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화학기업들이 M&A(인수합병)를 통해 자동차 소재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매년 신규 차종이 출시되는 가운데 최근 들어 경량화를 중시하는 전기자동차(EV)가 새로운 주류로 등장하고 경량화 효과를 얻기 위해 구조부품 등이 CFRP(Carbon Fiber Reinforced Plastic)로 전환됨에 따라 다양한 방면에서 개발 고도화 및 경쟁 심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또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도 형성되며 사업기회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일본 화학기업들은 최근 수년 동안 이어진 호황을 바탕으로 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과거에는 자동차 내장재 등에 투입되는 수지를 일부 공급하는데 그쳤으나 최근에는 내장재 및 외장재로 투입이 가능한 다양한 수지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나아가 소재 판매에만 머물러 있으면 시대의 흐름에 뒤처진다는 위기의식 아래 M&A 등을 통한 사업 다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동차기업들도 화학기업들의 사업 진출을 환영하고 있다.
자동차기업들에게 신차 개발은 생존을 건 대형 프로젝트로 나날이 연구개발(R&D) 부담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차 개발을 아예 외주에 맡기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으며 디자인, 설계부터 차체 시험제작 등을 지원하는 자동차 설계기업의 존재감이 부상하고 있다.
2017년에는 소재 및 화학기업들이 자동차 설계기업 인수에 적극 나선 것이 특징으로 파악된다.
모두 자동차산업에 정통한 디자인 및 설계 전문가를 확보하고 신차 개발동향을 선제적으로 파악한 후 관련 소재 및 부재 공급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특히, 탄소섬유 생산기업들은 자동차 구조재가 금속에서 CFRP로 대체됨에 따라 인수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소재 공급에서 설계 지원으로…
도레이(Toray)는 2017년 출자한 Tokyo R&D를 통해 자동차의 디자인, 설계, 시험제작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도레이는 프리프레그, RTM(Resin Transfer Molding) 등 풍부한 CFRP 가공기술을 바탕으로 레귤러토우(Regular Tow), 라지토우(Large Tow)의 중간물성을 갖춘 신형 레귤러토우를 개발하는 등 탄소섬유 브랜드를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앞으로 Tokyo R&D의 설계 노하우와 조합함으로써 자동차 분야에서 광범위한 중간기재 공급자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Mitsubishi Chemical(MCH)은 탄소섬유 SMC(Sheet Molding Compound) 분야에서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2017년 3월 SMC 설계기술에서 강점을 갖춘 미국 Gemini Composites을 인수하고 10월에는 SMC 프레스 성형에서 협력관계를 가지고 있는 복합소재 프레스 성형기업인 이태리 CPC SRL에 출자했다.
SMC 설계기업, 프레스기업을 확보함에 따라 SMC 체인 구축에 한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테이진(Teijin)은 자동차 소재 관련 장기 기술체제 구축을 위해 미국 Continental Structural Plastics(CSP)을 인수하는 대규모 M&A를 진행했다.
CSP는 GFRP(Glass FRP) SMC 성형제품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디자인, 설계기술도 갖추고 있다.
테이진은 앞으로 자사의 주력제품인 CFRP와 CSP의 CFRP를 조합해 경량소재의 범위를 외장재에서 구조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확장할 예정이다.
다만, 레귤러토우에서 채용실적을 갖추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자동차에서 중요시되는 것은 코스트 경쟁력이 뛰어난 라지토우이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확장이 시급한 것으로 파악된다.
MCC, Arrk 인수에 3000억엔 투입
Mitsui Chemicals(MCC)은 2017년 11월 말 세계 최대의 자동차 설계 분야 메이저인 Arrk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MCC는 자동차소재용 PP(Polypropylene) 컴파운드, 엘라스토머(Elastomer)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자동차 개발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Arrk를 확보함으로써 자동차 개발의 전체적인 구상이나 최종적인 니즈를 파악해 솔루션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진화시킬 계획이다.
