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아시아 석유화학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어 한국, 일본을 중심으로 대응책 마련이 절실해지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마찰이 글로벌 경제의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서 대규모 석유화학 컴플렉스 건설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래스틱 폐기물 문제 해결에서도 중국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중국 수요가 계속 증가해 아시아 시장의 공급부족 현상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신증설 프로젝트를 적극화하고 있으나 중국 경제의 성장성 둔화에 따른 수요증가율 둔화에 중국의 자급률 상승이 겹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어 장기전략을 다시 수립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화학기업들이 에틸렌(Ethylene)을 중심으로 PE(Polyethylene) 신증설을 본격화함으로써 삼중고에 대비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무역전쟁, 주변국가 경제에 대한 영향 “상반”
중국은 미국과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거의 모든 중국산 수입제품으로 관세 보복을 확대하는 추가관세 제4탄을 시행하겠다고 경고했다.
중국도 액화천연가스(LNG) 등 6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산 수입제품에 추가관세를 부과하는 보복조치를 단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서플라이 체인에 변화를 초래함과 동시에 중국 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 경제 및 고용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타이완, 오스트레일리아 등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반면 베트남, 인도네시아는 조립·가공기지로 이상적인 위치에 자리하고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은 석유화학 프로젝트가 지연돼 공급 차질이 우려됐으나 한국, 동남아시아, 중동에서 신증설 프로젝트가 활성화됨으로써 중국 수요를 충족시킬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미국은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셰일가스(Shale Gas) 베이스 석유화학제품의 경쟁력이 하락해 신증설 프로젝트가 지연됐으나 2017년부터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을 적극화함으로써 아시아를 중심으로 석유화학 공급과잉을 부채질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정권의 관세보복 조치가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은 유라시아 대륙을 세력권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어 미국을 대신하는 수입원으로 러시아, 이란과의 연계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석유정제·석유화학 확대로 수급구조 변화
중국은 원유 처리능력을 2019년 8억6000만톤에서 2020년 9억2000만톤으로, 에틸렌 생산능력은 2019년 3000만톤에서 2025년 5000만톤으로 확대할 계획이어서 수요 측면 뿐만 아니라 생산 측면에서도 영향력을 급속히 강화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중동과 아시아는 2025년까지 세계적으로 신규건설 예정인 석유정제설비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에서는 2019-2020년 Hengli Group, Zhejiang Petrochemical 등이 대형 설비를 가동할 계획이다.
나프타(Naphtha) 베이스 스팀크래커, P-X(Para-Xylene) 플랜트도 신규 가동을 시작해 원료 수급구조에도 큰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은 세계적인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플래스틱 폐기물 및 해양쓰레기 문제에 대한 기준 및 법률 정비도 서두르고 있다.
방대한 양의 일회용 플래스틱을 사용하는 택배 서비스 등을 어떻게 규제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으며 플래스틱 쓰레기 문제에 있어서도 중국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파이오락스, 5대 리스크 설정해 대응책 강화
일본 파이오락스(Piolax)는 화학사업을 둘러싼 다양한 리스크에 대한 대응책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파이오락스는 최근 미국-중국 무역마찰이 심화됨에 따라 일본·미국·중국에 소재한 클램프 부품 생산기지를 재배치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럽에서는 영국이 EU(유럽연합)를 탈퇴할 것에 대비해 영국기지 대신 네덜란드에 임시 재고 보관용 창고를 마련하고 일부는 위탁생산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원료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최근 급등세를 계속하고 있는 PA(Polyamide) 66 대체소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더욱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대응책을 강구함으로써 수익성을 확보해나갈 방침이다.
파이오락스는 자동차 관련사업에서 매출의 90%를 올리고 있는 자동차부품 생산기업으로 정밀 용수철과 수지·금속 퍼스너를 비롯한 연료계, 구동계, 개폐부품 및 금속과 수지를 복합화시킨 소형 유닛부품 등을 일본과 해외 자동차기업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도치기현(Tochigi)의 모카(Moka), 시즈오카현(Shizuoka)의 후지(Fuji) 공장 2개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유럽과 미국을 비롯해 중국, 한국, 아세안(ASEAN), 인디아 등에도 생산기지가 있다.
3개년 중기 경영계획은 매년 경제정세를 업데이트하는 형태로 갱신하고 있으며 2021년까지 연결기준 매출을 720억엔, 영업이익은 110억엔, ROE(자기자본이익률) 10% 이상의 경영목표를 세우고 있다.
사업 추진에 있어 리스크가 될만한 요소로 미국-중국 무역마찰, 브렉시트(Brexit), 자동차 소재 가격 급등, 인건비 상승, 닛산(Nissan)의 자동차 생산 축소 등을 주목하고 있으며 각각의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스트 상승에 따라 생산기지 재배치
앞으로는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는 미국-중국 무역마찰 심화에 대응해 호스 등 연결을 위한 클램프 부품의 생산을 재배치함으로써 대응할 방침이다.
