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이바흐, 4월 유럽법인 일부 파산 … 유럽, 고급제품 생산으로 전환
세계 2위 유기안료 생산기업인 호이바흐(Heubach)가 체질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
호이바흐그룹은 2022년 1월 구 호이바흐와 클라리언트(Clariant)의 안료 사업 합병을 통해 발족했다. 당시 매출이 약 9억유로에 달하는 DIC에 버금가는 유기안료 메이저로 기대를 모았으나 2023년 안료 불황으로 2024년 4월 독일, 오스트리아, 룩셈브르크 계열사가 파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클라리언트 계열과 호이바흐 계열 위에 미국 SK Capital Partners와 클라리언트, 옛 호이바흐가 출자한 펀드가 정점에 위치하는 지배구조를 이루고 있다.
영업실적에 관계없이 일정한 배당을 펀드에 할당해야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2023년 일부 유럽법인이 자기자산을 매각해 보전해야 했고 같은 시기에 펀드는 매각교섭을 추진했다.
다만, 2024년 4월 유력후보가 입찰에서 돌연 철수하면서 매수와 민사재생 계획이 뒤집혔고 유럽 소재 계열사들이 파산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공장 2곳은 4월 후반기에 가동을 중단했으나 5월 상반기에 빠르게 생산을 재개하면서 현재 풀가동에 근접하는 등 생산 지연을 6주로 막아냈다.
수요기업으로부터 대규모 구입대금을 선불로 확보한 덕분에 재가동이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청산이나 글로벌 공급 중단과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법인들은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고 있다. 아시아, 미주 지역은 원래부터 공장의 생산 및 재무 건전성에 문제가 없었으며 한때 독일산 안료의 대체공급을 요청받기도 했다.
호이바흐그룹은 재건을 위해 새로운 주주를 모집하고자 매수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다.
6월에는 법적 구속력 없는 1차 입찰이 이루어졌으며 전략적 매수자와 금융적 매수자 모두 여러 곳에서 입찰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7월에는 법적 구속력 있는 2차 입찰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호이바흐그룹은 ①그룹 전체법인을 일괄 매수할 것 ②독일산 안료 가격을 유로화 기준 2024년 4월 대비 15% 인상할 것 등 2가지 매수 조건이 포함된 기본방침을 책정했다.
기업가치 유지를 위해, 특히 그룹의 일체성 유지를 최우선 조건으로 매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해석되며 15%는 선진국계 경쟁기업에게도 일맥상통하는 코스트 과제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안료 생산기업은 과중한 고정비 부담 대비 생산량이 적은 편이다. 특히, 구조적으로 고코스트인 유럽 소재 사업장을 가동하는 생산기업은 30% 수준의 인상이 필요하며 글로벌 시장에서는 15%가 사업계속을 위한 최저수준이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호이바흐그룹은 현 상황을 선진국에서 생산하는 안료와 신흥국에서 생산하는 안료의 가격체계에 있어 괴리율이 확대되는 과도기로 평가하고 있다.
경쟁기업들도 비슷한 수준의 가격 인상을 타진하고 있으며 이미 선진국 사업장의 생산품목을 자동차 도장용과 디스플레이 센서용 등 고급 안료로 전환했다. 앞으로 더욱 가격 차이가 벌어지더라도 신흥국이 고급 안료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호이바흐그룹은 과거 훽스트(Hoechst) 시절부터 이어온 아조(Azo)계 적색안료 생산기술이 핵심기술이기 때문에 인쇄잉크 등 범용제품도 여전히 포트폴리오에 다수 보유하고 있으나 유기안료 사업의 핵심공장인 프랑크푸르트(Frankfurt) 공장은 기존에 강점이던 중간체 일관생산 프로세스를 이미 그룹 외부로 분리했다.
2024년 가동 중단할 예정이던 아조 안료 라인 1기도 안정공급을 우선하기 위해 계획을 연기했으나 장기적으로는 결단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호이바흐그룹은 앞으로 범용 아조 안료를 인디아 사업장에 집약하고 프랑크푸르트 생산품목을 퀴나크리돈(Quinacridone) 안료와 바이올렛 안료 등 고급제품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윤우성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