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시장이 불황국면에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관계자는 없을 것이다.
최근의 석유화학 불황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에 기인한 바 크지만 100% 그렇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무역마찰에 따라 중국이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이나 중국 경제가 하강국면에 접어들어 어차피 수요가 줄어들거나 수요증가율이 둔화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중국 경제는 장기간에 걸쳐 10%를 오르내리는 고도성장을 유지했으나 최근에는 6% 성장도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일부에서는 미국과 무역마찰을 일으키지 않았으면 6-7% 성장이 무난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중국 전문가들은 터무니없다고 손을 흔들고 있다.
아무리 경제체제를 굳건히 하더라도 5% 이상의 고도성장을 20년, 30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10년 이상 급성장했으면 하강국면에 접어드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2019년에는 6%대 성장을 기대했으나 미국과의 무역마찰로 5% 성장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석유화학 수요증가율이 둔화되는 것이 아니라 수요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산량의 50% 수준을 수출하고 반 이상을 중국으로 내보내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에게는 큰 시련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줄어들면서 국제가격이 약세를 계속하고 있고 미국산 유입까지 더해 적자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중국 수요가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중동, 동남아시아의 증설물량이 유입됨으로써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틸렌은 900달러가 무너졌고 프로필렌은 800달러대 중반으로 하락했으며 부타디엔은 900달러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벤젠은 선방하고 있으나 MEG는 600달러마저 무너져 적자가 톤당 400달러를 넘고 있고 SM은 무역상들이 1200-1300달러로 폭등시키기 위해 무던 애를 쓰고 있음에도 1000달러대 초반에서 등락하고 있으며 P-X는 메이저들이 1100-1200달러를 요구하고 있으나 900달러대 중반으로 떨어졌다.
프로필렌과 벤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적자상태이나 중국 수요 부진을 감안할 때 추가 하락이 불가피해 적자가 확대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석유화학은 계열화 구조상 가동률을 함부로 낮추기도 어려워 적자에도 불구하고 가동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적자가 확대되는 국면에서 수익성을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가동률을 낮추면서 공급을 줄이고 있으나 여의치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또는 아시아 수급을 무시한 채 현물가격을 지나치게 올리는 전략은 바람직스럽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더군다나 정기보수에 따라 일시적으로 수급타이트 현상이 나타날 수는 있으나 국제가격 흐름과는 정반대로 한국산만 고가전략을 고집하는 것은 스스로의 발등에 도끼를 찍는 것과 다름이 없다.
벤젠은 미국에 대한 적자수출로 강세를 유지하고 있고, P-X는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요구하면서 물의를 빚고 있으며, O-X는 폭발사고 및 정기보수에 따라 초강세 행진을 거듭하고 있으나 4월 말 CFR China는 920달러에 불과한 반면 FOB Korea는 1010달러를 형성했다. CFR이 FOB보다 톤당 30-40달러 높은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FOB Korea가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당장은 이익일 수 있으나 해외 수요처들이 한국산에 반기를 들어 외면하고 나서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국기업과는 거래하지 말아야 한다는 소문이 풍문에 그치기를 바랄 뿐이다.
<화학저널 2019년 5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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