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나마·수에즈 운하 운임 최대 8배 상승 … 물동량 3분의 1 이상 격감
홍해 사태로 폭등한 해상운임이 석유화학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홍해 예멘 사태로 2024년 2월 한국-유럽연합(EU) 해상운임은 2023년 10월 대비 250.1% 폭등했다.
2023년 12월 기준 글로벌 가용 선복량(적재 공간)은 과거 52주의 평균 대비 57.3% 급감해 2020년 2월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 직후의 감소 폭인 47.3%를 상회할 정도로 글로벌 컨테이너선의 운항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글로벌 운하의 운항 차질로 주요 항로의 해상운임이 2023년 말부터 상승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4년 3월10일 주요 운하의 운송 차질로 글로벌 물류비용이 크게 높아지고 운송 기간도 오래 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Tesla)와 볼보(Volvo)는 운송 차질에 따른 부품 부족으로 1월에 최대 2주간 자동차 생산을 중단했으며 일부 의류 생산기업은 봄 상품을 제 시간에 보내기 위해 선박 대신 항공편을 선택하기도 했다.
프로판(Propane)과 부탄(Butane) 등을 운송하는 선박기업 도리안 LPG(Dorian LPG)의 팀 한센 최고운영책임자(COO)는 “2개 운하가 동시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처음이어서 운송 비용도 이전보다 훨씬 많이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북미와 남미 대륙 사이의 파나마 운하는 가뭄으로, 중동과 아프리카 대륙 사이의 수에즈 운하는 후티반군의 공격으로 운송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파나마 운하는 장기간 이어진 가뭄으로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 수를 줄여 대기시간이 길어졌으며 통행료는 기존 8배 수준으로 상승했고 수
에즈 운하 역시 운항 일수가 기존 항로 대비 12-14일 연장돼 납기 지연이 지속되고 있어 국내기업들의 부담까지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수에즈 운하는 예멘의 후티반군이 미사일이나 드론(무인항공기)으로 선박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어 컨테이너선들이 운하 통과를 위해 해군 호위함을 기다리거나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가는 항로를 택하고 있다.
수에즈·파나마 운하는 2023년 세계 무역량의 약 18%를 담당했으나 2024년 3월 물동량이 3분의 1 이상 격감했고 선박 수백척이 항로를 우회함에 따라 배송 지연, 운송비 상승 등 경제적 손실이 나타나고 있다.
석유화학산업은 해상운송 의존도가 99.7%에 달해 자동차(99.8%), 철강(98.7%), 2차전지(96.4%) 등과 더불어 해상운임 상승 및 납기 지연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되고 있다.
특히, PS(Polystyrene), HDPE(High-Density Polyethylene), LDPE(Low-Density PE) 등 일부 화학제품은 1월 중순 해상운임 폭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상승한 이후 정기보수 등에 따라 여전히 높은 가격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EU가 아시아로부터 수입을 줄이거나 후티반군의 공습이 제한적인 내륙 운송로를 확보한 중국기업과의 경쟁에서 국내기업의 약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무역협회 옥웅기 연구원은 “희망봉 우회 항로가 점차 정착되고 있어 운임 상승세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나 중동의 전면전 확산 등 추가적인 운임·공급망 교란 변수가 상존한다”며 “수출 시 납기 차질을 방지하기 위해 리드타임을 충분히 책정해 선적 최소 1개월 전부터 선복을 확정하고 철도·항공·복합 운송 등 다양한 대안 경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수량 부족으로 50% 가까이 줄었던 파나마 운하 통행 선박 대수는 우기를 앞두고 조금씩 늘고 있으며 파나마운하청(ACP)은 일일 파나마 운하 통행 가능 최대 선박 수를 3월3일 평균 23.7대에서 3월25일까지 27대로 조정해 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운하의 주요 용수 공급원인 가툰(Gatun) 호수의 예상 수위에 따른 결정으로 알려졌으며 2023년 말 22대까지 떨어졌던 일일 통행 선박 수는 비상 운용과 일부 강우량 회복으로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이다. 상하이항과 연결된 세계 주요 항로의 해상운임을 종합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수에즈 운하의 지정학적 불안과 맞물려 2024년 1월19일 2239.61까지 치솟아 2023년 1월20일 1029.75를 100% 넘게 상회했으나 2024년 2월23일 2109.91, 3월1일 1979.12, 3월29일 1730.98로 꾸준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김진희 기자)