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덤핑 규제는 글로벌 무역구제 조치의 하나로 WTO(세계무역기구)의 자유무역 정신에 반하기 때문에 그동안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중국 화학기업들이 잇따라 반덤핑 조치를 강화함에 따라 국내 화학제품 수출이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으며, 일본도 반덤핑 신청절차의 간소화를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석유화학제품은 해외 경쟁기업의 견제를 받아 반덤핑관세를 부과하는 대상품목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미국 트럼프 정권의 출범에 따라 세계적으로 보호무역 기조가 강해지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반덤핑 규제와 자유무역은 상호 모순
반덤핑 규제는 WTO 협정에서 불공정한 무역에 대한 구제조치로 반덤핑,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3가지가 있다.
반덤핑은 수출기업이 자국 내 정상가격보다 저가에 수출해 수입국의 동종기업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사실이 판명됐을 때 수입국이 자국산업을 구제하기 위해 반덤핑관세를 부과하는 조치이며 수입제품 가격이 내수가격을 상회하는 수준이어도 수출국 정상가격에 비해 저가에 수출하면 덤핑에 해당한다.
부당 저가판매는 무역상 덤핑으로 해석하기도 하나 독과점금지법에서는 제조코스트를 하회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반덤핑은 본래 부당 저가판매와 조건이 상이한 것으로 정의되고 있다.
수입국 정부의 조사에 따라 수출기업의 덤핑판매가 인정되면 수입국 정부는 덤핑마진을 상한으로 덤핑 판매한 수출기업에게 반덤핑관세를 부과하며, 덤핑마진은 정상가격에서 수출가격을 제외한 후 수출가격으로 나누어 계산한다.
반덤핑관세가 부과되면 수출기업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게 되며 과세 조치는 최장 5년 이내이며 기한 내에 정당한 수정이 없으면 연장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반덤핑 부과는 수입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자유무역 제도의 메리트 자체를 훼손한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수입제품에 비해 경쟁력이 뒤떨어지는 자국기업이 손해를 입는 것을 문제시하는 것이 정당하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반덤핑 규제 자체가 자유무역 정신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경제산업성의 불공정무역백서를 통해 각국의 제도 운용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반덤핑관세 부과 확대방향으로 전환
일본 정부는 반덤핑 규제를 포함한 무역구제 조치 이용에 적극적이지 않았으나 중국이 일본에 대한 반덤핑 규제를 확대 함에 따라 2010년부터 강화하는 자세로 전환했다.
중국은 1995년부터 2014년까지 20년 동안 반덤핑 부과건수가 176건에 달했으며 일본제품을 대상으로 한 부과도 29건으로 파악되고 있다.
반면, 일본은 10년 동안 반덤핑 부과건수가 7건에 불과했고 중국을 대상으로 한 부과는 1건에 그쳐 EU(유럽연합), 한국, 미국산에 대한 부과건수에 비해서 적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요기업,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외국제품을 수입하는 것은 무역의 최대 메리트로 일본은 자국기업이 피해를 입는다는 이유로 과세하는 것은 자유무역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일본은 무역대국으로 수출이 중심이어서 수입제품에 대한 규제를 최소화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반덤핑을 포함한 무역구제 조치를 자국기업에 적극 권장하지 않았으며 그동안 반덤핑 신청절차도 매우 복잡했다.
그러나 일본은 2002년부터 5년 동안 석유화학 20개 품목에 대해 중국으로부터 반덤핑관세를 부과받음으로써 인식이 전환된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은 WTO 가입 이후 일본과는 대조적으로 반덤핑관세 부과를 지속해왔으며 일본을 대상으로 한 반덤핑 규제가 석유화학제품 29개에 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은 2002년 무수프탈산(Phthalic Anhydride)부터 2007년 아세톤(Acetone)까지 21개 품목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실시해 MDI(Methylene di-para-Phenylene Isocyanate)를 제외하고는 모두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다.
중국 당국의 조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변호사에 의뢰하고 중국어로 방대한 제출 자료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커 일본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덤핑관세 부과 품목은 중국의 자급률이 낮은 것이 많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부과함으로써 일본기업에게 직접적인 투자를 촉구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반덤핑 규제 재연장에는 적극 대응
일본은 중국의 자의적인 반덤핑 규제를 억제하기 위해 2002년부터 중국과 석유화학 관련 대화를 이어가고 있으나 중국의 반덤핑 규제 중단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고 있다.
2007년 이후 2012년까지 새로운 반덤핑품목이 등장하지는 않았으나 중국은 최근 5년 동안 반덤핑 규제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덤핑관세 부과기간은 5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중국 정부가 대부분 덤핑 유무를 재조사해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거나 조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연장하고 있다.
특히, 반덤핑품목 가운데 PVC(Polyvinyl Chloride)와 에탄올아민(Ethanolamine)은 2회 연장해 관세 부과기간이 15년에 달하고 있다.
