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학물류는 해운산업 변화와 각국의 노동규제 강화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NYK(Nippon Yusen Kaisha)가 발표한 글로벌 컨테이너 운송 및 취향 상황에 따르면, 2023년 8월부터 컨테이너선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항로 가운데 하나인 아시아발 북미향 화물은 8월을 기점으로 증가했다. 미국 개인소비가 활성화됨에 따라 재고 조정이 끝나고 보충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유럽과 미국의 주택 시황 침체 및 유럽의 에너지 코스트 상승, 중동 분쟁, 파나마 운하의 수위 저하 등에 따른 항로 변경이 다시금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우려된다.
컨테이너, 글로벌 물동량 증가로 전환
유럽향 항로는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이 발생한 2월 이후 V자 반등해 양호한 물동량을 기록했다.
주요 원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중국 횡단철도 화물이 컨테이너선으로 유입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집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움직임이 확대되는 등 유럽 역내 공급망 재편도 영향을 미쳤다.
인디아·중동, 중남미, 아프리카향 화물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3개 대륙향 1-8월 컨테이너 적재고는 140만8000TEU로 유럽향보다 많았으며, 특히 아프리카향은 2022년 대비 19.6% 급증했다.
아시아착 물동량은 아프리카발을 제외하면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의 수혜를 입는 인디아, 아세안(ASEAN)을 지나는 물동량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규 컨테이너선 건조량은 2022년 105만2000TEU로 증가했으며 2023-2025년에는 200만TEU 이상 건조될 예정인 가운데 선박 해체 지연 등으로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박 공급과잉에도 불구하고 물동량 회복이 운임 하락을 방어하고 있다.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기항지 확대 및 아프리카향 화물 증가로 과거 10년 동안 최저치를 기록한 2016년(400.43)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CIMC, 특수 컨테이너 공급 확대
회복이 기대되는 해운 시장에서 화학물류 니즈를 흡수하기 위해 글로벌 ISO 탱크 컨테이너 최대 메이저인 중국 CIMCST(CIMC Safeway Technologies)는 탱크 내부를 불소수지로 가공한 특수 그레이드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스테인리스(SUS) 탱크 컨테이너로는 철 성분이 침투할 우려가 있는 반도체 제조용 고순도 약품을 운반하기 위한 라이닝 부착형 특수탱크 생산이 증가함에 따라 일본 Sun Fluoro와 협력해 PTFE(Polytetrafluoroethylene) 라이닝 공장을 건설해 2020년 3월부터 상업 가동하고 있다.
PFTE 조달처는 일본 다이킨(Daikin)의 장쑤성(Jiangsu) 창수시(Changshu) 불소수지 공장으로 알려졌다.
디지털화와 환경대책에도 주력하고 있다. 특히, 탱크 컨테이너 외부 프레임용 착색 페인트 용제에서 배출되는 VOCs(휘발성 유기화합물)를 방지하기 위한 전용 파우더코팅 설비를 건설해 2023년 6월부터 가동하고 있다.
CIMCST는 약 20년 동안 ISO 탱크 컨테이너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탱크 컨테이너 공급 외에도 수요기업의 니즈에 대응해 컨테이너에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를 부착해 위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각종 센서와 데이터 단말,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내부 온도정보와 탱크 적재율을 온라인으로 확인 가능한 시스템도 공급하고 있다.
아울러 네덜란드 로테르담(Rotterdam) 교외 및 저장성(Zhejiang) 자싱시(Jiaxing) 등의 디포(Depot)를 활용한 탱크 세척, 수리, 검사, 개조 등 애프터마켓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CIMCST는 위험물 산업폐기물 처리 및 자원 리사이클 등 환경관련 시장에서 신사업을 개시했으며 앞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며 반도체 생산용 고순도 약품 운송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탱크 컨테이너 생산라인은 이전해 증설할 계획이다.
차세대 연료인 메탄올(Methanol) 연료선 수주가 증가하고 있으며 덴마크 머스크(Maersk), 프랑스 CMA CGM, 타이완 에버그린(Evergreen), 중국 코스코(Cosco) 등이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 기존 상관행 시정하고 디지털 접목
일본 화학기업들은 다가올 물류난에 공동물류 및 디지털 기술 활용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본은 2024년 4월부터 트럭 운전사의 시간외 노동시간 상한을 규제하며 화학물류 분야가 받을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화학기업과 물류 사업자 등 화학물류 관련기업 약 70사가 2023년 7월 일본 경제산업성과 국토교통성이 주도하는 피지컬 인터넷 실현 회의의 하부조직으로 화학제품 워킹그룹을 출범시켰다.
