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기업이 제지화학·바이오화학 신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제지산업은 성숙기에 접어들었으며 인터넷, 스마트폰, 전자서적 등 IT 분야가 부상함에 따라 수요가 침체에 빠지면서 국내 제지 생산기업들은 특수지, 산업용지 등 고부가 제지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한솔제지는 하이테크(High-Tech) 신소재 제지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하이테크 제지는 일반 종이와는 달리 IT 분야나 화학산업 등 인쇄·포장용도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사용될 수 있는 고기능성 종이로 평가되고 있다.
한솔제지는 나일론(Nylon) 섬유용 프린팅 용지, 내열성이 우수한 아라미드(Aramid) 용지, 플래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패키징 후가공 특수지, 잉크젯 열전사지, 특수 감열지, 부직포 벽지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제지 생산에 투자를 집중할 방침이다.
섬유용 프린팅 용지는 종이에 인쇄된 이미지에 열을 가해 섬유 소재에 옮김으로써 의류, 커튼 등 다양한 섬유를 디자인할 수 있어 첨단 특수용지로 인식되고 있다.
또 아라미드 용지는 제지기술과 섬유소재 기술을 접목해 개발하고 있으며, 전기절연성 및 내구성이 뛰어나 상용화되면 산업용 제지로 투입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라미드섬유는 방향족 폴리아마이드(Polyamide)로 인장강도, 내열성, 탄성이 뛰어나 방탄복, 방염복, 내열복 등에 사용되는 고부가 슈퍼섬유이며, 시장 진입에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솔그룹은 컨설팅, 시장조사, 사업실현 가능성 등 다방면으로 특수소재 신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제지산업이 침체를 지속함에 따라 종이를 탈피해, 섬유소재와 연계한 특수용지 등 산업용 제지분야 진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솔제지는 유럽 감열지 부문 1-3위를 모두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M&A도 감행하고 있다.
한솔제지는 2013년 유럽 감열지 1위로 평가되는 덴마크 Schades을 420억원에, 2014년에는 네덜란드 라벨 가공·유통 부문 1위인 Telrol 지분을 400억원에, 2015년에는 독일 R+S를 22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시장 관계자는 “한솔그룹은 유럽 감열지 생산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점유율을 높이고 있으며, 아라미드섬유용 프린팅 용지 등 제지화학 R&D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솔제지는 한솔케미칼과 제지화학 부문에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솔케미칼은 감열지 발색도 및 코트지 광택 및 불투명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합성라텍스(Synthetic Latex)를 생산하는 등 제지화학 분야에 집중하고 있어 유럽 감열지 생산기업과 연계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파악된다.
무림그룹은 일본기업과 합작해 펄프와 종이를 활용한 바이오 플래스틱 소재 사업에 진출할 계획으로 바이오화학 분야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바이오 플래스틱은 플래스틱의 물성을 지니면서도 환경 친화적인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일부 고분자 플래스틱을 대체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성장률이 연간 20-30%에 달하고 있다.
바이오 플래스틱은 친환경 플래스틱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도시락용, 식품포장용기, 생활용품, 건축단열재 등 다양한 소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무림그룹은 일본 친환경 소재 생산기업 ERI(Eco Research Institute)의 국내 계열사 바이오플라스틱코리아(BPK)를 50대50 합작법인으로 전환해 바이오화학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ERI는 펄프 및 파지를 갈아 만든 파우더를 이용한 바이오 플래스틱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글로벌기업 Dow Chemical과도 합작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무림그룹은 펄프-제지-연관소재 사업 체인을 수직계열화함으로써 코스트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안정적으로 수익을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관계자는 “무림그룹은 ERI와의 합작사업을 통해 바이오 플래스틱 소재와 관련된 다양한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림그룹은 나노셀룰로오스와 리그닌수지를 이용한 자동차용 내장재 연구도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대학과 합작으로 바이오화학 R&D(연구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한솔제지와 무림그룹이 제지·바이오화학 등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반면 한국제지는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제지는 인쇄용지에 집중하고 있으며, 일반인쇄용지 및 고급인쇄용지 등 2종류가 총 매출액의 90%를 차지하고 있어 특정 품목에 대한 수익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제지는 펄프를 북미, 남미, 동남아시아 등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원료 구매비용에서 펄프가 차지하는 비중이 77%에 달해 펄프 가격변동에 수익성이 크게 좌우되고 있다.
인쇄용지는 완전경쟁 시장을 형성하고 있어 원료코스트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반영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한국제지는 펄프가격이 상승하면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판단된다.
시장 관계자는 “한솔제지와 무림그룹이 제지화학·바이오화학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한국제지는 투자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한국제지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인쇄용지에 대한 매출의존도를 낮추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