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화학산업은 2017년 지역별로 각기 다른 양상을 나타내며 성장을 계속했다.
동남아 석유화학기업들은 기초유분 다양화를 위해 NCC(Naphtha Cracking Center) 증설을 잇달아 실행했으며 유도제품 사업화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중국도 신증설 투자를 본격화하고 SP Chemicals 등이 ECC(Ethane Cracking Center) 구축 프로젝트에 나섰으나 정부의 환경규제 강화, 난방용 가스 공급 우선 정책에 따른 산업용 가스 부족 심화 등이 성장을 저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시장은 정유기업들이 화학사업 진출을 본격화한 가운데 석유화학기업들은 범용제품을 중심으로 신증설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기업의 국내 생산거점 확충이 본격화된 것도 특징이다.
미국, 유럽 화학기업들은 2016년에 이어 2017년에도 대규모 재편을 실행했으나 액티비스트(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인수합병(M&A) 시도가 무산된 사례가 속출했다.
동남아, NCC 증설로 차별화 시도…
동남아 화학산업은 2017년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호조를 계속했다.
2015년 말부터 2016년까지 전체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친 Shell Chemicals의 싱가폴 NCC 불가항력 사태와 같은 변수가 없었고 대부분 설비의 가동이 순조롭게 이어졌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타이, 싱가폴,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주요국에서는 신증설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말레이지아 Petronas의 RAPID 프로젝트, 타이 PTT Global Chemical(PTTGC)의 석유화학 프로젝트, 타이 SCG 그룹이 주도하는 베트남 Longson 프로젝트, 인도네시아 Chandra Asri Petrochemical(CAP)의 대규모 프로젝트, 롯데티탄(Lotte Chemical Titan)의 말레이 및 인도네시아 신증설 프로젝트, 필리핀 JG Summit의 증설 계획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NCC를 증설하는 프로젝트로 미국이 주도하는 ECC를 중심으로 세계 석유화학 시장이 경질화되는 가운데 다양한 유분을 활용할 수 있는 나프타 베이스로 대항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중간소득층 증가로 해외기업 진출 가속화
동남아는 최근 핵심 국가의 중간소득층이 증가함에 따라 각종 소비재 시장이 확대되며 관련 화학제품 수요가 꾸준히 신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기업의 동남아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글로벌 메이저 등 석유화학기업들은 당초 동남아에 원료를 공급하는데 그쳤으나 최근에는 소비재 생산기업들이 현지에 진출함에 따라 인근에 공장을 건설하고 즉각 조달함으로써 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기저귀나 위생소재에 투입하는 접착제와 SAP(Super Absorbent Polymer), 카시트 등에 사용하는 폴리우레탄(Polyurethane), 친환경 타이어 등에 사용하는 합성고무 신증설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본기업들의 진출도 주목되고 있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2014-2016년 진행된 대규모 에틸렌(Ethylene) 크래커 구조재편 등으로 석유화학산업 자체가 축소되고 유도제품 생산을 새롭게 시작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동남아에 생산거점을 구축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Kuraray와 Sumitomo상사는 PTTGC와 3사 합작으로 타이에서 고내열 PA(Polyamide) 9T 사업화를 검토하고 있다.
Nippon Shokubai(NSC)는 2020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총 200억엔을 투입해 타이에 계면활성제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NSC는 일본 Kawasaki 등에서만 계면활성제를 생산했으나 최근 타이를 비롯한 동남아에서 소득수준 향상과 라이프스타일 변화의 흐름을 타고 세탁이 편리한 액체형 세탁세제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동남아 생산을 결정했다.
신증설 계획 모두 성사 “불가능”
동남아 석유화학 시장은 2018년에는 성장세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타이는 석유화학 원료 기반이 탄탄하고 해외 파트너 모색에 적극적이어서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인도네시아는 CAP, 롯데티탄의 공업용지 확보가 난항을 겪고 있고 국영기업인 Petronas의 정유 고도화 및 석유화학 컴플렉스 프로젝트마저 장기간 지연되고 있다.
베트남에서도 SCG가 국영 PetroVietnam과 Longson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나 정부의 국영기업 개혁, 토지 수용 문제 등으로 예정보다 크게 지연되고 있다.
싱가폴에서는 한때 생산기업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던 유틸리티 코스트 문제가 해소됐으나 정부가 2019년까지 탄소세를 도입할 예정이어서 현지에 진출한 화학기업들의 코스트 증가가 우려되고 있다.
동남아는 2018년 이후 각국별 특징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며 광역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제창하고 있는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큰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 환경규제에 가스 부족 “가중”
중국 화학산업은 2017년 정부가 주도하는 환경규제의 영향으로 성장이 다소 제한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6년 말부터 전국 각지의 화학공장 및 공업단지에 대한 단속활동을 확대하고 있으며 대응조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가동중단, 가동률 저감 등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화북 지역의 대기오염이 심각해 Beijing, Tianjin, Shandong을 비롯한 6개 지역을 대상으로 2017년 10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추가 규제를 가했으며 일반 화학공장 뿐만 아니라 의약품 공장 등도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배출량이 상당하다고 판단하고 가동제한 조치를 취했다.