그동안 중국에서 생산해 북미에 수출해왔기 때문에 무역마찰이 계속되면 타격이 우려되기 때문으로, 2019년에는 미국기지로 중국 생산품목을 이전시키고 2021년에는 일본으로 다시 이전시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에는 일본에서 생산해 중국에 수출하던 생산제품을 중국 현지생산으로 돌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2019년 4월에는 일본·미국·중국 3개 프로젝트를 완성했으며 미국 조지아 공장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인근 부지 1만2710평방미터를 취득하고 2020년 초 상업가동을 목표로 3억3000만엔을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액의 40%를 올리고 있는 유럽에서는 영국기지가 브렉시트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네덜란드에 재고 보관용 창고를 확보함과 동시에 유럽 생산품목의 일부를 협력관계를 체결한 Raymond에게 위탁해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원료가격 급등에는 대체소재 도입, 해외소재 발굴 등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특히, 2017년 말부터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PA66는 이미 전환을 시도한 상태이며, 2018년 원료가격 상승에 따른 영향을 5억6000만엔으로 추산한 만큼 앞으로 가격 인상 및 글로벌 구매체제 확충 등을 통해 최적의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할 빙침이다.
인건비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동화를 활용한 인력 축소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2019년 총 7억엔을 투자해 121건을 실시하고 세계적으로는 164명을 줄임으로써 2019년 1억5000만엔, 2020년 6억엔 등 합리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주요 수요처인 닛산자동차의 자동차 생산 축소에 대해서는 판매처별 매출비중 20%를 목표로 일본 이외 지역 자동차기업에게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으로 판매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18년에는 OEM 확대를 통해 매출비중을 11.2%로 1.4%포인트 높이는데 성공했으며, 특히 그동안 거래가 없었던 중국 현지기업의 비중이 1.5%에 달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바스프, 중국 가전기업과의 연계 강화
유럽과 미국 화학 메이저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이 심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다운스트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바스프(BASF)와 코베스트로(Covestro)는 중국 가전 메이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소재 선정과 제조 프로세스 단계부터 공동 연구개발(R&D)을 추진하고 있다.
다우케미칼(Dow Chemical) 역시 공유자전거의 차체 경량화 등에 도움이 되는 소재를 제안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다만, 폴리우레탄(Polyurethane) 소재는 어플리케이션의 폭이 넓어짐과 동시에 중국기업과의 경쟁이 과열되고 있어 수요기업들의 니즈를 신속하게 파악해 대응하는 체제를 확립하고 있다.
바스프는 최근 중국 가전 메이저 메이디그룹(Midea Group)과 이노베이션을 위한 전략적 연계협정을 체결했고 앞으로 첨단소재 및 솔루션을 메이디 가전제품에 활용하도록 하고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정수기 분야에서는 신제품 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체제를 정비하고 있다.
전략적 연계협정은 바스프가 폴리우레탄 절연소재를 사용해 가전제품의 에너지 소비를 개선하거나 사용기간 연장 등에 기여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실내공기에서 포름알데히드(Formaldehyde) 등을 제거할 수 있는 촉매 Formaldpure를 사용함으로써 실내환경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스프는 앞으로 메이디의 세탁기에 적용하기 적합한 표면활성제를 개발할 방침이며 세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류 손상 등을 저감하는데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스프는 2019년 1월 최대 100억달러(약 18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액을 중국 광둥(Guangdong)에 투입해 종합 화학제품 생산기지인 페어분트(Verbund)를 건설하기로 현지 지방정부와 기본합의에 도달한 바 있다.
앞으로도 현지에서 급증이 기대되는 운수, 전자소재, 건축, 가전, 퍼스널케어 분야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며, 메이디도 광둥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베스트로 가전에 다우는 자전거 공략
코베스트로는 중국 가전 메이저인 하이얼(Haier Group)과 연계에 나서 주목된다.
코베스트로는 하이얼과 함께 산둥(Shandong)의 칭다오(Qingdao)에 가전제품 생산을 위한 디지털 실험실을 설치했으며, 코베스트로가 디지털라이제이션 전략을 기반으로 먼저 냉장고 단열재용 경질 우레탄폼(Urethane Foam)을 개발할 예정이다.
경질폼은 냉장고 단열재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나 성능을 적정 수준 발휘하기 위해서는 생산 프로세스에서 적정량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
또 발포기술이 복잡하다는 점도 발목을 잡아 하이얼은 정확한 특성평가가 어렵다는 점을 자체 과제로 파악하고 있다.
하이얼은 1984년 창립 이후 코베스트로로부터 냉장고 단열재용 폴리우레탄을 공급받아왔으며 2017년에는 글로벌 수준의 전략적 연계협정을 체결하고 사업, 기술개발 등에서 장기적으로 연계하기로 약속했다.
코베스트로는 하이얼이 인수한 미국 GE(제너럴일렉트릭)의 가전 사업에서도 수요를 확보해나갈 방침이다.
다우는 중국의 유명 공유자전거 서비스 Mobike와 연계해 차체 경량화 및 진동 저감에 도움이 되는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다우의 폴리우레탄 소재를 자전거 타이어에 사용하면 기존제품에 비해 중량을 약 20% 가볍게 만들 수 있으며 진동 저감, 내구성 향상 효과 등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우-Mobike는 폴리우레탄 외의 다른 소재도 활용이 가능할지 염두에 두고 공동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가전 메이저들은 건강을 지향하는 소비자들의 변화와 전반적인 생활품질 향상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으며, 미국·유럽 화학 메이저들 역시 중국의 변화에 맞추어 도움이 될만한 기술과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레탄은 중국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으나 중국기업의 진출도 가속화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유럽 화학 메이저들은 중국기업들의 기술력 향상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파악하고 성능에 따른 차별화보다는 빠른 단계에서 수요기업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가전 메이저들과의 연계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