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손모빌, 4월 프랑스 크래커 가동중단 … 유럽 중심으로 경영 합리화
글로벌 석유화학기업들이 설비 폐쇄를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증권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화학산업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대규모 증설 사이클이 일단락됐으며 공급과잉에 대응해 일부 화학제품은 공급 감축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PE(Polyethylene)와 부타디엔(Butadiene),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 PC(Polycarbonate)는 2024년부터 공급 감소가 예상되며 2025년에는 증설이 감소하는 화학제품군이 확대돼 2024년-2025년 증설 감소의 영향으로 글로벌 석유화학 수급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석유화학 불황의 장기화로 그동안 화학산업에서 보기 어려웠던 설비 폐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유산업은 연간 수요 증가율이 2% 미만으로 설비가 노후화하면 폐쇄를 선언하는 곳이 많으나, 화학산업은 4%에서 9%에 달하는 높은 수요 증가율을 바탕으로 노후화된 설비에도 재투자를 통해 가동을 지속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현재까지 이루어진 에틸렌(Ethylene) 크래커 폐쇄는 2190만톤에 불과하며 유럽 36%, 북미 22%, 동북아시아(일본 제외) 20%, 일본 16% 등으로 파악된다.
글로벌 화학 설비 평균 가동률은 2024년 3월 기준 68%인데 반해 유럽은 57%에 그쳤으며 유럽에서는 원유 수요의 구조적 변화를 앞두고 2024년부터 소규모·노후 설비를 중심으로 폐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구조적으로 원가 경쟁력을 개선하기 어려운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에서도 소규모·노후 설비 폐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화학설비는 4월 말 기준 미국 및 중동 ECC(Ethane Cracking Center)가 에틸렌 생산에서 가장 낮은 원가를 나타냈으며 NCC(Naphtha Cracking Center), LPG(액화석유가스) 크래커, CTO(Coal to Olefin) 및 MTO(Methanol-to-olefins) 플랜트 순으로 우수한 원가 경쟁력을 나타냈다.
국가별 원가 경쟁력은 중국기업과 인디아기업이 유럽, 일본, 한국에 비해 양호했으며 노후화됐거나 설비 최적화가 미진한 유럽과 동북아기업이 최후순위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은 크래커 평균 가동 연수가 45년 정도로 노후화됐으며 100만톤 미만의 중소형 설비가 많을 뿐만 아니라 정제설비 폐쇄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외교 단절 등으로 공급 원료 및 연료비가 모두 상승해 원가 경쟁력이 더욱 약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정제설비는 2020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으로 정유 수요가 급감함과 동시에 탄소저감에 대한 중요성이 증가하며 설비 폐쇄가 급증했고 2022년까지 정제설비 순증설의 증가 폭을 제한했다.
이에 따라 엑손모빌(ExxonMobil)은 2024년 4월 프랑스 42만5000톤 크래커를, 사빅(Sabic)은 네덜란드 57만5000톤 크래커를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은 중국의 신규 설비 증가에 따른 공급 경쟁 심화와 유럽에 이어 2번째로 많은 노후화 설비로 화학 설비 폐쇄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정제마진은 2021년부터 회복되기 시작해 2022년 이후 강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라 설비 폐쇄 또는 재투자 결정이 연기돼 가동을 지속하고자 하는 단기적 원인으로 작용했으나, 우드맥킨지(Wood Mackenzie)는 2030년까지 유럽 정제설비의 27%, 아시아는 26%가 폐쇄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운송용 연료 수요 감소 뿐만 아니라 탄소세 등 환경규제 강화가 영향을 미쳐 글로벌 정유기업들이 설비 합리화를 시행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영 석유기업들의 설비 폐쇄 위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도 2024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소규모 정유공장 및 화학공장 폐쇄를 계획하고 있으나, 이구환신 정책 등 경기 부양책이 글로벌 수요에 점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