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SK, 무음극 배터리 개발 경쟁
국내 배터리 생산기업들은 음극재가 없거나 극소량의 리튬만 적용하는 일명 무음극 배터리 개발을 주목하고 있다.
삼성SDI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을 통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SK온(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부문)도 내부에 연구팀을 꾸리고 기술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자동차 1위 테슬라(Tesla)와 전기자동차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산업계는 무음극 배터리 상용화 기대가 시기상조이지만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 배터리 시장 판도를 바꿔 놓을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무음극(Anodeless) 배터리는 음극에 리튬이 없는 기재만을 사용하거나 극소량의 리튬만을 적용하는 기술을 적용하며 애노드-프리(Anode-free) 또는 애노드레스(Anodeless)라고 불린다.
음극재는 배터리 충전속도와 수명에 영향을 주며 음극재를 없애거나 줄이면 그만큼 배터리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고 수명도 길어진다. 현재 널리 사용하고 있는 흑연 음극재는 배터리 성능 개선이 한계에 도달해 다른 물질로 대체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SK온은 차세대 배터리 연구부서에 애노드레스 LiB 개발팀을 만들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애노드레스 배터리는 음극에 리튬이 없는 기재만을 사용하거나 극소량의 리튬만을 적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도 2020년 3월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는 전고체전지에 대한 원천기술을 세계 유명 학술지 네이처에너지에 게재하면서 애노드레스 배터리 구조 내용을 발표했다. 초기상태에는 음극재가 없다가 충전하면 음극이 생겨나는 구조이다. 글로벌 1위 전기자동차 테슬라도 무음극 배터리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관련 특허도 출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19년 관심 연구개발 분야에 무음극 배터리를 포함했다.
전기자동차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LiB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4대 요소로 구성되며, 현재까지는 음극재가 없는 배터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LiB의 원리는 양극재에 있는 리튬이온이 전해액을 통해 분리막을 거쳐 음극재로 이동할 때 에너지가 충전되고, 반대로 음극재에서 양극재로 리튬이온이 이동하면 전기가 발생하는 구조이다. 양극의 리튬이온은 충전할 때 음극의 음극재로 삽입돼 저장된다.
글로벌 배터리 생산기업들은 충전시간을 줄이고 주행거리는 늘리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널리 쓰이는 음극재인 흑연 대신 실리콘이나 리튬금속을 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음극재는 배터리 제조 코스트의 20%를 차지할 만큼 비싸며 실리콘이나 리튬금속을 사용하면 생산 코스트가 더 올라간다.
그러나 실리콘과 리튬금속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나타나고 있다. 실리콘 음극재는 흑연재보다 에너지밀도가 10배 높고 충·방전 속도도 빠르지만, 충·방전할 때 부피가 3-4배 팽창하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배터리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어 현재는 음극재에 실리콘을 5% 미만만 첨가하고 있다. 또 부서지기 쉽고 전극에 잘 붙지 않아 별도의 접착제를 사용해야 한다.
리튬금속도 지금의 LiB보다 에너지밀도가 10배가량 높지만 덴드라이트 현상으로 폭발 위험이 우려된다. 덴드라이트는 금속 표면에 비정상적으로 자라는 나뭇가지 형태의 결정으로 전지의 안전성과 수명을 떨어뜨린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보완적으로 무음극 배터리를 고안했다. 리튬금속 음극재 대신 음극에 5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 두께의 은-탄소 나노입자 복합층을 적용한 석출형 리튬음극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충전할 때 음극 표면에 리튬메탈 형태로 음극재가 생겼다가 방전할 때는 없어지는 구조이다.
종합기술원은 무음극 기술로 1회 충전에 800km 주행, 1000회 이상 재충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테슬라의 최장 거리 전기자동차 모델S 롱 레인지의 최대 주행거리는 652km이다. 기존의 전기자동차 배터리는 완전 충·방전하면 최대 충전횟수를 200-300회 정도로 보고 있다.