Arrk는 자동차기업으로부터 신차 개발을 일괄적으로 하청받는 엔지니어링 서비스 아웃소싱(ESO) 메이저로 외장재, 내장재, 시트 등 엔진을 제외한 자동차 1대를 전부 시험제작할 수 있는 디자인, 설계기술을 갖추고 있으며 실제 주행이 가능한 차체 제작까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충돌이나 강도 등과 관련된 해석기술 노하우도 확보하고 있다.
2016년에는 매출 434억엔을 올렸으며 60%는 유럽에서 얻은 것으로 파악된다.
아시아에서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으나 유럽에서는 ESO 사업이 활발히 이루어고 있기 때문으로, 유럽 자동차기업을 대거 수요처로 확보하고 있다.
생산거점도 영국, 프랑스, 폴란드, 루마니아 등에 갖추고 있다.
MCC는 모빌리티 사업에서 일본, 미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나 유럽에서는 다소 약세를 나타내 Arrk 인수를 계기로 성장세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MCC는 Arrk를 위한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했으며 11월29일 주식 공개매수를 실시해 지분율을 74.69%까지 높여 연결 자회사화할 계획이다.
MCC는 앞으로 Arrk와의 연계를 통해 신차 개발동향을 먼저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조달 및 제휴, M&A 등을 실시할 방침이다.
기존에 PP 컴파운드, 엘라스토머 사업에서 강점을 갖추었으나 EP(Engineering Plastic), 탄소섬유 등은 상업화하지 못했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된 바 있어 M&A 등을 통해 해당 소재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MCC는 2025년까지 진행하는 장기 경영계획에서 성장투자에 1조엔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며 Arrk 인수에만 3000억엔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빌리티 사업은 2016년 영업이익이 407억엔 수준이었으나 2025년에는 700억엔 이상으로 대폭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어 솔루션 제공 등 신규사업 확보가 필수불가결한 상태이다.
우선 Arrk 인수를 통해 대략적인 틀을 갖추게 됨에 따라 앞으로 사업 확장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MCC는 자동차 개발과 관련된 다양한 밸류체인을 갖추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순히 부품만 공급해서는 자동차 모델체인지가 이루어질 때마다 경쟁기업에게 시장점유율을 빼앗기기 쉽기 때문으로, 2014년 금형 전문기업인 Kyowa를 인수하며 밸류체인 구축의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SRC, 차세대 자동차 대응제품 개발 강화
Sumitomo Riko(SRC)는 자동차부품 생산기업에서 시스템 공급기업으로 탈바꿈한다.
SRC는 자동차산업이 대대적인 변혁기를 맞은 것으로 판단해 신규 중기 경영계획을 통해 자동차 사업 통합본부를 신설하고 신규 테스트코스를 건설하는 등 종합평가기술에 적극 투자함으로써 차세대 자동차 관련제품 개발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비자동차 분야는 인프라·주거환경을 중심으로 2022년 매출액을 1000억엔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신규 경영계획은 사업환경 변혁에 대응한 지속적인 성장 및 체질 강화에 중점을 두고 최종연도인 2022년 목표를 매출 5300억엔, 영업이익 250억엔, 영업이익률 5%, 자기자본이익률(ROE) 7%로 설정했다.
차세대 자동차용 신규 비즈니스 창출
매출은 사업환경 변화 및 투자 확대 등을 고려해 이전 중기계획 목표치를 유지했으며 영업이익은 70억엔 낮추었다.
설비투자는 2013-2017년 5년간 270억엔에서 2018-2022년 1900억엔으로, 연구개발은 119억엔에서 1000억엔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자동차 사업부문에서는 커넥티드카(Connected Car), 전동화, 자율주행, 카쉐어링(Car Sharing) 등 메가트렌드에 대응할 수 있는 신제품 및 환경규제 대응제품을 개발하고 기존 부품을 시스템으로 구성하는 등 고부가가치화 전략을 추진할 방침이다.
