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각국이 수소경제 육성에 나서면서 수소를 안전하게 저장·운송하는 수단으로 암모니아(Ammonia)가 주목받고 있다.
현재 수소경제 활성화의 주요 걸림돌 중 하나는 코스트이며, 암모니아가 코스트를 낮추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베이스 그린 수소 생산 코스트는 화석연료 베이스 회색 수소보다 최소 2.5배 높고 수소는 저장·운송에도 코스트가 많이 들어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수소는 상온에서 기체 상태이기 때문에 저장·운송이 까다로운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거래가격에서 운송비가 약 30-4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암모니아에서 고순도 수소 추출
수소는 천연가스보다 부피당 밀도가 낮아 저장하기 어렵고 압축수소를 담은 탱크의 크기는 천연가스 탱크의 4배에 달해 코스트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체 상태에서 부피가 큰 수소를 압축한 후 고압탱크에 저장해 운송하려면 코스트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수소가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수소 생산은 물론 저장·운송 코스트를 획기적으로 감축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고 암모니아를 활용한 수소 저장·운송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소를 액상 암모니아 형태의 화합물로 변환하면 기체 상태보다 더 많은 양의 수소를 저장해 손쉽게 운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소는 섭씨 영하 253도에서 액체 상태로 바뀌고 부피도 800분의 1로 줄어들어 저장과 운송이 용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수소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오스트레일리아 최대 종합 연구기관인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와 세계 4위의 철광석 생산기업 포테스큐와 함께 암모니아에서 고순도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현대자동차는 암모니아에서 고순도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이 상용화되면 오스트레일리아의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수소를 생산하고 암모니아 형태로 전환해 장거리 운송하는 것이 국내에서 수소를 직접 생산하는 것보다 유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천연가스를 분해해 수소를 추출하는 방법과 달리 암모니아는 분해할 때 수소와 질소만 생성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암모니아는 이미 철강, 화학 등 주요 산업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원료로 생산시설, 운반선 등 인프라도 갖추어져 있어 별도의 인프라 투자가 필요 없는 이점도 있다.
일본, 액상 암모니아 형태 수입 추진
일본도 수소경제 구축에 적극적인 가운데 정부 주도로 80개 관련기업과 연구소가 그린 암모니아 컨소시엄을 구성해 암모니아-수소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미츠비시중공업(Mitsubishi Heavy Industries)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결성해 오스트레일리아, 사우디 등으로부터 액상 암모니아 형태의 수소를 수입하는 작업을 구상하고 있다.
컨소시엄은 여러 운반수단을 고려했으나 액상 암모니아 형태의 수소가 액화수소보다 안정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액화수소는 섭씨 영하 253도의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돼 영하 33도에서 액화하는 암모니아보다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수입 암모니아에서 다시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암모니아를 곧장 발전소 연료로 사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암모니아를 석탄발전소의 연료로 사용해 석탄 사용비중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감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실제 적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 에어프로덕츠와 수소‧암모니아 기지 건설
중동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도 세계 최대의 친환경 수소 생산기지를 건설한다.
사우디는 2020년 7월 미국 산업용 가스 메이저 에어프로덕츠(Air Products)와 합작으로 홍해에 인접한 신도시 네옴(Neom)에 대규모 그린 수소·암모니아 공장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총 50억달러(약 5조9000억원)를 투입한다.
사우디는 저유가 시대에 대비해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다양한 신사업을 키우는 국가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다.
수소 생산기지 역시 국가개혁의 일환으로 구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우디는 그린 가스 설비에서 4GW의 태양광·풍력 에너지로 만든 전력을 활용해 물을 전기분해함으로써 2025년부터 하루 650톤의 그린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수소버스 2만대를 운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수소는 액상 형태로 암모니아에 저장해 필요한 장소로 운송하거나 수출할 예정이다. 사우디는 수출량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하루 120만톤의 친환경 암모니아도 함께 생산할 방침이다.
JGC, CO2 프리 프로세스 개발 본격화
일본은 이산화탄소(CO2) 프리 암모니아 실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엔지니어링기업 JGC는 최근 중동이나 오스트레일리아 서부에서 암모니아 수주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서 이산화탄소 프리 플랜트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JGC는 암모니아를 수소 캐리어로 활용하기 위해 수요처에서 배출된 재생에너지 베이스 수소를 원료로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저온 프로세스 개발에 주력해왔고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신규 프로세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수소는 이용할 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세계 각국에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특히 기존 석유‧천연가스 자원국인 중동과 오스트레일리아가 화석연료 개발이나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암모니아는 수소 캐리어 가운데 하나로 제조 프로세스나 유통 인프라가 일찍부터 확립돼 있으며 직접 연소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갖추고 있다.
JGC는 도요타에너지솔루션(Toyota Energy Solution), IHI와 함께 일본 에너지경제연구소가 2019년 7월 사우디 정부와 계약한 이산화탄소 프리 암모니아 프로젝트 사업타당성 조사에 참여한 바 있다.
사우디 동부 해안에서 화석연료를 개질해 생산한 블루 암모니아를 일본으로 수송한 후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소각하는 방식이며, JGC가 프로세스 검토를 담당했다. 이산화탄소는 지하에 저장한 후 원유 생산 확대용으로 이용한다.
JGC는 이산화탄소 회수 및 저장(CCS: Carbon Capture & Storage)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 있고 이산화탄소 분리막 모듈 등 분리기술을 갖추고 있어 최근까지도 다양한 이산화탄소 프리 암모니아 프로젝트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JGC는 하버-보슈공법(Haber-Bosch Process) 대체용 암모니아 프로세스 개발에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와 신규 촉매를 개발해 2018년부터 후쿠시마(Fukushima)에 재생가능 에너지 연구소(FREA)를 건설하고 실증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프로세스는 섭씨 500도에 15MPa 등 고온고압 조건이 필요하나 실증설비는 8MPa로 압력을 낮추는데 성공했고 5MPa, 3.5MPa 등도 실증을 추진하고 있다.
반응 온도는 400도 이하로 낮추었고 추가로 저온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증 이전단계인 연구 프로젝트는 나고야(Nagoya)공과대학의 마스다 히데키 명예교수의 상온저압 프로세스 연구에 협력하고 있으며 물과 질소에서 수소를 경유하지 않고 암모니아를 합성시켜 프로세스 간소화를 실현하는 전기화학적 직접 합성 프로세스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JGC는 여러 암모니아 합성 프로세스를 실용화함으로써 입지, 원료, 사업성 등 다양한 조건에 대응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제안해나갈 계획이다. (박한솔 선임연구원: phs@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