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기업들이 여름철 비수기를 맞아 고전하고 있다.
석유화학제품은 봄철 성수기가 지나면 여름철 비수기에 접어들고 다시 가을에는 성수기에 접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나 2016년 여름은 여느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다.
에틸렌은 집단적인 정기보수가 끝나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도 가동중단 또는 가동률 감축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폭락에 이어 급락세를 지속하고 있고, 프로필렌은 정기보수와 상관없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부타디엔도 타이어 생산 부진으로 천연고무와 함께 최악의 여름을 나야 할 판이다.
BTX는 미국 수출이 막히면서 중국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으나 중국 수요가 예전 같지 않고, SM은 집단적인 정기보수가 끝나기 무섭게 1000달러가 위협받고 있으며, P-X는 그런대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폴리에스터 시장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PTA와 함께 나락의 길로 떨어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나프타가 400달러대 강세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틸렌은 1000달러가 붕괴될 가능성이 크고 프로필렌은 다시 600달러대로 떨어지며 부타디엔은 700달러 유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BTX는 이미 600달러 안팎에서 저공비행을 계속하고 있다.
2015년과는 상당한 괴리가 느껴지고 있다. 나프타가 예상을 뒤엎고 400달러대를 지속하고 있음에도 에틸렌은 1000달러대 초반으로 에틸렌-나프타의 스프레드가 600달러 수준에 불과하고 프로필렌-나프타의 스프레드는 260-270달러에 불과해 나프타 크래커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PE는 1100달러 안팎으로 PE-나프타의 스프레드가 650달러 수준으로 떨어져 에틸렌 및 PE 중합 코스트 500달러를 고려하면 마진이 150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PP는 1000달러가 무너진 지 오래됐고 900달러마저 무너진다면 PP-나프타의 스프레드가 500달러를 약간 넘는데 불과해 적자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올레핀이나 BTX, 중간유분, 폴리머의 약세도 문제이지만 비수기를 넘어설만한 뚜렷한 대책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예전에는 중국 수요가 부진하면 인디아, 동남아 시장으로 돌려 침체를 타개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동남아는 물론이고 인디아까지 중국산이 밀려들어 경쟁에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할 지경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기업들이 석탄화학 베이스 PE, PP 수출에 적극 나서 동남아 시장을 석권할 태세를 갖추고 있고 PVC는 인디아 수출 공세가 심상치 않다. PE는 중동이 저코스트를 바탕으로 아시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산이 밀려들고 2017년 이후 미국산까지 가세하면 앞날이 어떻게 될지 눈을 뜨기 두려울 정도이다. PP는 중동 공세가 두렵지는 않지만 역시 중국의 가격공세를 막아내기는 역부족이다.
BTX 역시 미국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중국이 자급화를 강화해 수출이 마땅치 않고 SM, P-X는 그런대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PTA는 중국이 자급화를 넘어 수출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CPL은 이미 생사의 한계점을 넘어섰고, AN도 정상 가동으로는 버텨내기 힘들어 중국을 곁눈질해야 하는 처지이다.
반면, 일본은 수출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2016년 들어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예전과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거나 적자로 돌아섰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있다. 범용 생산에 그치지 않고 고부가가치 그레이드 생산으로 전환했음은 물론 3차, 4차 유도제품을 개발해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도 비수기 대책에 그치지 않고 중국과 차별화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화를 하루빨리 서둘러야 한다. 이미 늦었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하지 않던가?
<화학저널 2016년 6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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