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국제유가가 폭락하자 중동 산유국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은 최근 2년간 국제유가 강세에 힘입어 대규모 국책사업을 벌여온 터라 유가 폭락이 각종 프로젝트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는 2011년 초 학교ㆍ병원ㆍ주택 건설, 창업자금 지원 등 1550억달러의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중동 시위사태 확산을 우려해 반정부 세력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유화책의 일환이기도 했지만 막대한 Oil Money를 바탕으로 대형 프로젝트 추진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인 미국의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에 따라 국제유가의 폭락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에 이르며 사우디와 다른 산유국들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8월8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9월 인도분 WTI(서부텍사스 경질유)는 전일대비 6.4% 하락해 배럴당 81.31달러를 형성했다. 8개월 사이 최저치이며 최근 3주간 16% 하락했고, 8월9일에는 2.01달러 더 떨어진 79.30달러를 형성했다.
런던석유거래소(ICE)의 북해산 브렌트(Brent)유도 1.17달러 떨어진 102.57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미국 프레스티지 경제연구소의 제이슨 셴커 소장은 8월9일 UAE 일간지 을 통해 “문제는 국제유가가 매우 쉽게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많은 산유국들이 더 많은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국제유가가 앞으로 더 큰 폭으로 하락한다면 손익분기점을 하회하는 가격이기 때문에 중동 산유국들은 재정지출을 줄이고 부채규모를 늘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대형 프로젝트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UAE의 유가 손익분기점은 브렌트(Brent)유 기준 배럴당 84달러이다.
브렌트유는 106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어 아직은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사우디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80달러, 쿠웨이트와 카타르의 손익분기점은 각각 40∼50달러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1년 상반기에 이미 충분히 고유가 시장을 누린만큼 최근 유가 하락세가 산유국들에 공포감을 안겨주진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사우디 자드와투자사의 폴 갬블 연구원은 2011년 들어 현재까지 브렌트유의 평균 유가가 110달러에 이르고 있다며 “중동 산유국들의 재정지출과 경제성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려면 유가의 낙폭이 엄청나게 커야 하지만 현재 그런 상황에까지 이르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