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화학기업들이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 수준으로 폭등해 짭짤한 재미를 보았으나 국제유가가 100달러 안팎으로 폭락하면서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국제유가 폭락이 아니라 중국경기가 침체되면서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크게 줄어들어 공급과잉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상하이를 중심으로 도시 봉쇄에 나서면서 전자, 자동차 생산이 차질을 빚었고 연쇄적으로 석유화학제품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자·자동차에 많이 들어가는 PS, ABS 수요가 급감함으로써 업스트림에 해당하는 SM, 벤젠 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미국이 국제유가 폭등에도 불구하고 드라이빙 시즌을 맞아 휘발유 수요가 급증했고 휘발유 생산이 원활하지 않자 벤젠, 톨루엔 첨가량을 늘림으로써 BTX 수급이 타이트했으나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하면서 휘발유 수요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벤젠, 톨루엔, 자일렌은 미국의 수급 타이트를 타고 한때 톤당 2000달러를 웃돌았으나 휘발유 첨가용 수요가 줄어들면서 폭락세로 돌아섰고 최근에는 100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현물가격이 폭등하자 한국산을 중심으로 미국 수출을 확대했으나 미국가격이 폭락하자 미국 수출이 줄어들어 아시아 가격도 약세 전환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BTX가 적자로 돌아섰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나프타 현물가격이 한때 톤당 900-1000달러에서 등락했으나 최근에는 예상을 뒤엎고 700-800달러도 아닌 600달러대 중반에서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원료가격이 폭락함으로써 원료 코스트가 내려가는 것은 당연하고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적자의 수렁에 빠져들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벤젠, 톨루엔, 자일렌 현물가격이 FOB Korea 기준으로 톤당 900달러대 중반 또는 후반으로 떨어졌으나 나프타도 C&F Japan 기준 640-650달러로 급락함으로써 스프레드가 톤당 300달러에 달해 손익분기점인 150달러를 2배 이상 웃도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물론 SM이 1100달러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고 ABS는 장기간에 걸쳐 2400-2500달러를 넘나들었으나 최근 1600-1700달러로 폭락함으로써 2020년 하반기부터 2022년 초에 비하면 BTX 전반의 수익성이 크게 나빠진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적자와는 거리가 먼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중국의 경기침체가 언제까지 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국이 중국을 강하게 견제하면서 중국 경제 전반이 좋지 않은 가운데 부동산 버블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나, 일부에서는 코로나19가 물러날 조짐을 보이고 시진핑 주석 연임이 확정되면 도시봉쇄를 해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양이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중국 수출을 대폭 줄인 것은 사실이나 아직도 중국 의존도가 상당하고 중국에 직접 수출하지는 않더라도 중국이 수입을 줄이면 전체적으로 공급과잉이 확대돼 현물가격이 약세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국을 떼놓을 수는 없다.
그러나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에 의존해 사업을 영위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에서 중국경기 또는 중국의 정치에 좌우되지 않는 체질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이나 의존할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