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학산업은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서 안정적인 재고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 변동성과 수요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시장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생산역량 뿐만 아니라 충분한 저장 인프라 확보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탱크터미널은 용량이 제한적이어서 화학제품 물동량 및 수입·수출 물류 흐름 증가에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다.
물류 인프라 부족은 단기적으로 공급차질 위험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화학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화학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탱크터미널 증설을 통한 저장능력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위험물 창고와 탱크터미널 증설 확대
위험물 창고와 탱크터미널은 AI(인공지능) 반도체 열풍과 시장 재편의 영향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위험물 창고는 주로 화학제품, 전기자동차(EV), 반도체 관련 소재·원료·가스 등을 보관하며, 탱크터미널은 액체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파인케미칼, 라이프사이언스, 환경, 에너지 관련제품을 보관한다.
소량 다품종화 트렌드로 보관 수요가 증가하면서 위험물 창고와 탱크터미널 모두 가동률이 100%를 유지하는 가운데 관련기업들이 설비를 확대하고 있으나 당분간 수요 증가가 계속돼 저장능력이 부족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앞으로도 글로벌 위험물 창고 증설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특히 일본은 규슈(Kyushu)를 중심으로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됨에 따라 신규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항만 인근에 창고를 건설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내륙 교통 요지에 대규모 창고 단지를 조성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고압가스 창고와 온도 관리 기능을 갖춘 위험물 창고도 증가하고 있다.
냉장보관이 필수적인 반도체 제조공정용 포토레지스트, 웨이퍼 세정용 질소·불소 가스 등도 위험물 창고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생성형 AI용 고급 반도체에 다량 사용되는 특수가스 수출을 위한 고압가스 창고 건설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법인을 통해 한국에서도 반도체 소재 보관용 위험물 창고를 확대하고 있는 NRS는 2023년 건설한 구마모토(Kumamoto) 종합 물류기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위험물 창고 1동을 추가하고 온도 관리가 필요한 위험물 및 독극물 취급을 확대할 예정이다. 구마모토 종합 물류기지는 규슈 반도체 클러스터와 인접해 반도체 원료용 화학제품 보관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NRS는 2025년 2월에도 일본기업의 시장점유율이 높은 반도체 에칭가스 보관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일본 수도권에 고압가스 창고를 2동 건설한 바 있다.
Maruichi Kaiun은 일본 화학기업들이 생산을 중단하면서 수입이 증가하고 있는 독극물 지정제품 보관 수요를 공략하고 있으며, Toei Logistics는 2025년 11월 위험물 창고 4동과 일반 창고 1동을 갖춘 케미컬센터를 사이타마현(Saitama)에 건설해 반도체용 포토레지스트, 페인트, 의약품, 화장품 원료 보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기초화학 침체 속 수입‧보관 수요 증가
최근에는 석유화학산업 재편으로 기초화학제품 등을 수입·보관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탱크터미널도 글로벌 공급망 복잡화의 영향으로 화주기업들이 재고를 늘리면서 가동률이 상승하고 있다.
탱크터미널은 케미칼탱커나 국제표준화기구(ISO) 탱크 컨테이너로부터 원유, 윤활유, 액체 화학제품 등을 받아 보관하며 부두, 창고 뿐만 아니라 가열, 충진, 액체이동 설비까지 야드에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내용물을 탱크 컨테이너에서 탱크로리, 중형용기(IBC), 드럼 등으로 옮기는 MWS(멀티 워크 스테이션)을 도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저장 탱크는 소방법에 따른 일정 면적의 공지 확보가 요구되기 때문에 부지면적 대비 설치 가능한 숫자가 제한되며 에너지 및 소재 가격 상승, 인건비 급등 등으로 임대료가 오르고 있다.
또 저장하는 화학제품이 고기능화되면서 탱크 소재도 철에서 스테인리스(SUS)로 전환하고 있다.
