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학기업들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따른 홍역에서 해방되었는가?
최근 석유화학제품 현물가격이 급등과 폭등을 반복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종말을 고한 것처럼 느끼는 화학기업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2020년 겨울의 초입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끝났다고 말한다면 미친놈 이상의 평을 듣기 어렵다. 2021년 봄철이 끝나갈 즈음 코로나19에서 해방되기를 학수고대할 뿐이다.
그렇다면, 국내 화학기업들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고 있는가? 아닐 것이다. 순간적인 경기 회복에 취해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고 있을 리 만무하고 당장 얼마를 더 벌 것인가 고민하고 또 고민할 것이다.
그래야 CEO도 생명을 연장할 수 있을 것이고, 아래서도 연봉 깎이지 않고 성과급을 한 푼이라도 더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생명줄이나 연봉을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무엇을 준비하고 대비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연구개발 관련 스타트업이 급부상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해야 함은 물론 DX(디지털 트랜스포매이션)에 적응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판단하고 대응책 마련을 적극화하고 있다.
일본 화학기업 CEO들은 미래사회에는 디지털화, IoT(사물인터넷)화, AI(인공지능)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DX가 발전해 제조현장에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창의적인 업무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화학산업은 산업의 중간원료를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제조업이 한물가고 소프트웨어가 지배하는 세상이 도래하는 마당에 언제까지나 생산에만 몰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범용제품 중심의 대량생산에 대한 꿈을 접지 못하고 있는 국내 화학기업들이 깊이 되새겨 보아야 할 대목이다.
PwC가 글로벌기업의 포스트 코로나 문제의식을 파악하기 위해 CE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코로나19 이후 비즈니스 모델 추진 우선순위에서 디지털화가 다수를 차지했다. 글로벌 CEO들은 핵심 기업활동의 디지털화 24%, 디지털제품 혹은 서비스를 추가하는 기업활동의 가상화 17%, 원격근무를 중심으로 한 노동 환경의 유연화 15%, 노동자의 건강‧안전‧복지 프로그램 확대 11% 순으로 응답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작업환경 변화 트렌드도 자동화 76%, 노동자 밀집도 감소 61%, 공급망 안전 58%, 긱이코노미 54% 순으로 답했다.
PwC는 포스트 코로나 대응 방향성으로 서플라이 체인의 입지와 기업활동의 모든 국면을 고려한 시나리오를 구축하고 상황에 부합되는 유연한 경영 계획을 수립하며, 사회 전반의 디지털 전환 흐름에 맞추어 디지털 도구에 과감히 투자해 위기 대응능력을 제고하고, 코로나에 대처하기 위해 수행했던 혁신과정을 조직문화에 도입할 것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국내 화학기업들도 코로나19 사태가 가져다준 혁신의 필요성을 부인하지는 않겠지만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포스트 코로나 대책을 수립‧실행하기에는 역량이 미치지 못하고 의지 또한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대책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으로 수립해야 하고 또 적응해야 한다. 결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