신설 예정인 자동차 사업 통합본부는 개발 사업부에 대한 통합기능을 부여해 방진, 자동차용 호스, 우레탄(Urethane), 자동차 신상품 개발센터, 글로벌 영업 등의 조직간 연계를 강화하고 가상개발 및 테스트코스를 이용한 종합평가기술에 총 100억엔을 투입해 차세대 자동차용 기술 개발, 부품 시스템화, 제안형 차별제품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SRC는 글로벌 방진고무 시장을 27% 장악하고 있으며 호스제품은 주변부품을 포함한 모듈화를 통해 2022년 세계시장 점유율을 16%로 2017년에 비해 2%포인트 끌어올려 최대 메이저로 부상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해외매출 비중도 25%로 7%포인트 끌어올리기 위해 글로벌 판매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프라·주거환경 분야는 로봇 외장 등 세계 1위에 도전할 수 있는 신제품을 개발함으로써 매출액을 600억엔으로 67%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자 분야에서는 프린터부품 시스템화 및 플렉소판 판매 강화,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국내외 판로 개척 및 의료용 소모품에 대한 대책을 추진해 비자동차 분야의 매출을 총 1000억엔으로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비재무적으로는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8%, 폐기물 배출량을 5%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글로벌 인프라 및 인재개발을 강화함과 동시에 차기 중기계획의 인수합병(M&A)을 위한 조직을 조성할 계획이다.
덴카, 자동차 소재 클러스터 전략
일본 덴카(Denka)는 2022년까지 추진하는 신규 경영계획에서 성장분야로 설정한 자동차 관련소재에 대해 다양한 생산제품군을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클러스터 전략」을 추진한다.
주력제품과 친화성이 높은 주변소재를 확충하고 신제품 제안을 강화함과 동시에 생산능력 확대, 재난 발생 시 사업 연속성 계획(BCP)을 고려한 신규 거점 건설도 검토할 방침이다.
덴카는 2018-2022년 신규 경영계획에서 자동차 관련소재를 비롯한 에너지·환경, 헬스케어, 고부가가치 인프라를 성장분야로 설정하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2022년 15%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성장분야를 포함한 스페셜티 사업 비율을 90%까지 끌어올리는 고부가가치 전략을 추진할 방침이다.
덴카는 자동차 구동계열 부품 등에 사용되는 특수 합성고무, LiB(리튬이온전지) 도전조제에 사용하는 초고순도 카본블랙(Carbon Black), PCU(Power Control Unit) 및 LED(Light Emitting Diode) 헤드라이트 등에 사용하는 고열전도 전자회로기판 등 열 대응소재, 구조용 접착제 등을 공급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전장화, 전기자동차(EV) 보급에 대한 대응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2016년에는 다양한 생산제품을 복합적으로 제안하고 수요처 니즈를 신제품 개발에 적극 적용하는 기능을 강화할 목적으로 Automotive Materials & Solution(AMS) 추진실을 설치했다.
이후 사내 정보 공유, 수요처 대응이 신속화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클러스터 전략을 통해 초고순도 카본블랙과 친화성이 높은 전극소재용 접착제도 개발하고 있다.
초고순도 카본블랙은 LiB용 도전조제로 일본 및 한국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나 주변소재를 공급함으로써 단순한 소재 판매에서 나아가 편리성까지 고려한 솔루션 제안이 가능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자동차 관련소재는 독자기술을 활용해 내장재용으로 기모 가공을 실시한 시트 소재, 올레핀계 수지에 사용하는 구조용 접착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덴카는 신규 경영계획을 통해 스페셜티 사업에도 총 600억엔을 투입할 방침이다.
수요가 꾸준히 신장하고 있는 자동차 관련소재는 생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품질, BCP까지 고려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생산하고 있는 LiB 도전조제용 초고순도 카본블랙, 열 대응소재 등은 해외도 포함해 신규 생산거점 건설을 검토할 계획이다. <정세진·강윤화 기자>
표, 그래프: <MCC와 ArrK의 자동차 개발 밸류체인, 일본 화학기업들의 자동차 관련 투자동향, 차세대 자동차용 신규 비즈니스 창출부문, Denka의 자동차 관련 생산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