이밖에 보관하는 동안 미량의 불순물 혼입을 방지할 수 있는 고품질이 요구되고 있으며, 소량 다품종 고기능화로 1000킬로리터 이하 탱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최대 탱크터미널 메이저 CTT(Central Tank Terminal)는 2024년 12월 Naigai Yusou를 완전 자회사화해 보유 탱크 숫자를 443기(42만7165킬로리터)로 확대했으며 주요 사업장의 탱크 건설 및 SUS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Naigai Yusou는 알코올(Alchol) 저장·운송에 강하며 알코올, 액체 위험물 및 독극물용 탱크 67기(3만1528킬로리터)와 충진, 보온·가열 작업, 분석 장비를 활용한 품질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도요고세이(Toyo Gosei)도 2024년 4월부터 진행한 다카하마(Takahama) 무기화학제품 전용 저장 탱크 개수공사를 최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MOL, 미국 탱크터미널 사업 강화
Mitsui O.S.K. Lines(MOL)도 화학물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MOL은 2025년 3월 미국 LBC Tank Terminals를 인수했고 LBC가 보유한 탱크터미널을 활용해 미국 화학산업 클러스터 항만으로 수입하는 화학제품 및 에너지 보관 수요를 흡수할 계획이다.
MOL은 2019년 덴마크 Nordic Tankers를, 2024년 싱가폴 Fairfield Chemical Carriers(FCC)를 인수함으로써 케미칼탱커 선대규모를 세계 최대급인 114척으로 확대했으며 2035년 150척을 목표로 신조선박 수주, 용선, 인수합병(M&A)을 검토하고 있다.
FCC는 황산, 수지 등 다양한 화학제품 운송에 특화된 스테인리스스틸(SUS) 화물 탱크를 주로 보유하고 있으며, MOL은 FCC를 인수함으로써 글로벌 SUS 탱크 케미칼탱커의 약 20%를 보유하게 됐다. SUS 탱크 케미칼탱커는 탱크 세정 등 고도의 선박관리기술과 정기배선이 가능한 풍부한 자금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2019년에는 탱크컨테이너 사업을 담당하는 100% 자회사 MOL Chemical Tankers(MOLCT)가 네덜란드 탱크컨테이너 운영기업인 Den Hartogh의 주식 20%를 취득했다. Den Hartogh는 탱크컨테이너 약 2만개를 포함 유럽에서 탱크로리와 드라이 컨테이너를 포함한 운송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MOL은 일본에서도 2018년 Nippon Concept와 자본·업무제휴를 체결하고 지분 비율을 29%까지 늘렸으며 MOL그룹 물류사업의 핵심인 MOL Logistics를 필두로 글로벌로 탱크컨테이너 운송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항로 확충하고 유럽제품 대체 수요 흡수
MOL은 글로벌 해운기업 인수를 통한 항로 확충에도 주력하고 있다.
Nordic Tankers를 인수하면서 대서양, 남미 서안 항로를 확보했으며, FCC 인수를 통해 북˙남미에서 남아프리카를 지나는 항로를 확장했다.

MOL은 케미컬탱커와 탱크컨테이너를 활용해 중·소규모 화학제품 운송 수요를 흡수하고 암모니아(Ammonia)와 이산화탄소(CO2) 육상 보관기지로 삼아 차세대 에너지 사업 가속화에 대비할 계획이다.
특히, LBC를 활용해 미국에서 화학제품 보관능력 및 차세대 에너지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미국 정부의 에너지·관세 정책의 영향으로 미국산 셰일(Shale) 오일 및 가스를 원료로 석유화학제품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LBC는 미국 화학산업 클러스터 항만에 터미널기지를 보유하고 있어 보관사업에서 메리트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의 화학제품 생산 코스트가 증가함에 따라 LBC가 보유한 유럽항만의 탱크터미널은 미국, 중국, 중동에서 수입한 화학제품 관련 보관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유럽이 조달망을 러시아에서 미국, 중국, 중동으로 대체하면서 선복 수급이 타이트해지고 케미칼탱커 운임이 급등하고 있다. (윤우성 선임기자: yys@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