KAIST, 음극재 없애고 집전체만으로…
국내 연구진도 음극재를 없애고 집전체만 사용한 LiB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카이스트(KAIST) 김희탁 교수 연구팀은 2021년 9월20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게재한 논문에서 음극재 부품으로 집전체만 사용한 음극재 없는 리튬전지(Anode-free Li battery) 기술을 공개하고 음극활물질을 저장하는 구리 집전체를 활용해 흑연 음극재를 없앰으로써 높은 에너지밀도를 구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집전체는 전지 활물질에서 전기화학 반응이 일어나도록 전자를 외부에서 전달하거나 활물질에서 전자를 받아 외부로 흘려보내는 통로 역할을 하며 배터리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동박(전지박)이 바로 집전체이다. 동박은 구리로 만들지만, 연구팀은 음극 집전체를 사용해 구리 집전체의 단점을 보완했다.
김희탁 KAIST 교수는 “음극 집전체는 기존 구리 집전체에 비해 월등히 높은 성능을 나타냈고, 극미량의 전해액을 전지에 주입해도 구동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LiB의 궁극적 형태인 음극재 없는 리튬배터리 구현을 위한 집전체 기술을 새롭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산업계에서는 무음극 배터리가 개발되면 관련 시장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아직은 음극재를 없애거나 최소화했을 때 배터리가 구동하는지 구조적인 설계를 해보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도카이카본, LG·삼성 따라 유럽으로…
한편, 일본 도카이카본(Tokai Carbon)은 2021년 7월 인수한 독일 알루미늄 관련기업 Tokai Cobex(TCX)와의 시너지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도카이카본은 M&A(인수합병)를 통해 흑연전극, 카본블랙(Carbon Black)에 이어 알루미늄을 새로운 핵심사업으로 확보했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앞으로 알루미늄 사업의 성장을 가속화시키는 것은 물론 기존사업과의 시너지 창출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TCX의 생산기반을 활용해 음극재, 파인카본 소재 등을 유럽에서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으며 수요에 맞추어 유연하게 생산품목을 대체하는 등 외부환경의 변화에 좌우되지 않는 견고한 사업기반을 완성해나갈 계획이다.
도카이카본은 약 1조원을 투자해 독일 Cobex를 인수해 TCX로 회사명을 변경했다.
TCX는 알루미늄 정련용 캐소드와 고로 블록 분야의 세계적인 메이저이며 탄소전극 분야에서는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알루미늄 전련용 캐소드는 자동차 경량화 등 트렌드를 타고 고도성장이 기대되고 있으며, 모든 사업영역이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에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기 용이한 편으로 평가되고 있다.
2019년에는 TCX에서만 매출 3530억원, EBITDA(이자‧세금 및 감가상각 이전 영업이익)가 1400억원에 달했으며 주력 사업인 알루미늄 정련용 캐소드 성수기가 이어지면서 고수익 및 안정성장을 확신하고 있다.
도카이카본은 TCX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제조업 분야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그룹 내에서 공유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해나갈 계획이다.
TCX는 폴란드에 2개 생산거점을 갖추고 있으며, 도카이카본은 독일에 흑연전극 공장을, 독일, 영국, 이태리, 스웨덴에 파인카본 사업거점을 갖추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TCX의 생산거점에서도 흑연전극을 생산하게 하는 등 수요에 맞추어 생산품목을 유연하게 변화시키거나 위탁생산 체제로 완성할 방침이다.
TCX의 폴란드 1공장은 과거 흑연전극을 생산한 경험이 있으며 생산품목 교체가 비교적 용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파인카본 사업은 현재 소재인 특수흑연을 일본에서 유럽으로 수출한 후 사용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TCX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고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TCX 폴란드 2공장에서도 연성, 흑연화 등 제조공정을 소화할 수 있으며 LiB 음극재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된다.
LG화학과 삼성SDI가 각각 폴란드와 헝가리에서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고 중국 배터리 메이저도 독일 생산을 추진하고 있어 폴란드에서 음극재를 생산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홍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