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화학원구(화학단지) 재정비에 나서 주목된다.
화학원구는 중국 화학산업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최근 하이엔드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며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한편 디지털 기술 도입을 통해 스마트단지 변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화학원구가 여기저기 난립함으로써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며 서플라이체인 강화를 위해 도태 및 집약이 요구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현재 수십개 존재하는 화학원구와 7대 석유화학기지를 중심으로 5대 석유화학 클러스터를 구축함으로써 스케일 메리트를 활용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고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5개 석유화학 클러스터로 정비
중국 석유‧화학공업연합회(CPCIF)는 최근 옌타이(Yantai)에서 개최한 화학원구 포럼을 통해 제14차 5개년계획 기간인 2021-2025년 동안 화학원구 70여곳과 7대 석유화학기지를 정비해 세계 화학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5대 석유화학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공개했
다.
클러스터는 △닝보(Ningbo), 저우산(Zhoushan), 상하이(Shanghai)를 중심으로 한 항저우(Hangzhou)만 클러스터 △다롄(Dalian) 창싱섬(Changxing Island), 톈진(Tianjin) 남항, 둥잉(Dongying) 등 환발해만 석유화학 클러스터 △후이저우(Huizhou) 다야(Daya)만을 중심으로 한 범대만구 석유화학 클러스터 △푸젠(Fujian)의 장저우(Zhangzhou), 취안강(Quangang), 취안후이(Quanhui) 등 해서 석유화학 클러스터 △닝둥(Ningdong), 위린(Yulin), 오르도스 등 석탄화학 클러스터 5개이다.
클러스터 구축을 위해서는 화학기업과 지방정부의 연계가 필수적이며 석유화학 메이저인 완후아케미칼(Wanhua Chemical)이 옌타이 경제개발기술구에 건설하는 완후아공업원이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완후아케미칼은 기존 생산기지에 약 20조원을 투입해 원유 처리능력 2000만리터의 리파이너리를 중심으로 에틸렌(Ethylene) 생산능력 150만톤 크래커와 PE(Polyethylene), 아로마틱(Aromatics) 설비 등을 건설하고 있다.
2022년 말 상업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옌타이 지방정부는 완후아케미칼의 서플라이체인 강화에 도움이 될만한 화학기업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지방정부는 화학원구에서 사업을 창출하거나 창업을 지원하고 관련된 플랫폼을 구축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난징(Najing), 후이저우 다야만, 상하이, 타이싱(Taixing), 닝둥 화학원구 등이 모범사례로 파악된다.
중국은 2025년까지 50개 화학원구에 이노베이션센터를 건설함으로써 신규사업 창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학원구 통폐합으로 서플라이체인·안전관리 강화
화학원구의 진전은 중국 경제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화학원구는 분산돼 있는 화학기업을 한데 모아 시너지를 창출시키고 관리‧안전성 강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나 화학원구 수가 늘어나며 전국적으로 심각한 수준으로 난립되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1990년대에는 국가급 화학원구가 8곳, 성 수준은 10곳뿐이었으나 개혁해방으로 중국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함에 따라 1991년부터 2006년 사이 새로 건설된 성급 화학원구가 300곳을 넘어섰고 2013년에는 화학원구 및 공업원구 수가 490개에 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중국 정부가 2019년 3월 장쑤성(Jiangsu)에서 발생한 대규모 화학공장 폭발사고를 계기로 화학공장과 화학원구를 대상으로 전국적인 안전관리 강화에 나선 이후에는 감소세로 전환됐다.
중국 정부가 제13차 5개년계획 기간 동안 전국의 화학원구를 조사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곳은 폐쇄하거나 다른 원구로 집약시킴으로써 장기간 증가했던 화학원구 수가 2020년 말에는 616곳으로 60곳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화학기업들도 중국의 정책을 밑받침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랑세스(Lanxess)는 최근 상하이 화학공업경제기술개발구(SCIP)에서 응용개발센터(AADC) 운영을 시작했고 앞으로 중국에 소재한 7개 R&D(연구개발)센터를 재편해 AADC로 통합할 방침이다.

