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전자현미경 분석으로 화재·폭발 위험이 없는 전고체전지 구성 물질을 분석하는데 성공했다.
이현욱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과 정윤석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팀은 황(S) 화합물 고체 전해질 구조를 원자 단위에서 관찰하는데 성공했다고 5월14일 밝혔다.
LiB(리튬이온전지)에서 이온이 지나는 통로인 전해질은 주로 액체 상태이나 폭발 위험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어 더 안전한 고체 전해질을 개발하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전고체전지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해 배터리 구성요소를 모두 고체로 구성한 차세대 배터리로 폭발이나 화재 위험이 없고, 고용량 배터리를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고체 전해질에는 원자들이 미로처럼 빼곡히 쌓여 이온이 잘 다니지 못하며 이온 전도도가 낮을수록 배터리 용량과 수명이 떨어지는 점이 과제로 지적됐다.
해당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체 전해질의 복잡한 내부 구조를 분석해 이온이 지나는 길을 정확히 알아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른 물질보다 이온 전도도가 높아 고체 전해질로 적합한 황화합물은 황이 전자현미경이 내뿜는 전자빔에 취약해 간접적 방법으로만 내부 구조를 봐야 했다.
연구진은 황화합물 고체 전해질을 직접 관찰하고자 살아있는 세포나 미생물을 관찰하는 극저온 투과전자현미경 분석법을 배터리 물질 분석에 최초로 도입했다.
액체질소를 이용해 시편(분석에 쓰인 조각)을 영하 섭씨 170도로 순간 냉각하면 높은 에너지를 갖는 전자빔을 쏘아도 시편이 손상되지 않고 시료는 대기와 닿지 않게 보호하는 대기 비개방 분석법을 활용했다.
연구진은 다양한 성분을 조합한 황화합물을 합성하고 열처리 온도를 다르게 한 뒤 이온 전도도를 측정했고 이온 전도도가 가장 높은 물질을 극저온 투과전자현미경 분석법으로 관찰하자 육각형 모양의 원자 배열이 확인됐다.
대기 비개방 극저온 전자현미경 분석법이라는 새로운 기법으로 기존에 분석할 수 없었던 물질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이현욱 교수는 “공기와 접촉을 차단하고 물질 손상을 막는 기법이어서 반응성이 높은 LiB의 다른 구성 요소를 관찰하는데에도 적극적으로 응용될 것”이라며 “2차전지 산업에 교두보 역할을 하고 나아가 바이오와 소재과학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 성과는 나노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학술지인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5월5일자에 공개됐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