화학제품 워킹그룹은 정부가 작성한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2023년 12월 화학제품 관련 물류 적정화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자율행동계획을 설정한데 이어 2024년 초 자율행동계획을 행동계획으로 변경하고 2030년 실현을 목표로 구체적인 내용, 일정 등을 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행동계획은 2030년까지 추진할 활동계획을 단기와 중장기로 구분하고 2024년 3월 말 전체회의에서 승인을 얻은 후 피지컬 인터넷 실현 회의에 보고할 계획이며 상관행 시정, 공동물류, DX(Digital Transformation) 등 크게 3개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최우선 사항으로 설정한 상관행 시정에서는 정부의 물류 혁신을 위한 정책 패키지에 호응해 화이트 물류 실현을 위한 납기시간 지정 철폐, 발주부터 납품까지 리드타임 확대, 예약접수 시스템 도입을 통한 대기시간 및 하역작업 등 가시화‧단축, 직반입 및 직반출 철폐 등을 주목하고 있다.
화학기업, 노동시간 상한 대응해 협력 강화
트럭 운전사 노동시간 상한 규제에 일찍부터 위기감을 느낀 화학기업들은 2023년부터 조기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츠비시케미칼(Mitsubishi Chemical)은 거래처에 주문 마감일을 기존보다 1영업일 이상 여유를 가지고 요청해달라는 서면을 배부하기 시작했으며 철도나 해상수송으로 전환하더라도 리드타임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행동계획의 핵심 내용은 트럭, 철도, 선박, 창고 등 물류 자원을 공유하는 것을 포함한 공동물류 실현이며 워킹그룹 내에서 산업단지 단위로 구성된 지역 분과회를 설치하고 집배 및 소비지 간선 수송을 공동화하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또 일본 정부가 앞으로 10년 동안 선박 수송량을 5000만톤에서 1억톤, 철도는 1800만톤에서 3600만톤으로 2배씩 확대할 예정이어서 해상, 철도 수송, 위험물 수송 등을 추진하기 위한 분과회도 설치해 복합적인 접근에 나설 계획이다.
중소규모 위험물 수송은 원래 개별기업 차원에서 진행했으나 수송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1개 차량을 꽉 채워야 하기 때문에 발주기업이 필요량 이상을 구매하게 되고 재고 보관에 어려움을 겪는 부작용이 있다.
워킹그룹은 지금과 같이 발주에 맞춰 수송하는 것이 아니라 운송 사업자 상황에 따라 수요를 조절하는 디먼드 리스폰스(수요관리) 방식으로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물류 표준화 이어 DX 추진 본격화
공동물류 관점에서는 영역 단위 뿐만 아니라 화학제품 워킹그룹 참여기업 간 거래 합리화도 추진한다.
미츠비시케미칼과 미쓰이케미칼(Mitsui Chemicals), 도소(Tosoh), 도레이(Toray) 등 사무국 4사는 시험적으로 상호거래 물류 실태를 데이터화하고 로드맵과 시간지정 배제, 수송 후 돌아갈 때 짐을 싣지 않은 트럭의 활용법 등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표준화와 물류 DX 추진은 중장기 과제로 판단하고 있다.
공동물류 스킴은 현재 수작업으로 진행하나 앞으로는 데이터 드리븐으로 효율적인 물류 계획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참여기업별 배송 루트와 수송 수량, 수송 모드 등 데이터 항목 통일화 혹은 화물 형태, 팔레트, 물류 코드 표준화 등을 추진해 물류 정보 기반에 수집하고 해석함으로써 최적해를 도출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사무국과 호쿠리쿠(Hokuriku) 분과회가 연계해 시험적 접근에 착수했으며 정보관리 관점에서 중립적인 검토 파트너 등을 거치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화학제품 워킹그룹은 중장기적으로 액션플랜의 항목별로 중요업적평가지표(KPI)를 정하는 등 구체성을 갖춘 목표를 설정할 예정이다.
2023년 말 작성한 자율적 행동계획은 2024년 1월 석유화학공업협회에 승인을 받았으며 3월 일본화학공업협회도 동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킹그룹은 2024년 들어 석유화학공업협회, 일본화학공업협회와 함께 거래처 산업단체를 다니며 자율행동계획을 설명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10개 단체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도 일본자동차공업협회, 일본자동차부품공업협회를 포함해 수지 가공, 전기 관련 단체에 화학산업의 입장을 설명하고 관계자들의 이해를 구하며 행동계획 실행 단계로 나아갈 방침이다.
정부는 2월 화학물류난에 대응하는 물류종합효율화법과 화물자동차수송사업법 등 물류 관련 2개 법 개정안을 각의 의결했다.
사업자에게 운전사의 대기시간을 줄이는 계획을 의무화했으며 위반하면 최대 100만엔의 벌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윤우성 기자: yys@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