가동하고 있으나 2016년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와 미츠비시케미칼(Mitsubishi Chemical)이 각각 단독으로 가동했던 미즈시마(Mizushima) 스팀 크래커를 통폐합하며 합작사업으로 전환한 이래 에틸렌 구조재편은 실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미쓰이케미칼(Mitsui Chemicals)과 이데미츠코산(Idemitsu Kosan)은 치바(Chiba) 및 게이요(Keiyo) 지역에서 스팀 크래커 집약화를 선언함에 따라 스팀 크래커 통폐합을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 재편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치바 및 게이요 지역은 일본의 수도권으로 에틸렌 생산능력은 미쓰이케미칼 55만톤, 이데미츠코산 37만톤, 마루젠석유화학(Maruzen Petrochemical) 48만톤, 마루젠석유화학과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이 45대55 합작한 게이요에틸렌(Keiyo Ethylene) 69만톤 등 일본 전체 생산능력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미쓰이케미칼‧이데미츠코산, 에틸렌 55만톤으로 통합
미쓰이케미칼과 이데미츠코산은 치바 및 게이요에서 가동하고 있는 스팀 크래커를 집약화할 계획이다.
에틸렌 생산능력은 이데미츠코산 37만톤(1985년 가동), 미쓰이케미칼은 55만톤(1978년 가동)이며 2027년까지 이데미츠코산이 가동을 중단하고 미쓰이케미칼 크래커 1기만 남겨 양사 합작투자로 전환할 방침이다.
일본의 석유화학 수요가 급감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이 대규모 크래커 가동을 본격화하며 범용제품을 중심으로 수익이 악화됨에 따라 노후 크래커 통합을 통한 최적화 효과를 확대하는데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데미츠코산의 생산능력이 미쓰이케미칼보다 작기 때문에 유도제품용 공급 밸런스를 고려해 이데미츠코산의 스팀 크래커를 가동중단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데미츠코산은 2027년까지 알파올레핀, SM(Styrene Monomer), PP(Polypropylene) 등 유도제품 플랜트와 미쓰이케미칼 스팀 크래커와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미쓰이케미칼과 이데미츠코산은 2010년 치바케미칼(Chiba Chemical) 제조유한책임사업조합(LLP)을 설립해 게이요 지역에 양사가 보유한 에틸렌 크래커 운영을 통합하고 원료 선택과 설비 가동 최적화, 합리화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스팀 크래커 집약화를 통해 협력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게이요, 차세대 탄소중립 컴플렉스 전환 “속도”
게이요 지역에서는 석유화학 4사의 차세대 컴플렉스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쓰이케미칼, 스미토모케미칼, 마루젠석유화학 3사는 2023년 2월부터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협력하고 있으며 이데미츠코산이 미쓰이케미칼과 에틸렌 집약화에 나섬에 따라 4사 공동으로 탄소중립 전환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존 3사는 게이요 지역 전체의 유분 밸런스 뿐만 아니라 그린원료 조달, 리사이클 체계 구축에서 협력하며 석유화학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에틸렌을 생산하고 폴리올레핀(Polyolefin)까지 바이오화해 경제산업성의 GX(그린 트랜스포메이션) 경제이행채 적용을 받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스미토모케미칼은 2030년까지 바이오 에탄올(Ethanol) 베이스 에틸렌 20만톤 플랜트를 건설할 예정이며, 이데미츠코산은 2025년 하반기 치바 사업장 인근에서 폐플래스틱 처리량 2만톤급 CR(Chemical Recycle) 플랜트를 가동할 예정이어서 3사의 기존 계획에 쉽게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시장 관계자들은 4사가 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게이요 지역의 스팀 크래커 수가 2030년경 2기로 축소되고 다운스트림 분야에서도 최적화 및 통폐합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이요 지역에서 4사가 협력을 강화하며 일정 성과를 거두면 일본 서부지역에서도 통폐합 및 생산능력 감축이 진행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사히카세이는 현재 AN(Acrylonitrile) 등을 대상으로 범용제품 구조개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셜티, 중국 추격 피해 진입장벽 높이기 “주력”
일본 화학기업들은 범용제품 생산능력을 축소하는 대신 스페셜티 분야는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다만, 중국이 스페셜티 분야에서도 추격을 본격화함에 따라 일본의 성장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던 생명과학 및 헬스케어, 반도체 소재 포함 전자소재, 기후변화 대응 분야마저 구조개혁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최대 우레탄(Urethane) 메이저 완후아케미칼(Wanhua Chemical)은 POE(Polyolefin Elastomer), 슈퍼 EP(엔지니어링 플래스틱) 사업화를 위해 매년 연구개발(R&D)에 700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수년 전부터 제약 사업을 수익원으로 주목하고 육성했으나 최근 신약 개발과 인수합병(M&A) 관련 투자 부담이 확대됨에 따라 재편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는 저분자 의약품 원제와 중간체 생산기업 및 CDMO 관련기업만 300사에 달하기 때문에 재편이 시급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는 JSR이 일본 정부계 펀드 산업혁신투자기구(JIC) 산하로 들어가 비상장화하기로 했으며 공개매수(TOB)를 추진할 예정이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스페셜티 영역에서 진입장벽을 더 높이고 차별화 효과를 확대해 경쟁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채용실적 확대가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경영자원을 스페셜티 분야에 집중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윤화 책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