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자동차가 몰락의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렉서스를 필두로 포드, GM을 물리치고 벤츠나 BMW의 명성을 위협함으로써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장악해가던 도요타가 브레이크 결함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나머지 북미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에 이르렀고 나아가 존망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브레이크 페달의 하자이든,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전자장치의 오류이든 급발진 사고가 일어난 원인을 일찍 시인하고 개선에 나섰다면 도요타가 오늘과 같이 생존의 기로를 헤매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직 미국 의회의 청문회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니 도요타의 장래가 어떻게 결정될지 명확하지는 않으나 설혹 청문회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다고 하더라도 도요타가 예전과 같은 명성을 되찾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브레이크의 하자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자금이 들어가 경영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으나, 그 보다는 소비자의 신뢰가 허물어짐으로써 앞으로 닥쳐올 영업의 어려움이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더 일찍이 도요타와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됐음을 직감하고 있다. 일본 화학산업은 1980년 이전 아니 1990년 이전까지도 아시아 화학시장을 장악하고 수급이나 가격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했으나 오늘날에는 경쟁력이 떨어져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폐쇄하고 탈출구를 모색하기 위해 해외투자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해외투자로 해당 화학기업은 생존을 모색할 수 있을지 모르나 일본 화학산업의 성장·발전과는 거리가 더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본 화학기업들이 범용 화학제품 생산에서 벗어나 고부가 고기능 그레이드 생산으로 전환함으로써 공급과잉을 피하고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는 것도 아시아 시장을 마음대로 좌우할 수 있다고 믿었던 오만의 결과가 아니었는지 모를 일이다. 특히, 중국 침략에서 비롯된 중국과의 악연을 해소하지 못한 상태에서 약삭빠르게 장사속으로 중국에 진출함으로써 중국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고 나아가 중국시장에서 배척당함으로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음은 지켜보기에도 안타까울 정도이다. 다만, IT·전자산업 발전에 대응해 전자화학제품을 개발함으로써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악재 속에서도 위안이 되고 있다. 만약, 일본에 강소 화학기업마저 없었다면 Mitsubishi나 Mitsui 같은 대기업의 공백을 무엇으로 메꿀 수 있을까? 국내 석유화학기업들도 무엇인가 느끼지 못한다면 앞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화학저널 2010/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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