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뉴스

국내 연구진이 소리로 화학반응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을 규명했다.
소리는 일반적으로 마이크로파나 초음파보다 파장이 길고 에너지가 작아 분자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기초과학연구원(IBS) 복잡계 자기조립연구단 김기문 단장 연구팀은 소리가 화학반응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을 규명하고 시각화하는데에도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물의 움직임에만 주목한 기존 연구와 달리 물의 움직임에 따른 공기의 용해도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스피커 위에 물이 담긴 페트리 접시를 올려놓은 후 변화를 관찰했다.
관찰 결과 소리가 만들어낸 미세한 상하 진동으로 접시 안에 동심원 모양의 물결이 만들어졌고 동심원 사이 간격은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좁아졌다.
또 그릇 형태에 따라 다른 패턴을 나타내기도 해 소리 주파수나 그릇의 형태로 물결의 패턴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지시약을 이용해 소리가 만든 물결이 화학반응에 영향을 주는지도 분석했다.
스피커 위에 산소와 반응하면 무색으로 변하는 파란색 염료(바이올로젠라디칼)가 담긴 접시를 놓고 소리를 재생한 결과 주기적인 상하 운동을 하는 마루와 골에서 산소와 반응해 무색으로 바뀌었다.
공기와 접촉이 활발해져 산소가 더 많이 용해됐기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다.
연구팀은 또 산성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지시약(BTB 용액)을 이용해 같은 실험을 진행했고 소리를 재생하자 용액이 구획별로 나누어져 파란색, 녹색, 노란색으로 변하는 것을 확인했다.
물결이 기체 용해도를 부분적으로 달라지게 만들어 산성, 중성, 염기성이 공존하는 용액이 만들어진 것이다.
실제 자연과 같은 비평형 상태에서 소리를 이용해 화학반응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규명된 것은 세계적으로 처음이다.
연구 중 촬영한 이미지는 2019년 IBS가 개최한 과학·예술 융합전시 IBS Art in Science에서 소리 붓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작품으로 소개된 바 있다.
김기문 단장은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소리로 쥐의 움직임을 통제한 것처럼 연구팀은 소리를 이용해 분자의 거동을 조절했다”며 “화학반응과 유체역학을 접목해 발견한 새로운 현상으로 소리를 이용한 다양한 화학반응 조절 등 후속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성과를 담은 논문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케미스트리(Nature Chemistry) 8월11일호에 게재됐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