중국 정부는 대기오염 문제 개선을 위해 VOCs 저감을 중시하고 있으며 현지에 진출한 해외기업 역시 예외없이 규제 강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환경보호부는 2017년 10월 전국 각지를 대상으로 2020년까지 VOCs 배출량을 총 10% 이상 저감해야 한다는 목표치를 설정했으며 VOCs 배출량이 많은 중점 감시지역과 산업군, 관련제품을 선정해 가동률 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아울러 중점 감시산업에 대해서는 배출허가증 제도도 함께 도입한다.
중점 감시지역으로는 Beijing, Tianjin, Shanghai 등 16곳이 선정됐으며 산업군은 석유화학, 일반화학, 공업용 도장, 포장·인쇄, 교통 등이 확정됐다.
환경보호부는 지방정부들에게 PM2.5, 오존 배출원을 파악하도록 지시했으며 아로마틱(Aromatics), 올레핀, 알데히드류 등을 중점 오염물질로 설정함으로써 주요 공장들이 또다시 가동중단 위기에 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7년 말에는 난방 성수기에 돌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오염 방지를 위해 난방용 연료를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전환하는 작업을 병행해 산업용 가스 부족 문제가 심화됐다.
중앙정부, 지방정부가 모두 일반 가정용 난방에 가스를 우선적으로 공급함에 따라 대다수 공장들은 가스 조달에 차질을 빚었으며 가스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륙지방과 화남 지역에서는 주로 비료, 요소, 암모니아, 메탄올(Methanol) 생산기업을 중심으로 가스 부족을 이유로 가동을 중단한 곳이 속출했다.
각종 규제에도 세계 거대시장 “여전”
중국 화학산업은 정부의 환경규제 강화로 성장폭이 제한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석유·화학산업연합회(CPCIF)에 따르면, 화학산업 매출총액은 2017년 10조1300억위안으로 전년대비 1%, 이익총액은 5500억위안으로 9%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설비과잉, 고기능제품군 부족 등 과제가 여전하나 환경규제를 동반한 생산조정 작업을 착실히 수행한 영향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CPCIF는 중국 화학산업이 앞으로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성숙시장·국제시장 개척, 추가적인 생산 구조조정, 생산 효율화 및 스마트화, 녹색 및 안전 중시 등 4가지 과제를 수행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신소재 개발, 산업모델 전환 등에 주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시장, 정유기업 진출 “본격화”
국내 화학시장은 2017년 정유기업들의 진출 가속화, 석유화학기업들의 신증설 투자 확대, 일본기업의 스페셜티 확충 움직임이 뚜렷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기업들은 기존의 정유 사업만으로는 장기적인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화학 등 비정유부문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SK종합화학을 통해 Dow Chemical로부터 PVDC(Polyvinylidene Chloride), EAA(Ethylene Acrylic Acid) 등 고부가 포장소재 사업을 인수했다.
최근에는 2차전지 사업을 차기 집중육성 분야로 주목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17년 11월 헝가리에 7.5GWh급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LG화학, 삼성SDI에 비해 후발주자이지만 우수인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며 경쟁력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GS칼텍스는 2022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여수에 혼합 올레핀 생산설비(MFC: Mixed Feed Cracker)를 건설할 방침이다.
에틸렌 생산능력 70만톤에 PE(Polyethylene)는 50만톤을 계획하고 있다.
GS칼텍스는 바이오케미칼 육성에도 집중하고 있다.
바이오부탄올(Bio-Butanol)은 2017년 하반기 여수에 400톤 데모플랜트를 건설했으며 2020년 전후로 휘발유에 바이오연료를 의무적으로 혼합하는 정책이 시행되면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상업화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석유화학 기반의 1,3-BDO(Butanediol)를 대체할 수 있는 2,3-BDO는 2018년 완공을 목표로 군산에 300톤 데모플랜트를 건설하고 있다.
2,3-BDO는 보습·방부 특성을 보유하고 있어 화장품, 헬스케어용 원료로 투입할 수 있고 식물의 성장을 촉진해 농작물 보호제의 원료로도 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적 한계와 폭발 위험성이 있어 석유화학공정에서는 생산이 제한되고 있으나 바이오화학 공정이라면 문제점을 극복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바이오나일론(Bio-Nylon)은 2017년 초 대전 50톤 파일럿플랜트를 완공했으며 시험가동 후 경제성을 평가하고 있다.
이밖에 고부가 바이오화학제품인 에틸랙테이트(Ethyl Lactate) 생산기술 개발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
▶ 다음호에 계속
<화학저널 2018년 4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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