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C(Polycarbonate)는 국제정세 불안과 글로벌 공급망 위기, 인플레이션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요가 부진침체되고 있다.
2020년과 2021년에 걸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속에서도 전자기기와 자동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PC 시장의 잠재력이 높게 평가됐으나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국제유가 폭등,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인한 물류 대란 등 악재가 겹쳐 수요가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PC는 수요기업별로 요구하는 기능과 물성이 달라 수요기업 확보 여부가 공급기업의 매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글로벌 전자, 자동차 공장이 세계적으로 분포돼 있고 신속한 공급을 요구하고 있어 글로벌 공급능력이 중요시되고 있다.
국내 생산량 72만톤 돌파에 수출 의존
국내 PC 생산능력은 2021년 기준 롯데케미칼이 46만톤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LG화학 17만톤, 삼양화성 12만톤으로 뒤를 따르고 있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2019년 롯데첨단소재와 합병하고 여수 PC 플랜트 증설을 완료하면서 2020년 실제 생산량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20년 PC 생산량이 46만4000톤으로 2019년 38만8000톤에 비해 19.6%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2021년에는 4분기에 45일간 진행된 정기보수 영향으로 생산량이 44만8000톤으로 소폭 감소했다.
LG화학과 삼양화성을 포함한 2021년 국내 PC 생산량은 72만4230톤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2021년 글로벌 PC 수급은 코로나19 확산 장기화에 따른 펜트업 효과와 물류 대란으로 심각한 타이트 상태를 나타냈으며 2021년 상반기에는 PC 거래가격이 톤당 3800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2021년 말부터 펜트업 수요 둔화와 더불어 수요기업 재고조정, 겨울철 비수기에 따른 구매 관망세가 겹치면서 3000달러대 초반으로 하락한 것으로 파악된다.
2022년 1분기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국제유가가 폭등하고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물류대란과 반도체 공급난, 최근에는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금속 가격이 강세로 돌아서면서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발생해 PC 수요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PC가 전자제품이나 가전제품에도 사용되고 있으나 대부분 자동차용으로 공급된다”며 “최근 반도체 공급난으로 자동차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PC 수요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아시아 신증설에 코스트‧물류 불인으로 고전
아시아는 중국, 인디아를 포함한 PC 생산능력이 2025년 266만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아시아에서는 11건의 신증설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으며 신규건설 246만톤에 증설 20만톤으로 파악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20년과 2021년 중국 신증설 영향으로 공급이 늘어나면서 채산성 악화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에는 범용제품을 줄이고 고부가제품 판매량을 늘리며 극복했지만 2021년 하반기에는 중국 중심의 공급과잉으로 PC를 포함한 첨단소재 부문 영업이익이 3분기 765억원, 4분기 451억원으로 감소했다.
2021년 PC의 채산성 악화는 원료 BPA(Bisphenol-A) 초강세가 원인으로, 롯데케미칼은 GS칼텍스와 합작으로 롯데GS화학을 설립하고 2024년 완공 예정으로 BPA 27만톤 플랜트를 건설함으로써 수직계열화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LG화학은 이미 벤젠(Benzene)에서 시작하는 페놀(Phenol)/아세톤(Acetone)-BPA-PC 체인으로 수직계열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PCR(Post-Consumer Recycle) PC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PC 시장에서는 2022년 변수로 변종 바이러스 재확산, 국제유가 폭등에 따른 원가 불안, 글로벌 공급망 위기 및 인플레이션 등을 꼽고 있으며 중국의 PC 신증설, 가전 특수 감소, 자동차 반도체 부족 장기화, 해상 물류비 증가 등으로 시황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고부가제품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MEP, PC 특화기업으로 재탄생…
PC 생산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MEP(Mitsubishi Engineering Plastics)는 PC 전문기업으로 변신해 어려움을 타개할 방침이어서 주목된다.
MGC(Mitsubishi Gas Chemical)는 미츠비시케미칼(Mitsubishi Chemical)과 50대50 비율로 합작한 MEP에 대해 2023년 4월3일부로 출자 비중을 75%로 높여 연결 자회사화하기로 결정했다.
5대 EP(엔지니어링 플래스틱) 사업 가운데 PC만 MEP에 특화시키고 나머지는 MGC와 미츠비시케미칼로 흡수 분할할 방침이다.
