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가 좋지 않아 불황의 먹구름을 타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강남의 주택가격을 제외하고는 한국의 어느 지역이나 산업을 망라하고 불황의 그늘에 신음하지 않는 곳이 없을 것이다. 물론 그동안의 호황이 DJ 정부 시절의 거품경기 육성에 힘입어 과소비가 부른 착시현상의 일부분인 것은 사실이나 모든 국민들이 불황을 이야기하고 살기 팍팍해졌다는 것을 이구동성으로 강조하고 있으니 그러하리라 생각된다. 택시를 탔는데 개인택시 운전기사의 푸념이 대단했다. 『불황이라는데 도로는 왜 이리도 막히는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세상이다』라고 혀를 끌끌 찼다. 그리고 『자동차가 너무 많아 대기오염이 심각한 상태여서 서울은 이미 살기 나쁜 곳으로 전락했다』는 필자의 대꾸에 『대기오염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나 다 환경부가 잘못해서 그러하다』고 대뜸 꼬집어 내는 것이 아닌가? 『환경부가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이었다. 『환경부가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방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강변(?)하니 『무슨 소리 하는 것이냐! 환경부가 자동차 생산기업들에게 자동차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규제기준을 엄격히 준수해 자동차를 제작하도록 규제하고 5-10년 동안 보증하도록 하면 될 일인데 자동차 생산기업들에게는 술에 물탄 듯 물에 술탄 듯 기준을 적용하면서 사업용 자동차에 다 덮어씌운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배기가스 검사에 불합격하면 배출통로인 브렌쟈의 나사를 임시로 죄어 배기가스 배출을 막아 검사에 통과한 후 나사를 다시 풀어주는 편법을 사용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인데 그러한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량 검사를 번번이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언성을 높였다. 택시기사는 자동차 생산단계에서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도록 배출기준을 강화하고 일정기간 동안 보증하도록 하면 배기가스 오염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터인데 왜 제작상의 문제를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느냐는 근본적인 책임문제와 함께 제작상의 결함을 단속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검사 또한 형식적이라는 행정절차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택시기사의 지적은 한낱 푸념에 불과한 것인가? 도로가 막혀 달릴 수 없으니 수입을 올릴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이고, IMF 시절보다 더 심한 불황에 시달린다는 요즘에도 도로는 꽉꽉 막히니 한숨이 절로 나오는 것은 어찌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택시기사의 말에는 IMF보다 더한 불황에도 연봉을 5000만-6000만원씩 받는 자들이 파업으로 날을 새는 줄 모르고, 그 많은 연봉을 받으면서도 자동차는 형편없이 만들어 소비자를 봉을 생각하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즉, 품질이 양호하고 결함이 없는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 투자해야 할 돈을 재벌들과 귀족 노동자들이 나눠 먹고 있다는 불만이요, 불황이 심화되면 자가용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모두가 편할 터인데도 말로는 불황을 떠벌리면서 실제로는 호의호식하는 한국인의 행태를 보아주기 힘들다는 푸념인 것이다. 현대자동차 및 기아자동차의 임금·단체협상 과정을 지켜보면 택시기사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은 사실이다. 연간 2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하는 판에 임금을 그 정도 올려준다고 큰 일 나는 것도 아니라는 당당함에는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하청기업에게는 자동차부품 납품가격을 턱없이 깎을 것이고, 결함투성이 자동차를 대단한 물건인양 뻔뻔스럽게 내놓을 것이다. 2002년 하반기 이후 세계적인 경기부진과 원화환율의 지속적 상승이라는 이중고 속에서도 국내 수출은 2003년 4월까지 월평균 20% 증가했다. 수요부진과 가격경쟁력 약화가 오히려 대폭적인 수출증가로 이어지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왜 그러할까? 한국 수출제품이 중급제품으로 세계경기가 부진하면 수요가 늘어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화학제품도 그러하거니와 전자제품을 제외하고는 자동차, 섬유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고급제품은 미국, 유럽, 일본을 따라잡지 못하고 저급제품은 중국, 인디아, 동남아에 추월당한 샌드위치 신세에서 한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인 것이다. 더군다나 중급제품도 머지않아 중국과 인디아에 추월당할 위기에 처해 있으니 그 때는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기 짝이 없는 형국이다. 한국이 세계1위를 달리고 있다는 인터넷에서는 2위는 없고 1위만 살아남을 수 있다. 1위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아야 할 시점이다. <화학저널 2003/9/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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