아울러 2014년 새롭게 MMA(Methyl Methacrylate), 2015년에는 아크릴섬유에 대해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다.
일본 정부는 중국의 자의적인 반덤핑 규제를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하고 대응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산업성의 반덤핑 관련 전문가 워킹그룹 보고서는 미국의 반덤핑관세 부과에 대해서도 보복성이 짙다고 분석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무역구제 조치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작성한 자료에서 인디아 및 브라질의 반덤핑 조사건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일본이 대상국에 포함돼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또 일본과 경제연계협정(EPA)을 체결하고 있는 국가들이 반덤핑 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현상을 다루며 일본 정부도 일본기업들에게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른 국가의 반덤핑 규제로 갈 곳을 잃은 수입제품이 유입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어 일본의 반덤핑 규제 강화가 예상되고 있다.
반덤핑 규제 신청절차 간소화
일본은 자국기업이 반덤핑 과세를 신청하면 정부가 조사, 예비판정, 잠정과세, 최종결정, 과세 프로세스로 운용하는 시스템을 취하고 있어 반덤핑 규제 신청절차가 복잡한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예비관세 부과 판정까지의 기간이 14개월 가량 소요돼 미국 등에 비해 너무 길다는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조사·판정기간을 10개월로 단축했다.
또 신청에 필요한 서류작성이 복잡하기 때문에 변호사에게 의뢰할 수밖에 없고 비용이 1억엔 이상 드는 사례도 있었으나 인터넷에 공개한 신청서 샘플을 참고로 누구나 작성할 수 있도록 해 비용 부담을 대폭 경감했고 신청서 양도 4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덤핑 조치를 신청할 때 기존에는 가입기업의 과반수가 해당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 요건이어서 소규모 단체는 신청하지 못하는 문제가 지적됨에 따라 가입기업 2사 이상이 생산하는 것으로 변경해 신청 가능한 단체 범위도 확대했다.
반면, 확인방안에 대해 특별히 규정하고 있는 것은 없어 신청자의 대상제품 수입량이 일본 총생산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면 요건을 충족하는 점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덤핑 제도 개정은 신청 후의 서면조사를 비롯해 프로세스 운용을 투명화하고 행정 서비스를 다른 국가 수준으로 향상시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PVC·TDI, 반덤핑관세 영향 상이
일본은 반덤핑관세를 부과받은 화학제품 가운데 중국 수출액이 가장 큰 PVC와 2번째로 큰 TDI(Toluene Diisocynate)의 수출량과 평균 수출단가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PVC는 2004년부터 반덤핑 조치가 발동됐으나 2007년까지 수출액이 크게 감소하지 않았고 평균 수출단가가 상승했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발생한 이듬해인 2009년과 2010년에는 수출이 증가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2011년부터 수출량이 격감했으나 평균 수출단가는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덤핑 규제에도 수출이 호조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특정지역에서 품질이 좋은 일본산에 대해 반덤핑관세를 일부 면제하고 일본의 PVC 가공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해 생산능력 자체가 축소된 것이 요인으로 판단되고 있다.
TDI는 2004년부터 반덤핑관세를 부과받아 2006년 덤핑률이 확대됐으며, 2007-2008년 평균단가가 상승한 것은 조사에 대비해 거래가격을 끌어올렸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중국이 2008년 재조사를 실시했으나 일본이 중국산 TDI에 대한 반덤핑 조치에 나서자 2014년 갑자기 중단했다. 그러나 2006년 이후 중국 수출량은 반덤핑 규제 이전보다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PVC와 TDI는 반덤핑관세의 영향이 상이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이 2010년 이후 발동한 반덤핑 규제는 모두 화학제품이며 중국산은 3건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은 TDI 일본 수출이 2014년 예비관세와 2015년 최종판정 이후 2013년 1만546톤에서 2014년 3121톤으로 줄어들었으며 2015년에는 반덤핑관세를 포함하지 않는 판매단가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80톤으로 격감했다.


보복조치보다 신중한 운용으로…
TDI는 중국이 2003년 일본산에 대해 반덤핑관세를 부과했으며 일본은 2014년 중국산을 대상으로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2014년 2월 일본이 중국산에 대한 반덤핑 조치를 발동하자 11월 재조사 중단을 결정했다.
보복적인 반덤핑 규제가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평가되나 일본의 중국산 수입이 격감한 것은 수요처의 이익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져 보복적인 반덤핑 규제가 상대국의 무리한 반덤핑 규제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해도 내수 소비자 이익에 대한 영향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석유화학제품 가공기업과 완성제품을 구입하는 최종 소비자는 일본산, 수입제품 관계없이 동일한 품질이면 저가제품을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산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중국의 반덤핑 규제는 중국기업에게는 메리트로 작용하나 최종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저하되는 문제점을 초래하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품질이 더욱 우수한 일본산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반대하는 수요처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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