최근 원료가격 급등과 신규기업 진출에 따른 경쟁 심화로 PC 등 EP 시장 전망이 밝지 않은 가운데 MGC가 경영을 주도함으로써 사업 확대를 넘어선 고부가가치 노선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MEP는 2023년 4월 PBT(Polybutylene Terephthalate) 7만톤 플랜트 및 관련 사업과 유럽 PC 사업, 일부 특수 PC 사업을 미츠비시케미칼에게 양도할 계획이다. 
Iupital 브랜드로 잘 알려진 POM(Polyacetal)과 PPE(Polyphenylene Ether), PA(Polyamide) 컴파운드 Reny 사업은 MGC가 흡수한다.
MEP는 PC 생산능력이 50만톤으로 변경되며 MGC가 PC 외의 EP 사업 확대를 위해 설립한 GPAC(Global Polyacetal)가 POM 22만톤 플랜트를 담당함으로써 사실상 기존 MEP 사업의 대부분을 MGC가 주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MEP가 60% 출자하고 MGC의 지분법 적용기업이었던 Thai Polycarbonate 역시 MGC의 연결 자회사로 변경된다.
MGC는 2021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3개년 경영계획을 통해 고부가가치 전략에 집중하고 있으며 MEP 흡수를 통해 합성수지 사업의 주도권을 잡음으로써 광학소재, MX나일론, JSP 등 다른 합성수지 사업과의 연계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PC 생산능력 50만톤으로 세계 3위
MEP는 재편 후 PC 생산능력이 약 50만톤으로 세계 시장점유율 13%에 3위, 일본 시장점유율은 4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MGC의 계면공법을 활용해 PC의 고부가가치화를 본격화하고 탄소중립을 위해서도 MGC가 개발하고 있는 이산화탄소(CO2) 베이스 PC 프로세스 확립 및 리사이클에 도전할 방침이다.
MGC는 MEP 경영에서 주도권을 확보함으로써 전기자동차(EV) 전환과 자율주행 등 차세대 모빌리티, 차세대 통신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IoT(사물인터넷), 의료‧헬스케어, 지구환경 등 미래 시대에 요구되는 사업을 강화‧확대하기 위한 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MGC가 2022년 4월1일자로 POM, PPE, PA 컴파운드 판매‧연구를 이관할 예정인 완전 자회사 GPAC는 기존에 변성 PPE와 PA 컴파운드에 주력했으나 회사명에 POM을 넣은 것과 같이 POM 중심으로 전환한다.
기존에 MEP가 생산해온 Iupital과 관계기업인 한국플라스틱엔지니어링(KEP)을 통해 생산해온 Kepital 등 2개 브랜드를 취급하게 됨에 따라 주요 POM 시장인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MGC는 POM 사업에 경영자원을 집약시켜 그룹 차원에서 신제품 개발을 진행하며 청정 메탄올(Methanol) 원료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미츠비시케미칼은 MEP로부터 취득할 PBT와 특수 PC 사업을 중합‧컴파운드 기술을 바탕으로 한 각종 EP 사업으로 분류하고 고기능 폴리머 사업으로 설정해 성장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모회사인 MCH(Mitsubishi Chemical Holdings)는 존마크 길슨 사장 체제에서 새로운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MEP에 대한 출자 비중 변경은 존마크 길슨 사장이 취임하기 이전부터 합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츠비시케미칼과 합작으로 해외시장 개척
MEP는 1994년 MGC와 당시 Mitsubishi Kasei(현재 Mitsubishi Chemical)의 50대50 합작기업으로 설립됐고, MEP 설립 이전에는 MGC가 PC와 POM 니트레진 및 컴파운드 기술에, Mitsubishi Kasei는 글로벌 네트워크에 강점을 갖추고 있었다.

당초 MGC가 이미 PC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 사내에서 합작 사업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으나 Mitsubishi Kasei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이른 해외진출에 도움이 되며 MEP의 사업 확장을 뒷받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MEP가 설립된 1994년은 일본의 가전 및 자동차산업이 엔화 강세와 신흥국들의 등장에 맞설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성장이 기대되는 아시아 등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던 시기이며 EP 사업은 유럽‧미국 메이저들의 영향력이 확대되며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었다.
MEP는 MGC와 Mitsubishi Kasei의 강점을 융합하고 유럽‧미국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물론 아시아 사업을 효율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설립됐으며 설립 초기 약 600억엔이었던 매출액이 해외진출을 조기에 달성함으로써 한때 2500억엔에 달할 정도로 호조를 누렸다.
MEP는 2020회계연도 연결 매출액 1808억엔을 기록했으며 2022년 3월 말 기준 직원 수는 304명에 달했다. (홍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