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기업들은 4월 접어들면서 반가운 소식과 함께 암울한 미래를 상상함으로써 안면근육이 상당히 쪼그라드는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희소식은 중국 실물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가 4개월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것이고, 중국이 미국의 무역보복에 맞서 미국산 농산물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사실은 반대일 것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3월 제조업 PMI가 51.5를 기록했다고 3월31일 발표했다. 2월 50.3은 물론 예상치 50.6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2017년 11월 이후 4개월만에 처음으로 전월대비 개선됐다. PMI가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뜻하고 2016년 8월 이후 20개월 연속 확장국면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석유화학기업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중국은 2월 자동차 판매대수가 170만대로 크게 줄어드는 등 경기침체 조짐이 뚜렷해지고 석유화학제품 구매수요가 크게 줄어들어 석유화학 시장이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불황국면에 접어드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많았다.
석유화학은 에틸렌만 1400달러 수준으로 초강세를 유지하고 있을 뿐 대부분이 2018년 들어 폭락세 또는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3월부터는 정기보수로 강세를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극히 비정상적인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은 2월 중순 춘제 연휴의 영향으로 PMI가 19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중국 경기가 본격적인 침체국면에 접어든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3월 반등에 성공함으로써 석유화학기업들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중국의 PMI 지수가 상승했다고 하나 미국과의 무역전쟁 발발 위기가 커지면서 중국기업들이 구매를 적극화하지 않고 있고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1.5% 수준으로 인상함으로써 금융비용 부담이 커진 것도 구매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4월1일 미국산 과일, 돼지고기 등 128개 품목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미국-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3월부터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 10-25%를 부과한다고 발표한데 대해 즉각 보복관세를 부과한 것으로 무역보복이 확산될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다.
특히, 중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대상품목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지역에서 생산하는 농산물과 식품, 강관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측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만을 대상으로 강력한 추가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만약, 미국이 지식재산권과 함께 중국산 일반 공산품을 무역보복 대상으로 추가한다면 글로벌 무역전쟁이 불가피해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경제에 치명타를 안겨주는 것은 물론 중국의 중간소재 수입을 줄이는 효과가 더해져 국내 석유화학제품 수출이 크게 줄어들고 국제가격이 폭락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중국의 무역전쟁은 남북한 화해무드까지 가세해 핵·미사일을 둘러싼 동북아시아 정세를 위기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석유화학 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 주체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