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가 전기자동차(EV) 대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실질적 제로(0)로 만들겠다는 정책 아래 EV 보급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또 자동차 자체 뿐만 아니라 EV에 투입되는 소재, 부품, 기계 등 하드웨어 전반, 제어시스템과 AI(인공지능) 등 소프트웨어 전반까지 EV와 관련된 산업이라면 전부 자국에 유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EV 생산기업 여러 곳이 오스트리아 진출 의사를 밝히는 등 시장 성장이 앞으로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낮은 지명도에도 OEM 통해 기반 구축
오스트리아는 그동안 음악 등 문화산업을 중심으로 한 관광대국으로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제조업을 비롯한 공업대국이라는 이미지는 낮았다.
실제로 GDP(국내총생산) 가운데 70%를 관광이 차지했으며 산업은 나머지 30%에 불과하고, 특히 자동차산업은 30% 중에서도 9.2%로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브랜드 역시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바가 없으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 재규어(Jaguar) 등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이 진출해 있으나 OEM(주문자 위탁생산)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기기, 부품, 소프트웨어 등을 공급하는 티어1, 티어2도 그라츠(Graz)에 AVL List, 빈(Wien)에 TTTech 등이 입주해 있으나 역시 OEM 공급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즉, 아직까지 자동차산업에서 지명도가 낮은 편이나 OEM을 통해 축적해온 기술력으로 견고한 산업기반을 구축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AI 기술 개발 본고장으로 자리매김
오스트리아는 자동차 소재, 기기, 소프트웨어 관련기업들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고 정부도 1980년대부터 AI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정부가 특정 분야를 설정하고 AI산업을 육성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커넥티드카, EV, 자율주행 자동차 제어 시장이 확대되면서 AI의 용도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다만, AI 역시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지명도가 낮다는 한계가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애플(Apple)의 시리(Siri) 서비스는 오스트리아에서 베이스가 개발됐고, 앞으로 음성입력 서비스가 EV나 자율주행 자동차를 운전할 때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시장 확대가 예측되고 있다.
자동차용 AI 개발 사례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에 독일 자동차기업을 위해 ADAS(첨단운전지원시스템)를 개발했고 현재까지 주요 ADAS 기술로 사용되고 있다.
화자를 특정할 수 있는 음성 어시스트, 자동차 보험 연계, 품질관리, 제조공정 관련 AI를 개발하는 신흥기업들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그라츠는 오스트리아 제2의 도시로 AI, 스마트 모빌리티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라츠공과대학을 중심으로 AI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으며 인근에는 AI 스타트업을 비롯해 그라츠공과대학을 쉐어홀더로 삼은 벤처기업 등이 자리를 잡고 ADAS,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라츠에서는 세계 4위 자동차부품 생산기업인 마그나 슈타이어(Magna Steyr)가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AVL에게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벤처기업이 개발한 기술이 최종적으로 글로벌 브랜드 자동차에 채용된 사례도 많으며, 정부가 2020년까지 법인세를 25%에서 20-22%로 인하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글로벌기업 투자 유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알루미늄 탑재 증가도 호재로…
오스트리아가 자동차산업에서 강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완성차 뿐만 아니라 소재, 부품, 자동차 탑재용 기기, 소프트웨어 등을 모두 아우르는 일관된 산업구조 때문으로 평가되고 있다.
업스트림과 미들스트림에서는 커넥티드카, EV, 자율주행 자동차 보급 확대 흐름을 타고 관련 신제품 개발 및 연구개발(R&D)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공장들도 스마트화를 통해 개발기간 단축, 생산효율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알루미늄(Aluminium) 메이저 AMAG는 자동차용 공급량이 증가하며 영업실적이 계속 호전되고 있다.
공급량은 1997년 6만5000톤에 불과했으나 2017년에는 21만4000톤으로 3배 이상 급증했고 중기적으로는 30만톤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MAG는 성장분야로 자동차, 항공기, 스포츠용품 용도를 주목하고 있다. 자동차용 알루미늄 수요는 매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2년에는 자동차 제조에 알루미늄이 30만톤 투입되는데 그쳤으나 2017년에는 180만톤이 사용됐고 2027년에는 380만톤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물론, 강철을 대체하기 위해 탄소섬유를 사용하는 곳도 많아 경쟁이 예고되고 있으나 탄소섬유는 코스트가 높아 고급 자동차, 스포츠카 등에만 투입되고 품질, 코스트 경쟁력에서 우위를 나타내는 알루미늄이 자동차용 수요를 대부분 차지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의 중심이 EV로 변화하고 있는 점도 호재로 파악하고 있다.
EV는 배터리만 무게가 약 700kg에 달해 차체를 가볍게 만들기 위해서는 알루미늄 등으로 소재를 전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AMAG는 공장에 센서를 100개 이상 설치해 개발·제조·수송 과정을 스마트화함으로써 경쟁력을 더욱 향상시키고 있다.
