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저널 2016.01.08
국내 화학기업들이 2016년 경영목표를 낮게 잡아 주목되고 있다.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화학기업이 매출 확대를 포기한 채 영업이익 목표까지 낮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5년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한 석유화학기업조차도 2016년이 그리 녹록치 않아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상황이 급변하고 있고 경영환경마저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보수적으로 목표를 설정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얼마나 자신감이 없으면 매출액을 줄이고 영업이익마저 감소하는 것으로 목표를 세울 수밖에 없었을까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국내 화학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환경악화를 타개할 뾰쪽한 방안이 없는 것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글로벌 경제가 금융위기에 경제위기로 몸살을 앓을 때도 그리 고전하지 않았으나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전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첫째, 중국의존도가 지나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석유화학을 예로 들면 생산량의 2/3를 수출하고 수출량의 2/3를 중국으로 내보내고 있을 정도로 중국의존도가 심각하고 1980년대 말부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최근 중국경제의 성장률이 크게 둔화되고 중국이 자급률을 끌어올려 수입을 대폭 줄임으로써 중국 수출이 막히자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중국이 아니면 어디에 수출하라는 것이냐고 항변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일본은 석유화학제품 수출에서 벗어나 고기능 화학소재 수출로 전환했고 오늘날 글로벌 경제 불황에도 양호한 수익성을 올리고 있다.
둘째, 기술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편하게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이 화근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이 없었다면 불가능했겠지만, 중국이 개혁개방의 기치를 내걸고 경제개발에 매진하면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산 범용제품 수입을 확대한 결과이다. 물론 중국을 탓할 수는 없다. 중국이 요구한 것도 아니고 스스로에게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스스로 저가제품 수출의 덧에 걸려들어 헤어 나오지 못한 것이 화근일 뿐이다.
일본은 엔고 장기화라는 극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체질을 강화한 덕에 코스트 경쟁력을 향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기술개발을 강화한 덕에 신산업용 소재 시장을 독과점하는 행운까지 곁들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기업들은 환율 때문에 수출이 어렵다, 금리가 높아 수출경쟁력이 없다 등등 별의별 엄살을 부리면서 편하게 지내온 덕에 오늘날 막다른 골목에 몰려 허우적거리고 있다.
셋째,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정신적 해이를 꼽을 수 있다.
경제 성장으로 1인당 GDP가 3만달러에 육박하고 있지만, 재벌기업을 중심으로 산업이 성장한 까닭에 대기업들이 지나치게 오만해져 국가경제를 좌우하는데 그치지 않고 국민적 가치까지 좌지우지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무능한 관료들과 결탁해 국가 R&D 예산을 집중 지원받고 각종 세금을 감면받고 있으며 산업지형을 유리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경제·산업적 기준을 대기업에게 유리하도록 조작하기에 이르고 있다. 심지어 언론을 무서워하기는커녕 여론을 조작하고 스스로에게 유리하도록 유호적인 여론을 조성할 지경이다.
관료가 유능하고 목표의식이 확실하다면 그리고 정치가 썩지 않았다면 막을 수도 있었겠지만 우리의 현실은 전혀 그러하지 않은 상태이다. 재벌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연줄에 의지해 사업을 영위하는 비정상적 경영도 문제일 것이다.
모든 것을 개선하기에는 이미 늦었고 현상을 타개할 마땅한 방법도 없다는 측면에서 혁명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
<화학저널 2016년 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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