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한국석유공사로 출발해 유공을 거친 전형적인 석유정제·석유화학기업이다. SK텔레콤이 한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대부분 석유화학 및 화학 자회사로 구성돼 있다.
석유정제가 뼈대이고 석유화학이 본업으로 성장한 SK가 플래스틱을 비롯한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캠페인을 벌인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플래스틱을 비롯해 화학제품 매출이 절대적이고 최근에는 석유화학제품이 수익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말해도 무리가 아닌 판국에 플래스틱 사용 줄이기 운동을 선도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비닐 백, 일회용 컵 등 플래스틱제품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NO 플래스틱 운동은 최근 들어 대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SK그룹은 본사인 서린빌딩에서 11월부터 일회용 컵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고 한다.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서린빌딩 입주기업 모두가 일회용품 줄이기 운동에 돌입했고 사내에서 개인 머그컵 및 텀블러 사용, 꼭 필요할 때만 유리병, 캔, 무색 PET병 음료 우선구매, 외부 테이크아웃 컵 반입금지 등 3대 원칙을 세웠다는 것이다. 구내 카페에서는 머그컵과 텀블러 대여를 시작했고 구내식당은 식기를 친환경 용기로 대거 교체할 예정이라고 한다.
일회용품 줄이기 캠페인은 SK에 머물지 않고 삼성, LG 등이 이미 동참을 선언했고 머지않아 대기업 전체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플래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백화점 카드를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카드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2019년부터 플래스틱 카드 발급을 중단하기 시작해 2023년까지 총 540만장을 줄일 계획이다. 이마트도 11월부터 PB제품의 플래스틱 용기를 재활용하기 쉽게 무색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환영할만한 일이다. 플래스틱이 일상생활을 오염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해양오염으로 이어지고 우리가 먹는 어류에게 침투함으로써 인류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지 얼마 되지는 않았으나 현재처럼 무분별하게 플래스틱을 소비하면 머지않아 전지구적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노력하고 있어 최후의 심판을 받는 지경으로 가지는 않겠지만 아무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다면 2030년경에는 플래스틱을 넘어 화학제품 전체를 부정하는 사태로 발전할 수도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2000년경 플래스틱이나 화학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종이를 사용하는 것보다 환경적으로나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주장하면서 화학제품 생산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홍보에 열을 올린 경험이 있다.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고, 이웃 일본에서는 아직도 비슷한 캠페인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에너지 및 자원 절약 측면에서는 이해가 되지만 500년이 지나도 분해되지 않는 플래스틱의 해양오염 문제 앞에서는 할 말을 잃을 뿐이다.
Dow Chemical을 비롯한 글로벌 선진 화학기업들은 이미 플래스틱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기술개발을 포함한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나아가 플래스틱 사용금지 및 재활용에 그치지 않고 10-20년이면 분해돼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바이오 베이스 생분해성 플래스틱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화학 메이저답게 그린 챌린지 캠페인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바이오 플래스틱 개발로 연결되는 더 진지하고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을 제시할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