LiB 생산기업 등장 “가속화”
최근에는 EV에 필수적인 LiB(리튬이온전지) 생산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Krayzel Electric은 15초 안에 1kWh까지 충전이 가능한 LiB를 개발했으며, 1kWh당 무게가 4.3kg에 불과해 장거리 주행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계식 냉각구조로 배터리 품질을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화재 방지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개발 단계부터 소량생산까지 직접 실시하고 있으며 대량생산 전환을 위해 기술 라이선스를 공여함으로써 독일 자동차 메이저를 대상으로 채용실적을 올리고 있다.
자동차 뿐만 아니라 항공기, 스마트홈 분야에서도 채용이 진행되고 있다.
중국 자동차기업 유치 본격화…
중국은 오스트리아 투자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자동차 메이저인 Great Wall Motors는 빈 인근의 Kottingbrunn에 연구개발센터를 두고 있다.
오스트리아가 자동차산업이 발달한 독일과 가깝고 공용어로 독일어를 사용하고 있어 의사소통이 원활하다는 점에서 연구개발센터 설립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OEM, 티어1, 티어2, 소재산업이 집적된 점도 높게 평가했다.
Great Wall Motors는 EV를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며 오스트리아에서는 엔지니어를 확보해 전기모터, 인버터, 탄화규소(SiC) 파워반도체, LiB, 충전 시스템 등 기술력을 향상시켜나갈 방침이다.
특히, 반도체 생산기업과 소재 생산기업 출신 인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3단계 자율주행 도입 기대한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EV 보급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V를 AI, ICT(정보통신기술), 소프트웨어 등을 통해 최적화된 조건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된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실질적 제로로 줄이는 카본뉴트럴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EV를 잇는 차세대 자동차로 자율주행 자동차를 주목하고 있으며 관련 연구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이미 세계 각국에서 개발돼 주행시험을 실시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2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2단계 자율주행 자동차는 에러가 발생하면 ADAS가 자동으로 비활성화되고 운전자가 스스로 운전해야 하는 모터모드로 전환된다.
반면, 3단계는 특정조건 아래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하며 유럽, 북미, 일본, 한국, 중국이 2020년 이후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기술은 대부분 확립된 상태이나 법 규제 및 제도 정비에 부딪쳐 상용화까지는 상당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자율주행 자동차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2단계까지는 운전자의 책임이지만 3단계부터는 OEM이 책임을 져야 하고 벌금이나 징계를 OEM이 받게 돼 기존 제도로는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 3단계 자율주행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실현 가능한 기술이 아니며 설계단계부터 변경이 필요해 자동차 관련기업들의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자동차 탑재용 기기 개발 위탁기업인 AVL List는 그라츠에서 기기, 소프트웨어, 충전시스템까지 일관적으로 연구하는 시설을 두고 있다.
ADAS 네트워크는 유럽과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18개국에 두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자율주행 시범차 6대를 운영하며 다양한 실험을 실시하고 있다.
스마트 자동차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동차가 스마트화되면서 커넥티드카가 실현되면 스마트폰, 컴퓨터 등과 마찬가지로 기반 운영체제(OS)를 탑재하게 된다.
현재 대당 1개의 OS를 탑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자율주행 자동차는 1개만으로 부족하고 사고가 났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예비 OS도 필요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AVL List는 예비 시스템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고, 빈에 본사를 두고 있는 TTTech도 여러 OS를 탑재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TTTech는 자동차, 항공기, 공장 등의 네트워크를 제어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왔으며 ADAS부터 자율주행 5단계까지를 대상으로 다양한 연구개발을 실시하고 있다.
TTTech의 자동차 탑재용 OS 모션와이즈는 여러 시스템을 제어하고 실시간 처리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30-40개의 시스템을 동시에 운영해도 대응이 가능하고 대상을 감지하면 20초만에 처리할 수 있다.
시스템 온 칩(SoC) 형태로 반도체에 간단하게 탑재시킬 수 있으며 삼성전자, 르네상스 전자(Renesas Electronics), 독일 Infineon Technologies 등 세계적인 반도체 메이저들과 관계를 강화하며 채용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이미 독일 자동차기업에게 채용이 확정돼 3단계 자율주행 자동차용으로 탑재가 진행되고 있다.
EV와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는 중국기업들도 TTTech를 주목하고 있다.
SAIC Motor는 모션와이즈를 2-3단계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거 도입했으며, 2018년 4월 TTTech와 합작기업 설립에 합의했다.
신규 합작기업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제조를 위탁할 예정이며 오스트리아 기술을 중국시장에 직접 적용할 계획이다.
오스트리아는 글로벌 유명 자동차 브랜드를 보유하지 못하고 B2B(Business to Business), OEM에만 주력해왔으나 앞으로는 스마트 자동차 기술의 선두주자로 나서면서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
<화학저널 2019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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