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 일가가 여러 계열사 임원을 겸직하면서 거액 보수를 챙기거나 미등기 임원이면서도 등기임원보다 많은 보상을 받는 등 문제점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관련공시를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제개혁연대는 10월4일 공시대상 재벌(대기업집단) 소속 260개 상장기업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18년 상반기에 2개 이상 자회사에서 각각 5억원 이상을 받은 임원 15명 중 14명은 총수 일가라고 밝혔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국내 상장·비상장 계열사 중 모두 8개사에서 등기 및 미등기 임원을 맡았고 해외 계열사 2곳의 등기임원으로도 재직하면서 대한항공, 한국공항, 한진칼, 한진 등 4개 상장기업에서 총 58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은 모두 6개사의 임원을 겸하고 있으며 상반기에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글로벌 3곳에서 총 19억원을 수령한 것으로 공시됐다.
3개사 임원을 겸하고 있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2개사에서 53억원을, 국내 3곳과 해외법인 2곳의 임원을 맡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개사에서 50억원을 각각 받았다.
미등기 임원을 맡은 총수 일가가 최종 의사결정권을 가진 등기임원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총수 일가가 미등기 임원으로 있으면서 2018년 상반기에 급여 등(퇴직금·스톡옵션 제외)으로 5억원 이상을 받은 경우는 모두 19명(15개사)이었다.
5억원 이상을 받은 일반 임직원이 있는 5개사를 놓고 비교하면 총수 일가 미등기 임원이 받은 급여 등은 일반 임직원 최고액 수령자의 평균 1.36배에 달했다.
신세계그룹은 미등기 임원인 정용진 부회장이 이마트에서 급여 등으로 받은 돈이 17억3700만원에 달했으나 등기임원인 이갑수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은 7억6200만원에 불과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CJ,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효성에서 각각 미등기 임원으로 있으면서 급여 등으로 각각 12억원 가량을 받았다. 해당 회사에서 5억원 이상을 수령한 일반 임직원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