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석유화학 불황이 예상됨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기업의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2022년 11월 롯데케미칼 장·단기 신용등급 전망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 또는 A1으로, 여천NCC는 A+/안정적, A1에서 A+/부정적, A2+로 하향 조정했다. 12월에는 효성화학 신용등급도 A/안정적, A2에서 A/부정적, A2로 변경했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롯데케미칼과 효성화학 신용등급 전망을 한국신용평가와 동일하게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 강병준 수석분석가와 원종현 실장은 “수익성이 저조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반면, 대규모 투자자금 소요로 재무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여천NCC, 영업적자 확대 …
석유화학산업은 글로벌 올레핀(Olefin), 아로마틱(Aromatics) 신증설이 이어지며 공급 부담이 가중되고 있으며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금융당국의 고금리 정책으로 수요까지 둔화돼 고전이 예상된다.
한국신용평가는 2023년 글로벌 에틸렌(Ethylene) 생산능력이 800만-900만톤 증가해 수요 증가분 600만-700만톤을 상회하고, 프로필렌(Propylene)도 800만톤 내외로 증가해 수요 증가분 700만-800만톤을 상회함에 따라 에틸렌 및 프로필렌 스프레드가 손익분기점을 하회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P-X(Para-Xylene)는 600만톤 신증설 완공에도 불구하고 PTA(Purified Terephthalte) 증설 병행으로 공급을 흡수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세계 각국이 금리 인상을 적극화했으며 중국 수요 증가 역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과 2023년 3월 열릴 전국인민대표회의,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 따라 불확실성이 확대돼 수익성 개선에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국내 올레핀 및 해외법인 석유화학제품이 불황에 따라 이익창출력이 약화됐으며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로 2조7000억원을 투입해 재무안정성이 저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라인(LINE) 프로젝트에 따라 NCC(Naphtha Cracking Center)와 PP(Polypropylene) 플랜트 건설에 약 5조원 투자하며 배터리 소재 등 신규사업 관련 투자도 계속할 예정이다. 다만, 롯데건설에 빌려준 5000억원은 조기상환 받으며 부담을 덜어냈다.
여천NCC는 포트폴리오가 범용제품으로 한정돼 있어 글로벌 공급과잉에 따라 영업적자를 이어오고 있으며 설비투자 등으로 재무부담이 확대되면서 2022년 11월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됐으며 기업어음 역시 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여천NCC는 2022년 3분기 기준 부채총계가 2조3730억원, 자본은 1조264억원으로 부채비율이 231.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에 비해 49.9%포인트 상승하며 재무건정성이 악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유지보수 외에 대규모 투자 계획은 없으나 영업실적 반등이 쉽지 않아 단기간에 재무안정성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효성화학, 회사채 수요예측까지 실패
효성화학은 베트남법인 영업적자가 발목을 잡고 있다. 베트남 플랜트를 2021년 완공했으나 가동률을 올리는 과정에서 연달아 트러블이 발생해 2022년 내내 점검과 보수를 진행했다.
효성화학은 액화석유가스(LPG)로부터 PP까지 생산하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추기 위해 베트남에 LPG 저장소와 부두, PDH(Propane Dehydrogenation), PP 공장을 순차적으로 준공했으나 베트남 플랜트 가동 차질이 장기화하면서 영업적자가 불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베트남법인은 2019년 영업적자 43억원으로 시작해 현재까지 흑자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
효성화학은 베트남법인 적자가 불어나는 동안 국내에서 생산한 PP로 영업실적을 방어했으나 PP 수요 위축과 PP-프로판(Propane) 스프레드가 전년대비 69% 축소돼 국내사업마저 적자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효성화학은 2022년 3분기 말 부채비율이 2021년 522.1%에서 2022년 1395.1%로 높아졌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효성화학은 주요 투자가 일단락되면서 CAPEX(자본지출)가 감소하나 비우호적인 시장 전망을 고려하면 상당기간 과중한 재무부담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도 “사업다각화 정도가 낮거나 범용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석유화학기업들은 불황에 따른 영업실적 저하와 투자 확대가 동반되면서 재무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며 “일부 석유화학기업들의 창출 이익 대비 과도한 수준의 투자부담 증가를 고려할 때 신용등급 방향성이 부정적”이라고 덧붙였다.
효성화학은 12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인수 주문을 1건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채 청약일인 1월27일까지 투자기관을 모집하지 못하면 산업은행이 700억원, KB증권이 300억원, 한국투자증권이 200억원을 인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AA+ 등급 이상 우량 회사채에 수요가 몰리면서 비우량 회사채는 외면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용등급 전망 하락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모두 사업다각화 수준이 높거나 스페셜티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기업들은 우수한 이익창출력을 바탕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재무부담이 안정적인 수준에서 관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LG화학은 AA+/안정적 신용등급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2차전지, 첨단소재 등 다양한 사업과 포트폴리오 기반으로 안정적인 영업실적을 거두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에 따른 12조8000억원의 자금 유입,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재무안정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홍인택 기자: hit@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