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규제‧공급과잉이 기술 개발 촉진 … 초격차 기술 확보가 관건
국내외 계면활성제 생산기업들이 친환경, 첨단산업용 고부가제품 위주로 생산품목을 다변화하고 있다.

계면활성제 생산기업들은 최근 계면활성제가 배터리의 핵심소재로 부상함에 따라 중국발 저가 공세를 타개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중앙정부 주도 아래 2019년부터 기초화학 원료의 100% 자급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에틸렌(Ethylene)을 포함한 기초유분 설비를 대규모 증설한 결과 2020-2023년 전세계에서 신증설된 에틸렌 생산능력 중 64%를 중국이 건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에틸렌을 중심으로 과잉생산된 기초유분을 글로벌 시장에 저가 수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에틸렌을 주요 원료로 사용한 계면활성제는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으며 계면활성제 생산기업들은 수익성이 떨어진 범용제품 생산을 줄이고 고부가가치제품으로 전환하며 생존을 도모하고 있다.
유럽, 북미가 화학물질 규제를 강화한 것 역시 악재가 되고 있다. 미국 뉴욕 주정부는 2023년부터 세제, 화장품에 발암성 물질인 1,4-다이옥신 잔존량을 1ppm 이하로 제한하는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유럽, 북미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화학물질 규제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필수로 부상하면서 계면활성제 생산기업들은 원료를 친환경 소재로 전환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계면활성제는 첨단산업용 소재로도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2차전지 분산제로 사용하면 효율과 수명을 늘려줄 수 있어 핵심 배터리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반도체 공정 역시 계면활성제를 초정밀 세정제로 활용하고 있다. 기존 범용제품으로는 미세회로 사이에 세정액이 침투할 수 없었으나 계면활성제를 이용하면 웨이퍼 손상 없이 불순물만 제거할 수 있어 수요 증가가 기대되고 있다.
계면활성제가 첨단산업에서 재조명받으면서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클라리언트(Clariant)는 2025년 11월5일 중국 다야베이(Dayabay)에 8000만스위스프랑(약 1462억원)을 투자해 EO(Ethylene Oxide) 유도제품 생산라인을 확장하고 고기능제품 생산에 돌입했다.
바스프(BASF)는 11월20일 타이 방파콩(Bangpakong) 공장의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바이오 베이스 비이온 계면활성제인 알킬폴리글루코사이드(Alkylpolyglucoside) 생산을 시작했다.
에보닉(Evonik)은 2020년부터 기존 베타인(Betaines) 계면활성제 공장을 차례로 매각했으며, 확보한 자금을 천연 계면활성제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며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에보닉이 공급하는 천연 계면활성제는 발효공정에 옥수수 원료를 사용해 고성능‧무독성‧생분해성 특징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에보닉은 옥수수 원료 베이스 계면활성제를 클리닝, 퍼스널 케어, 코팅, 농업에 접목할 예정이다.
일본 도요보(Toyobo)도 바이오 계면활성제 대량생산 기술 확립을 추진하고 있다. 천연 베이스 계면활성제 MEL(Mannosylerythritol Lipid) 대량생산을 위해 10억엔(약 95억원) 이상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MEL은 기존 계면활성제보다 낮은 농도에서 성능‧안전성‧생분해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밖에 폐식용유를 원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 코스트 절감과 친환경제품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국내 계면활성제 대표기업인 애경케미칼은 11월3일 에보닉으로부터 인도네시아 베카시티무르(Bekasi Timur) 공장을 인수했다. 에보닉은 베타인 계면활성제 공장을 매각했으나 애경케미칼은 대조적으로 총 2만5000톤의 생산능력을 확대해 동남아 공급망을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확대된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선도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좁힐 계획이다.
데이터브릿지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계면활성제 시장은 2032년까지 45조7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ESG와 탄소중립 흐름 속에서 생분해성‧바이오 베이스 계면활성제 수요 확대가 질적인 성장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계면활성제산업 관계자는 “중국기업들이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스페셜티 기술력까지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며 “국내기업들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고부가가치 시장조차 잠식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