SCIP‧다야완, 2021년 공동 1위 올라
상하이 경제기술개발구(SCIP)와 광둥성(Guangdong)의 후이저우 다야만 경제기술개발구는 CPCIF의 2021년 화학원구 순위에서 2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했고 장쑤성(Jiangsu) 난징의 지앙베이(Jiangbei) 신소재과학기술원과 저장성(Zhejiang)의 닝보 경제기술개발구, 닝보따슈개발구 등이 상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CPCIF는 2020년 수익, 고정자산투자액, 환경대응, 안전‧리스크 관리, RC(Responsible Care: 환경·안전·보건에 대한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관리), 스마트 및 디지털화, 기초 인프라 정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율 등의 항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2021년 화학원구 순위를 결정했다.
중국은 제14차 5개년계획(2021-2025년) 동안 쌍순환이라는 기본방침 아래 내수주도형 경제 전환에 집중하고 있으며 첨단기술 국산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CPCIF는 중국 화학산업이 제13차 5개년계획 기간 동안 미국과의 무역마찰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 다양한 외부요인에 타격을 받았으나 원하던 성과 올리기에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안전성과 경쟁력 등은 전국의 화학원구를 대상으로 인증 및 재평가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개별 지방정부가 인증규칙을 결정하고 개별 화학원구를 평가하는 방식을 취했으며 2020년까지 총 21개 성에서 인증규칙을 결정했고 18개 성이 규칙 책정을 완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21년 5월 기준으로 인증을 받은 화학원구는 432곳이었고 2022년에는 모든 화학원구가 인증작업을 마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0년 말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한 중점화학공업구(컴플렉스) 및 공업원 등 화학원구 수는 616곳으로 전년대비 60곳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장쑤성 등 일부 지방정부가 화학원구 인증을 재검토하면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화학단지 평가 통해 고도화 유도
전체 616곳 가운데 국가급 화학공업원은 48곳이고 생산액이 1000억위안(약 17조원) 이상인 초대형 공업원은 17곳, 생산액 500억-1000억위안 대형 공업원은 35곳으로 파악되고 있다.
초대형 공업원과 대형 공업원의 생산액이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2020년 석유화학제품 총매출액 가운데 상위 30개 화학원구가 차지한 비중은 24.6%, 이익총액 비중은 36.6%에 달했으며 CPCIF는 앞
으로도 이익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600개가 넘는 화학원구 중에서 1위를 차지한 SCIP는 석유화학 이외의 화학사업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2020년 12월 상하이시 정부가 SCIP를 상하이 전자화학제품전용구로 지정하며 제조 현지화 및 독자적인 이노베이션을 실현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전자화학 생산기지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동 1위를 차지한 후이저우 다야만에서는 CNOOC(중국해양석유)와 셸(Shell)이 3번째 에틸렌(Ethylene) 크래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9위에 이름을 올린 장쑤성의 롄윈강(Lianyungang) 저왕신구는 7대 석유화학기지 가운데 하나로 2020년까지 6년 연속 잠재력이 기대되는 10대 화학원구에 포함됐으나 2021년 처음으로 30위 안에 들었다. 매출액을 2021년 440억위안(약 7조5000억원)에서 2022년 1300억위안으로 확대하고 제14차 5개년계획 종료시점에는 3200억위안을 달성함으로써 상위 3위 안에 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상위 30위에 준하는 위치로 높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10대 잠재력 화학원구에는 2020년과 마찬가지로 저장성의 저우산 녹색석유화학기지, 랴오닝성(Liaoning)의 다롄 창싱섬 석유화학산업기지가 각각 1위, 2위를 차지했다.
3위 톈진 남항공업구는 사이노펙(Sinopec)이 에틸렌 120만톤 크래커와 유도제품 풀랜트를 건설하는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중국 북부지역에서 위상이 확대되고 있으며 조만간 화학원구 상위 30위에 진입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